클라이맥스 [퍼스널리티] 욕망의 결도 입체적으로 세공하는 배우, '클라이맥스' 주지훈
https://naver.me/GNJnswv3

어릴 적,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만난 검사들은 늘 절대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법정 한복판에 서면 흔들리지 않는 표정과 단단한 언어로 진실을 밀어붙였고, 그들의 세계는 어린 내 눈에 일종의 신화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 그 법복 안에도 긴장과 야망이 흐르고, 정의의 언어 뒤에는 복잡한 계산이 있다는 걸. 그리고 바로 그 사이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는 걸 말이다.
ENA 월화드라마 '클라이맥스'(극본 이지원 신예슬, 연출 이지원)는 그 균열을 정면으로 파고든다. 대한민국 최고의 자리에 서기 위해 권력의 카르텔에 뛰어든 검사 방태섭의 생존극을 중심으로, 욕망과 배신, 사랑과 공모가 유기적으로 뒤엉킨 세계를 집요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배우 주지훈이 있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방태섭은 흙수저 출신의 서암지검 검사다. 어린 시절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고 "다시는 짓밟히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살아남은 인물. 검찰 조직에 들어선 그는 언제나 정상을 꿈꾸지만, 그가 말하는 '정상'은 그저 조직의 서열이 아니다. 그가 바라보는 정점이란 철저히 개인적이며 동시에 철저히 정치적이다. 톱스타 추상아(하지원)와의 결혼을 통해 권력의 중심부로 진입하려는 그의 야심은 그 자체로 방태섭의 에너지이자 생존 전략이다. 도베르만이라는 별명처럼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집요함과 냉철함은 이 인물의 핵심이다. "세상 위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싶었다. 그 왕국을 열 수 있는 키가 필요했다"라는 예고편 속 내레이션은 이 캐릭터의 방향성을 정확하게 규정한다.
첫 주 방송분은 이 욕망이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를 리듬감 있게 보여준다. 단숨에 '스타 검사' 자리에 오른 배경, 추상아와의 결혼이 사랑이 아닌 이미지 전략의 연장이라는 사실, 그리고 균열이 생긴 순간 방태섭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 인물인지가 압축적으로 전개된다. 특히 첫 화의 휘파람 엔딩은 그 압축의 정점이다. 단 몇 초의 표정만으로 시청자의 마음속에 '방태섭'이라는 이름을 깊게 각인시킨 장면이다.

'클라이맥스' 속 주지훈의 연기가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데에 있다. 분명 머리부터 발끝까지 야망가임이 드러나는 캐릭터임에도 방태섭은 단순한 야망가로 소비되지 않는다. 그의 감정은 언제나 욕망의 틈새에서 새어나오고, 그 틈이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든다. 아내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계산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온기가 스치고, 권종욱(오정세), 이양미(차주영)와의 줄타기 중에도 미세하게 흔들리는 잠깐의 눈빛은 대사 한마디를 능가한다. 주지훈은 캐릭터의 내면을 말보다 결로 보여준다. 침묵이 쌓이는 순간 그의 얼굴은 욕망과 갈등, 두려움과 애정을 동시에 품은 텍스처가 된다.
드라마는 3회에 이르러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7년 전 오광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그 배후에 방태섭과 추상아 부부가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암시되기 시작하면서다. 출소를 앞둔 박재상(이가섭)이 쥔 녹취록을 둘러싸고 각 세력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방태섭은 내부 압박 끝에 결국 검찰을 떠나 정치권으로 전격 이동한다. '창조당 영입 인재 1호'로 발표되는 장면에서 주지훈은 승부사 특유의 냉정함과 벼랑 끝의 아슬함을 과장 없이 밀도 있게 담아낸다. 배우와 캐릭터의 결합도가 얼마나 높은지 실감 되는 대목이다.

시청자의 반응은 이를 입증한다. 1회 2.9%로 시작한 '클라이맥스'는 2회 3.8%, 3회 3.9%(이상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특히 첫 방송 시청률의 경우 ENA 드라마 첫 방송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는 단순한 배우의 이름값이 이끌어 낸 결과가 아니다. 방태섭이라는 인물이 그만큼 시청자의 시선을 붙잡았고, 그 시선을 유지하는 힘을 주지훈의 연기가 만들어내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선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이후 그의 차기작 소식은 여럿 들려왔지만 공개된 작품으로는 '클라이맥스'가 처음이다. 이번 작품에서 주지훈은 선과 악의 경계에 놓인 인물의 복잡한 내면, 욕망과 감정이 맞부딪히는 미세한 지점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연기로 전작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총 10부작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방태섭이라는 인물은 점점 더 가파른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가고 있다. 권력의 정점을 향해 돌진하는 그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 그리고 그 끝에서 주지훈이 어떤 얼굴로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를 완성할지. 그 궁금증만으로도 매주 월·화요일 밤을 기다릴 이유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