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리뷰M] 공든 라인업 무너지랴…위태롭게 버틸 '건물주' 하정우★★★
'건물주'는 빚에 허덕이는 생계형 건물주 기수종(하정우)가 목숨보다 소중한 가족과 건물을 지키기 위해 가짜 납치극에 가담하며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그린다. 하정우는 영끌의 대가로 대출 이자에 허덕이는 기수종을 연기했다. 빌런 요나(심은경)의 계략에 맞서 재개발 전까지 건물을 지키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 결국 민활성(김준한)의 장모 전양자(김금순)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기 위한 납치극에 뛰어든다.
지난 2007년 드라마 '히트' 이후 하정우의 19년만의 TV 드라마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이 있었지만 '안방'의 상징성을 생각한다면, 여전히 드라마에선 낯선 배우다. 수많은 흥행작을 배출한 만큼, 배우 하정우가 떠오르는 캐릭터들도 많다.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신과 함께', '암살' 등 그가 2010년대에 연기했던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시청자들에겐 선명하다. 물론 2020년대 접어들어 팬데믹 이후 내놓은 영화들이 연달아 아쉬운 성적표를 받으며 고배를 마셨지만.
'건물주'는 하정우의 필모그래피 유니버스 속 수많은 캐릭터들을 뭉쳐 만든 집합체의 인상을 준다. 생계난에 시달리는 소시민으로서의 짠한 모습은 '수리남'을 떠올리게 하고, '병맛'에 가까운 코미디는 그가 감독으로서 연출한 코믹 영화들, 납치극에 가담하며 독한 눈빛을 뿜어낼 땐 그가 맡았던 여러 악역들이 스친다.
이같은 익숙한 맛은 극 중 기수종이 어수룩하고 답답한 성격의 인물임에도 하정우의 연기이기에 일부 납득이 가능하게끔 만든다. 느린 전개로 루즈함을 부르는 구간에서도 '하정우식' 유머와 재치가 숨구멍을 만들려 애를 쓴다.
소위 '이름값'하는 주연 라인업에도 눈길이 간다. 하정우를 비롯해 임수정, 김준한, 정수정, 심은경이 모습을 비췄다. 특별출연으로는 김남길이 1회에 등장해 핵심 인물처럼 소개되더니 트럭에 치여 비명횡사한다. 넘치는 라인업을 이렇게도 자랑할 수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심은경의 변신이다. 그간 무해하고 여린 캐릭터를 연기해왔던 그에게서 이토록 피폐하고 섬뜩한 이미지를 볼 줄 몰랐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하정우의 진영에서 확장되는 코미디에 적절한 긴장감을 넣어주기에 충분한 밸런싱이다.
다만 서스펜스와 코미디의 구분선이 또렷하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그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이따금씩 몰입을 해치는 장면들도 눈에 밟힌다. 전개의 밀도도 아직은 느슨한 편이다. 기수종- 김선의 부부 관계, 건물 재개발 스토리, 납치극까지 한 번에 풀린 여러 플롯들을 어떻게 완성된 형태로 묶을지도 관심 대상이다. 무너질 듯 버티는 기수종의 질주가 어떻게, 어디까지 이뤄질 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구축한 공든 라인업에 더욱 기대가 걸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