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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퍼스널리티] 청춘의 설득력 있는 얼굴, '샤이닝' 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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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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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단어가 주는 싱그럽고 건강한 느낌이 좋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밀어 올리며 봄을 알리는 새싹의 힘찬 기운에도, 뜨거운 햇볕에도 지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끝내 달리기를 마치는 끈기에도, 이른 여름 마주한 과일의 풋내에도, 소나기 방울이 맺힌 풀잎의 싱싱함에도 이 단어는 곧잘 연상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에게 '청춘'이란 얼마나 까다로운 장르인가 생각해 본다. 시청자에겐 지나는 중이거나 이미 지나온 시간이기에 흔하고 익숙하지만, 그래서 가짜는 금방 드러나고, 더 쉽게 읽히기 마련이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정을 과하게 쏟아내면 오히려 설득력을 잃는다. 진짜 청춘의 얼굴은 늘 어딘가 비어 있고, 그 빈틈에서 감정이 새어 나온다. 말을 고르다 삼키는 순간, 손을 놓지 못하는 머뭇거림, 무너지지 않으려 단단해진 표정과 끝내 숨기지 못한 속내까지. 그 쉽지 않은 청춘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배우가 있다. 박진영은 바로 그 빈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짜 청춘의 얼굴을 완성해왔다.

2012년 드라마 '드림하이2'로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박진영은 아이돌 그룹 GOT7 활동과 병행하며 배우로서의 경력을 꾸준히 쌓아왔다. 흔히들 말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 오해하지만, 배우로 먼저 데뷔해 10여 년의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박진영을 그 범주로 설명하기에 그는 이미 결을 달리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청춘을 다루는 방식'이 있다. 그는 특정한 감정을 극대화하거나 극적인 순간을 부각하기보다 시간과 함께 축적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캐릭터와 만났을 때 빛을 발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한없이 다정한 연인(이자 전 연인) 유바비, '미지의 서울'의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연인 이호수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감정을 한층 한층 쌓아 올려 지속시키고, 관계의 온도를 뭉근히 이어가는 건 박진영 연기의 고유한 결로 어느새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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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은 현재 방송 중인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극본 이숙연, 연출 김윤진)에서 한층 또렷해진다. 드라마는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던 청춘 남녀가 서로의 믿음이자 인생의 방향을 비춰주는 빛 그 자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로맨스 드라마다. 박진영이 연기하는 지하철 기관사 연태서는 그의 직업 자체가 하나의 은유처럼 읽힌다.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역을 통과하는 사람. 막연한 꿈이나 실체 없는 미래를 쫓기보다 눈앞에 놓인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데에 집중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언뜻 보면 감정과 거리를 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묵묵하고 차가운 겉모습은 오히려 내면에 켜켜이 쌓인 감성을 감추기 위한 껍데기에 가깝다.

그런 연태서의 유일한 균열은 열아홉 시절 비극적인 사건과 함께 멈춰버린 첫사랑의 기억이다. 연태서는 그 멈춤을 끌어안은 채 어른이 됐고, 그 무게를 티 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박진영이 지금껏 여러 작품들에서 잘 해왔던, 바로 그런 종류의 인물이다. 말하지 않는 태도로, 깊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그 얼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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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10대부터 30대까지 이어지는 연태서의 시간을 표현하는 박진영의 방식에 있다. 그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연태서의 나이대별로 다름을 연기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본을 읽을수록 연태서에게는 나이가 들어서도 일관된 모습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그의 선택은 단순한 연기적 판단을 넘어 인물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는 건 표면이 아니라 쌓인 시간 속에 터득하게 된 내면이 버티는 방식이고, 그와 함께 고통을 받아들이는 각도다. 나이에 따라 크게 달리 보이기보다 힘듦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를 두려 했다는 그의 선택은, 연태서를 '성장한 사람'이 아닌 '버텨온 사람'으로 읽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섬세한 이해는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캐릭터에 대한 설득으로 번진다.

박진영이 '샤이닝'을 택한 이유도 이 배우다운 방식으로 솔직하다. 화사하게 빛나는 낭만보다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청춘에 더 끌렸다는 것, 그리고 남의 시선보다 본인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연태서의 태도가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것. 이 선택 앞에서 박진영이 어디를 향해 서 있는 배우인지는 충분히 짐작된다. 배우와 캐릭터가 겹치는 그 지점이 연기를 살아있게 만드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샤이닝'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김윤진 감독과 여러 작품을 통해 감성적인 필력을 인정받은 이숙연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계절의 온도를 장면마다 섬세하게 옮겨낸 연출과 관계의 결을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극본, 그 위에서 감정의 층위를 꼼꼼하게 표현하는 박진영.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 드라마일 테다.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국내 TOP10 시리즈 2위에 오른 것은 이미 시청자에게 통했다는 증거다.

'청춘'이란 장르가 까다로운 이유는, 누구나 그것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기억 속 청춘과 드라마의 청춘이 어긋나는 순간, 시청자는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박진영은 그 어긋남 없이 청춘의 얼굴을 완성하는 배우다. 그것도 소란스럽지 않게, 빈틈을 채우는 방식으로. 연태서가 지하철 궤도 위를 오늘도 묵묵히 달리는 것처럼, 박진영은 자신의 방식으로 배우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조이음(칼럼니스트) 



https://naver.me/5SKgKS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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