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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폭풍의 언덕' 에머랄드 펜넬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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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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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막론하고 위험한 러브 스토리는 마음을 애태운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주인의 딸 캐시와 고아 소년 히스클리프는 절대 떨어지지 않기로 약속하지만 오해가 훼방을 놓는다. 성인이 된 뒤 재회한 캐시(마고 로비)와 히스클리프(제이콥 엘로디)가 캐시의 결혼 이후에 약속을 지키려 하면서 이들의 관계는 격랑에 휩싸인다. 2026년 버전의 <폭풍의 언덕>은 <프라미싱 영 우먼>으로 전형을 벗어난 복수극을 선보였던 에머랄드 펜넬의 손에서 탄생했다. 2월11일 개봉을 앞두고 감독을 만나 작품의 해석 방향에 대해 들었다. 설 연휴를 맞아 이 영화와 함께 역대 영화화 작품들과 원작 소설까지 감상한다면 풍요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 <폭풍의 언덕>을 14살 때 처음 읽었다고. 어릴 때 접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당신 곁에 맴돌았던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 나는 정말 책을 많이 읽는 여자아이였는데, <폭풍의 언덕>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을 느꼈다. 아주 관능적이면서도 강렬했다. 분명 사랑 이야기인데, 캐시와 히스클리프의 관계를 로맨스로 정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어린 나이에도 들었다. 나는 처음부터 이 소설과 깊이 연결됐고, 그 경험은 이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살아오면서 <폭풍의 언덕> 얘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영화로 만들 기회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그것은 두려움이기도 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막막했다. 한때는 개인적인 감상을 모두 배제하고 문자 그대로 옮기는 편이 낫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고 돌아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때 느꼈던 나만의 은밀한 감각을 스크린에 옮겨보 자는 것이었다.



- 안개를 상징적으로 썼다. 명쾌한 답도, 확실한 미래도 보이지 않는 풍경이 두 연인의 앞날과 닮았다.
= <폭풍의 언덕>에서 자연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사실상 이야기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황야의 날씨와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현대까지도 이어지는 하나의 질문을 품고 있다. 안전하고 편안한 선택을 할 것인가, 위험하지만 본질적인 선택을 할 것인가. 자연에 몸을 맡길 것인가, 그것으로부터 물러설 것인가. 이 질문은 곧 캐시의 딜레마고 내게 <폭풍의 언덕>은 이 선택의 순간을 바라보는 이야기다.



- 당신의 캐시는 자유롭고 파괴적이다. 마고 로비의 또 다른 캐릭터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할리 퀸처럼 보일 때도 있다는 점이 예상치 못한 웃음 포인트였다.
= 그 모습이 바로 내가 처음 <폭풍의 언덕>을 읽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느껴온 캐시다. 겉으로 보기에 캐시는 들판을 뛰어다니는 거친 인물인데 감정적으로도 요동친다. 한순간 극도로 사랑스럽다가도 이내 분노에 휩싸인다. 잔인하고, 탐욕스럽고, 버릇없으며 허영심도 강하다. 세상에, 여러모로 용서받기 힘든 인물이다. 그렇기에 캐시는 문학사에서 가장 매혹적인 여성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캐스팅 과정에서 이 모든 면모를 한몸에 담아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마고는 꿈 같은 선택이었다. 캐시는 용서할 수 없는 것조차 용서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인데 마고가 그랬다. 또 나는 영화를 소설보다 더 긴 시간대에 걸쳐 그리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 떠난 히스클리프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오는 과정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드러나길 바랐다. 그래서 원작보다 조금 더 나이 든 인물과 배우가 필요했다.



- 히스클리프는 수줍은 소년에서 야생동물 같은 남성으로 변모한다. 제이콥 엘로디의 산 같은 육체와 허스키한 목소리가 관능미를 끌어올린다.
= 히스클리프는 가장 끔찍한 순간에도 인간다움이 남아 있는 인물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인물을 소화할 배우가 절실했다. 제이콥을 선택한 건 전작 <솔트번>을 함께하며 그의 역량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대했던 대로 그는 히스클리프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한 연기를 보여줬다. 사랑하기 힘든 존재를 끝내 사랑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 배우다.



- 의상 역시 강렬하다. 피를 상징하는 레드를 중심으로 원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도 현대적인 터치를 더했다.
= 캐시의 의상은 붉은색을 중심으로 검정과 흰색이 주를 이룬다. 어떤 공간에 놓여도 주변과 분리되어 보이고 쉽게 잊히지 않는 캐시를 표현하기 위해서 선명한 색채를 썼다. 반면 캐시 남편(샤자드 라티프)의 여동생 이사벨라(앨리슨 올리버)는 주변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캐릭터라 의상에 부드러운 색감을 사용했다. 이 지점에서 천재적인 디자이너 재클린 듀런 의상감독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의상을 보는 차원을 넘어, 수많은 텍스처와 회화, 사진을 함께 참고하며 긴 대화를 나눴다. 사실 이것은 의상팀에만 국한된 작업 방식이 아니었다. 모든 스태프에게 배우들에게 했던 것과 같은 요청을 했다. 감정과 느낌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 영국의 90년대생 싱어송라이터인 찰리 XCX가 음악에 참여했다. 일렉트로팝이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와 어울릴까 싶었는데, 기묘한 조화를 이루더라. 몽환적인 오토튠 보컬에는 금지된 사랑에 빨려들게 하는 힘이 있었다.
= 모든 협업자를 찾을 때 기준으로 삼은 건 ‘감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가’였다. 찰리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프라미싱 영 우먼>의 오프닝에 그의 곡을 사용한 뒤부터 그의 작업을 존경해왔다. <폭풍의 언덕>을 준비하며 찰리에게 시나리오를 보냈다. 어떤 의뢰도 하지 않았고, 다만 이걸 읽고 어떤 감정이 드는지 말해 달라고만 했다. 다행히도 시나리오를 좋아해준 찰리가 자신이 느낀 감정을 풍성하게 들려주었고, 끝에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뭘 원하세요?” 그 이후로 찰리는 정말 아름다운 곡들을 보내주었다. 시대적 배경과 형식의 차이를 넘어 인물들의 감정에 곧장 닿는 진실한 음악이었다.



- 죽어서도 사랑하겠다는 이야기가 사랑을 주저하는 동시대의 관객에게 어떻게 닿길 바라나.
= 사랑은 원래 위험하고 치명적이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달콤 쌉싸름한 비극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와 연결되기를 갈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결됨’을 즉각적으로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면 극장을 찾으면 된다. <폭풍의 언덕>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함께 웃고, 울고, 몸을 뒤척이고, 숨을 멈추길 바란다.



https://naver.me/GXFUen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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