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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파반느 원작 책 추천하는 이유 ㅅㅍ
922 9
2026.02.2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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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미정이가 떠나면서 쓴 편지가 너무 생략됨 ㅠㅠ 그 편지내용 좋아서 타이핑해서 저장해 둔 거 있는데 다시보니 길긴 길다 ㅋㅋㅋ 영화로서는 중요내용만 적절하게 나오긴 했어.. 영상화 해준거만 해도 고맙고 영화 잘봤음 ㅋㅋㅋ 근데 원작 책도 강추니까 궁금하면 츄라이츄라이

길어서 전부 다 적지는 못했어.. 참고로 페이지는 전자책 기준임



아래는 원작 ㅅㅍ



p.479


갑자기 또... 눈물이 치밀어 오릅니다. 아시는지요? 돌이켜, 그곳이 춥고 어두웠노라 말할 수 있는 것도 이제는 스스로에게 그만한 어둠을 감당할 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당신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제 눈앞에 서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몹시도 지쳤을 눈을 언젠가 감아야 하는 순간이 닥쳐온다면, 저는 분명 당신을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말없이 제 짐을 들어주던 당신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제가 기억하는 당신의 첫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배려를 받은 것도, 이성과 함께 나란히 길을 걸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순간 당황해하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당신을 아주 친절한 사람이라 생각했다가... 그런데 이 사람은... 분명 남자잖아... 라고 생각을 고쳐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제가 만난 최초의 친절한 남자였어요. 그리고 유일한 남자일 것입니다.


...


그 순간순간마다 제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아마 모르실 거예요. 그리고 돌아와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도 모르실 겁니다. 당신을 만난 후로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이었고... 남과는 다른 이유로 흘리는 눈물이었어요. 왜 나는 아름다운 여자가 아닐까 울기도 했고, 차라리 당신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남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울기도 했습니다. 또 그런 이유조차도 없이... 당신의 목소리를 떠올리거나 당신이 보내준 잡지를 펴들고 울기도 했습니다. 느닷없이... 보고 싶어 운 적도 있었습니다. 어두운 밤길을 처음 배웅해 준 그 순간에도 눈물이 났고... 돌아서 걸어가던 당신의 등이 떠올라 울기도 했습니다. 지쳐 보이는 얼굴을 보고 눈물이 나기도... 어, 아무렇지 않아 그냥 어디 스쳤나봐 - 당신 스스로도 모르던 손톱만 한 상처를 보고서도 눈물이 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눈물이 뜨거운 것이란 사실을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한 번도 뜨거운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습니다. 눈물은 더없이 차가운 것이었고, 그때의 제 마음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알 수 있었습니다. 냉대를 받은 인간의 마음은 차가운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관심과... 사랑을 받은 인간의 마음만이 더없이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은 한 여자의 체온을 바꿔주었고, 한 여자를 둘러싼 세상의 기후를 바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달의 뒷면처럼 어둡고 어두웠던 저라는 여자를 바꾸어놓았습니다. 어느새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난날의 모든 상처가 사라졌음을... 그리고 이제는 튼튼하게 아물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저는 언제나 '진행형'의 상처를 안고 사는 여자였습니다. 끝없이 덧나고 영원히 이어질... 그런 상처를 안고 사는 여자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더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제 저는 그런, 흉터를 가진 여자일 뿐이에요. 그것이 얼마나 놀라운 차이인지 당신은 모르실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 사람의 여자에게 얼마나 큰 기적인지도 짐작할 수 없을 겁니다. 말하자면 제게... 당신은 그런 남자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 알 수 있었습니다.


...


p.487


어떤 변화가 생길까 두려워하고, 또 가끔 실망을 하기도 하면서... 그렇게 당신과 함께하는 삶을 '어쩔 수 없이' 생각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힘들었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그런' 삶을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라는 모든 걸 얻는 것이 인생의 가치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겨우, 가까스로 얻은 것을 지키고 보살피는 것이 인생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포기하고 포기하면서 세상을 살아온 저 같은 여자에게... 인생의 '가치'는 그런 것입니다.


..


p.488


원망하고 후회하는... 그런 삶 속에 당신이 함께한다는 것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일입니다. 걱정 마라, 세월이 흐르면 다 짝이 나타나는 거란다. 못이 박이도록 들었던 엄마의 위로처럼, 그런 삶을 함께할 남자라면 정말 누구라도 괜찮은 게 아닐런지요. 아니, 끝끝내 외로운 여자로 평생을 사아야 한다 해도 저는 당신을... 그런, 당신의 기억을 지켜내고 싶은 것입니다.


이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를 판가름하는 것도 결국은 시간일 거라 믿습니다. 하고 싶은 말도, 보고 싶은 마음도 길고 긴 시간의 흐름을 따라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갈 것입니다. 문득 처음 요한 선배에게 물었던 스스로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좋아할... 이유가 없잖아요? 아마도 그런, 질문이었다는 생각이지만 선배의 답변만큼은 또렷이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믿지 않겠지만 말이야... 인간은 매우 이상한 거야. 그렇습니다. 염치없는 부탁이지만 이런 이상한 여자를... 부디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제게 준 빛이 있는 한... 이제 어떤 삶을 살아도 저는 행복할 수 있을 거예요. 매일 아침 당신을 보고 싶어하는 여자에게서 도망친 것이 아니라... 실은 이 길을 택함으로써 끝끝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그러니까 저...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 얘기를 꼭 전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계속 저는 당신을 보고 싶어할 것이고, 또 그런 할머니가 되어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렇게, 이런 얼굴로 태어난 여자지만 저의 마지막 얼굴은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얼굴일 거예요. 그리고 끝으로... 꼭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사랑합니다.


한 번도 못한 말이고 다시는 못할 말이지만... 부디 받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곡차곡 이 말을 눌러쓰면서 알았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인간만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도 있는 거라고... 저 역시 스스로를 사랑하면서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안녕히 계시기 바랍니다.


편지는 그렇게 끝이 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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