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 훌륭한 멜로영화였어 완벽한 해피엔딩이야
- 나는?
- 너는 뭐 그냥 잠깐 깔짝거리던 조연? 협박했으니까 빌런인가?
- 오로라는? 폭포는? 우리가 같이 듣던 노래는?
- 아, 뭐 그런 장면들도 있었지만 결론이 저렇게 났으니까 지워 버려야지 너무 꼴사납고 찌질하잖아?
계속 그 사이에 끼어 있으면 이미 정해진 결말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쉬지 않고 돌아갈 거야
보고 있으니까 슬프지? 아프지? 괴롭지? 그러니까 안 본 척, 모른 척, 아닌 척해
너 그런 거 잘하잖아 그때처럼. 그래, 그때처럼 하면 돼 안 본 척, 모른 척, 아닌 척 도망가!

차
- 혼자 8인실 병실에 누워 있는 여자한테 이대로 죽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가족을 내가 본 적이 있어
'한 번도 원하는 걸 가져 본 적이 없는 아이'라고 했었지?
어쩌면 그쪽은 갑자기 바뀐 환경 때문에 나온 게 아니라 아주 더 깊고 어두운 과거에서 나온 게 아닐까
- 어쩐지, 그 불쌍한 걸 봐서 네가 그렇게 다정했구나
맞아, 얘가 이렇게 불쌍한 애라 내가 나온 거야
- 그럼 행복해지면 더 이상 안 나오는 건가? 사라지는 거야?
- 뭘 모르네 행복해질 수가 없는 애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