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의 여자 주인공 사라킴(신혜선 분) 사진|넷플릭스
최옥찬 심리상담사ㅣ넷플릭스 드라마 <레이디 두아>(연출: 김진민/극본: 추송연/출연: 신혜선, 이준혁, 이이담, 김재원, 정다빈, 신현승, 박보경, 배종옥, 정진영 등)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은 여자 사라킴(신혜선 분)의 욕망을 우리 삶의 현실에 비추어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300만원짜리 가방을 든 여자보다, 3,000만원짜리 가방을 든 여자의 말을 더 신뢰해. 그 가방 안에 든 게 쓰레기일지라도 말이야."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명품 거리의 화려함과 겨울 추위에도 밤새 줄을 서서 명품을 사려는 사람들과 명품 거리 밑 하수구에서 명품을 걸치고 얼어 죽은 시신이 동시에 공존한다. <레이디 두아>의 추송연 작가가 "배금주의, 계급주의가 만연한 현실을 이용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자 한 한 인물의 이야기"라고 인터뷰했듯이 물질적인 욕망을 스릴러라는 장르로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드라마 <레이디 두아>는 돈이 가장 우선시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인간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소외되는지 보여준다. 사라킴에게 속은 백화점 회장 최채우(배종옥 분)는 "걘 진짜 난 년이었던 거예요"라고 사라킴을 평가한다.
사라킴은 머리가 매우 좋은 사기꾼이자 예술가다. 빈센트 반 고흐처럼 살아있을 때는 인정받지 못했다가 사후에 거장이 된 천재 예술가들이 있다. 사라킴은 자신이 만든 '부두아'를 명품으로 존재하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소멸시킨다. 천재 예술가의 작품이 사후에 명작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사라킴의 작품인 부두아는 명품이 되었다.
사라킴처럼 나다움을 버리고 명품을 남긴 삶이 진정한 가치 있는 삶인지는 잘 모르겠다. 인문학에서는 나다운 삶을 가치 있고 행복하다고 하니까 말이다.
사라킴이 형사 박무경(이진혁 분)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사라킴은 박무경이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기합리화를 잘한다. 심리학적으로 자기합리화는 실제 동기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설명을 덧붙여 자신의 자아상을 보존하려는 무의식적 인지 재구성 과정이다. 여기서 핵심은 의식적 거짓말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기합리화를 하는 사람은 실제로 그 설명을 믿는다. 우리 마음은 진실을 왜곡하기보다 고통을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재배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합리화는 거짓이 아니라 상처 입은 자아의 방어로 이해할 수 있다.
사라킴과 박무경의 대화를 듣다 보면 사라킴의 이야기에 반박하기 어려울 정도다. 사라킴은 "사기꾼으로 보면 저는 사기꾼입니다. 사업가로 본다면 저는 사업가고요. 하지만 한 사람으로 본다면 절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한다. 박무경은 생각하다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으로 보면?”이라고 대답한다. 이에 사라킴은 여유 있게 미소 지으며 "끝까지 저에 대해 알 수 없겠죠"라고 말한다. 사라킴은 말장난 같은 궤변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라킴은 과거 자신의 이름을 바꾸어 다른 삶을 살면서 "어디서부터가 거짓말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거든요"라고 말한 것처럼 본래의 자기 자신을 잃어버렸다. 사라킴은 돈이 없어 명품을 사지는 못하고, 명품을 팔면서 무시당하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라킴은 매장에서 가장 비싼 명품 가방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명품에 어울리는 돈 많은 사람이 되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세상물정 모르고 판단력이 흐려졌다.
사라킴은 본래 자기 자신을 소멸시키고 다크 트라이어드(Dark Triad)라는 인간 성격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다. 다크 트라이어드는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성향의 세 가지 성격 특성을 묶어 일컫는 말이다. 드라마 <레이디 두아>의 작가가 언급한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성격 특성들이다. 이 세 가시 성격 특성은 공감의 결핍, 타인에 대한 도구화, 자기중심성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사라킴이 보인 매력적인 첫인상은 나르시시스트의 자신감과 사이코패스의 대담함이 결합된 카리스마다. 그리고 사라킴은 마키아벨리스트로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철저하게 타인을 도구로 이용한다. 사라킴은 정서적 공감이 부족하여 타인의 고통에는 무감각하지만, 인지적 공감이 뛰어나 타인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정확히 예측하여 상대방을 조종한다. 사라킴은 자본주의에서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사라킴은 사라져야 한다. 자신이 만든 부두아가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말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에서 인간을 단순한 심리적 존재가 아니라 자기(self)라는 관계적 존재로 규정한다. 인간은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자신과 관계 맺는 존재라고 한다. 즉, 인간은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는 과제’를 지닌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값비싼 명품일지라도 나다움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런데 드라마 <레이디 두아>의 배금주의 사회는 나다움을 명품보다 하찮게 여기게 한다. 나다움을 잃어버리면 절망할 수밖에 없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사라킴처럼 자기 자신이 되기를 거부하는 상태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인정받는 삶 속에서도 자기 상실의 절망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 최옥찬 심리상담사는
"그 사람 참 못 됐다"라는 평가와 비난보다는 "그 사람 참 안 됐다"라는 이해와 공감을 직업으로 하는 심리상담사입니다. 내 마음이 취약해서 스트레스를 너무 잘 받다보니 힐링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자주 드라마와 영화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서 소비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어서 글쓰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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