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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미쓰홍 〈언더커버 미쓰홍〉, 1990년대라는 에너지와 희망 [콘텐츠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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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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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더커버 미쓰홍〉은 익숙한 문법을 비틀어, 1990년대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증권가를 언더커버의 무대로 삼는다. 돈과 권력이 노골적으로 횡행하는 ‘증권회사’를 선택했다는 점부터 시선을 끈다.

홍금보(박신혜)는 35세의 패기만만한 증권감독관이다. 오로지 실력만을 내세우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한민증권의 부정을 추적하던 중, 내부고발자의 의문사로 한순간에 위기에 몰린다. 윤 국장은 홍금보에게 비공식 작전을 제안한다. 신입사원으로 위장취업해 비자금 회계장부를 찾아오라는 것이다. 홍금보의 ‘언더커버’는 단순한 ‘나이 속이기’가 아니다. 능력을 숨긴 전문가이자, 당대의 통념과 상식을 뛰어넘어 시스템 내부로 침입하는 일종의 영웅이 된다.


1990년대의 증권가는 지금과 다른 규칙으로 움직인다. 여직원은 모두 유니폼을 입어야 하고, 남직원의 커피 심부름과 서류 전달을 도맡는다. 유능함은 칭찬보다 의심을 먼저 불러오고, 승진하면 실력을 인정하기보다 ‘누구 눈에 들었나’라는 뒷소문이 따라붙는다. 시대를 앞서 2020년대의 합리성과 젠더 감수성을 장착한 홍금보가 한민증권에 던져지는 것만으로,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충돌을 만들고 코미디를 탄생시킨다. 베테랑의 여유와 날카로움이 담긴 눈빛, 어설프고 들뜬 신입의 말투가 공존하는 홍금보를 연기하는 박신혜는 불타는 부조화를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현실에 붙잡아둔다.


조연들의 인상적인 앙상블은 〈언더커버 미쓰홍〉의 세계를 풍성하게 확장한다. 위기관리본부 직원들, 여직원 기숙사의 동료들, 각자 욕망과 비밀을 품은 상사들은 단순한 웃음 장치에 머물지 않는다. 개인의 윤리보다 조직 논리가 앞서고, 성장에 대한 욕망과 불안이 뒤엉켜 있던 1990년대 직장인의 생존 방식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1990년대의 공기는 개성적인 조연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장르적으로도 욕심이 많다. 기업 비리를 다루는 사회 드라마 위에 로맨틱 코미디를 얹고, 여기에 오너 일가 외아들의 의문사와 후계자 전쟁이라는 막장 요소까지 끌어들인다. 연출은 과장되고, 편집은 빠르며, 자막과 음악은 만화적이다. 현실성과 리얼리즘을 다소 희생하는 대신 〈언더커버 미쓰홍〉은 1990년대를 ‘재현’하기보다 ‘재해석’한다.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기억과 상상을 뒤섞어 새로운 1990년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1990년대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MZ 세대에게는 오히려 즐겁고 자유롭게 소비할 수 있는, 일종의 ‘힙한 과거’가 된다.

1990년대가 자주 호출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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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뒤틀린 혼돈의 세월이었지만 동시에 변화와 희망의 시대였다. 군사독재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서툴게 연습하던 혼란의 시기였고, 외환위기를 통과하며 사회 전체가 요동치던 격변의 시대였다. 집단주의에서 벗어나 근대적 개인을 찾아가던 여명기이자,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던 체제의 과도기이기도 했다. 여러 대형 참사와 외환위기라는 비극을 겪으면서도, 사회 전체는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아직 유효하던 시간이었다. 전혀 내일이 보이지 않는 지금, 1990년대는 낭만과 희망의 시대로 보인다.

홍금보라는 캐릭터는 1990년대적 가능성의 결정체다. 35세의 노련함과 20대 신입의 위치를 동시에 지닌 그는, 개인이 시스템을 흔들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의 잔상을 체현한다. AI가 무한한 정보를 제공하며 정답을 제시하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선택만이 합리적으로 여겨지는 지금과 달리, 1990년대는 무모한 도전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어지던 시대였다.


〈언더커버 미쓰홍〉이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자신의 정체를 숨길수록 오히려 답답해진다는 데 있다.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그들은 위험해지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얻는다. 지금 쓰고 있는 가면이야말로 가장 견디기 힘든 족쇄다. 1990년대라는 뜨거운 용광로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한 여성의 언더커버 서사는, 단순한 복고 드라마를 넘어 현재를 향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언더커버 미쓰홍〉은 다소 유치하고 과장된 설정을 빌려 꽤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가. 성공과 돈이라는 단순한 목표에 자신을 위장취업시켜 놓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무모한 홍금보의 ‘언더커버’를 끝까지 응원하게 하는 이유다. 아무리 앞이 보이지 않아도, 정체를 드러내고 달려야 할 순간은 결국 올 테니까.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308/0000037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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