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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외신기자가 분석한 '어쩔수가없다' 오스카 탈락과 북미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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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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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bGYnk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제지 공장 관리자가 회사의 인수합병으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삶이 무너지는 과정을 탁월하게 그린다. 그에게 실업은 중산층에의 열망에 대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회사에 헌신한 수십년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만수는 자신이 어떻게 일회용처럼 버려지게 됐는지 잘 모르지만, 이 경험으로 다른 이들을 버려도 되는 존재로 바라보게 된다. 그는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기업 체제를 비난하기보다, 축소되는 시장에서 관리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므로 몇건의 살인은 현상 유지를 위해 치러야 할 작은 희생에 불과하다. 그의 노력은 우스운 동시에 소름 끼친다.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의 스토리는 1997년 책이 처음 출간됐을 때보다 오늘날 미국 관객에게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2026년 미국 노동자들은 침체된 고용시장뿐만 아니라 AI에 의해 더 많은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전망에 공포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미국 실질소득은 하락했으며, 많은 미국인들이 부채, 인플레이션, 고용시장 문제로 고군분투했다. 미국 관객은 만수처럼 극단적인 해결 방법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경제적 어려움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어쩔수가없다>의 현대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논평은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큰 호응을 얻었고,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으로 이어졌다. <뉴욕타임스>의 마노라 다지스는 이 영화를 두고 “완벽하게 균형 잡힌 숏 하나하나에서 감탄”했다고 평가했다. ‘로저이버트닷컴’의 브라이언 탈레리코는 “놀라운”, 그리고 “독보적인 보석”이라고 묘사했다. <롤링 스톤>은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 영화는 골든글로브 3개 부문 후보 지명을 비롯해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 2개 부문 후보 등 수십개의 상과 후보 지명을 받았다. <어쩔수가없다>는 2025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국제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래서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쩔수가없다>가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을 때, 일부 비평가와 영화 팬들은 놀라워했다. <데드라인>은 이 영화가 “오스카 유력 후보작의 모든 요소를 갖췄음에도” 안타깝게도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어쩔수가없다>는 12월 예비 후보 명단에는 포함되었으나 최종 후보 5편에는 오르지 못했다. 박 감독 작품이 예비 후보에 올랐으나 최종 후보에 들지 못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탕웨이와 박해일이 주연한 <헤어질 결심> 역시 호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최종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LA타임스>는 올해 오스카에서 소외된 작품으로 <어쩔수가없다>를 꼽으며 박 감독의 작품들이 오랫동안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레딧’의 팬들은 박 감독이 최근에 미국작가조합(WGA)에서 제명된 사건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의문을 제기한다. 할리우드영화계는 노조를 강하게 지지하며 파업 기간 중 작업한 이들을 좋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아카데미상은 1만명 이상의 영화계 구성원 투표로 결정되므로 박 감독의 WGA 제명이 작품 배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박 감독은 주로 한국에서 활동하지만, HBO 맥스 시리즈 <동조자> 작업 당시 공동 작가 돈 맥켈러와 함께 WGA에 가입했다. 두 사람은 2023년 6개월간 진행된 작가 파업 기간 중 <동조자> 작업을 계속했다는 혐의로 제명됐다.


<동조자>의 모든 대본은 파업 전에 완성되었고 촬영도 종료된 상태였으나 박 감독의 제작사 모호필름은 파업 기간 중 새로운 장면에 대한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에서 대본 작성이나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모호필름은 이를 파업 위반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그러나 WGA는 2025년 8월 박 감독과 맥켈러를 제명했다. 비엣 타인 응우옌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조자>는 2024년 공개해 호평을 받았으며,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박 감독은 비회원 자격으로 미국에서 작업할 수 있으나 넷플릭스, 디즈니, HBO 맥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의 향후 WGA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수 없다. 물론 이번 제명 조치가 미국 스튜디오 시스템 밖에서의 프로젝트 작업 가능성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3월에 열리는 WGA 시상식의 수상 결과는 종종 아카데미 수상작을 예측하는 지표로 여겨지지만, <어쩔수가없다>는 그런 인지도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2026년 1월27일 WGA는 이 작품이 조합의 엄격한 제작 기준과 서명(Signatory)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26년 WGA 시상식 출품 자격이 없다고 선언했다(WGA는 3년에 한번 스튜디오, 방송국과 만나 작가들이 받아야 하는 보수의 최저선을 협상한다. WGA는 이 협상에 찬성한 스튜디오의 목록인 ‘WGA 서명’(WGA Signatory)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조합의 작가들에게 알린다.-편집자). WGA의 공식 입장은 이 작품을 조합 시상식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지만, 수상 자격 박탈이나 WGA에서의 배제가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쩔수가없다>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의 예비 후보군에선 제외되지 않았다. WGA 회원 자격이 오스카 후보에 오를 수 있는 자격 요건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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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선정에는 또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는 점. <버라이어티>는 이 영화가 비평적으로는 호평을 받았지만, 브라질의 <시크릿 에이전트>(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로), 프랑스의 <그저 사고였을 뿐>(감독 자파르 파나히), 스페인의 <시라트>(감독 올리버 라세), 노르웨이의 <센티멘탈 밸류>(감독 요아킴 트리에), 튀니지의 <힌드의 목소리>(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 등 올해의 강력한 최종 후보작들에 비하면 경쟁력이 부족했다고 전했다. 흔히 말하는 ‘오스카를 노리는 영화’의 기준은 시대정신(Zeitgeist)의 영향을 받는다. 아카데미는 시의성 있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며, 올해 최종 후보작들 역시 억압, 정치적 불안정, 전쟁의 참상을 주제로 삼고 있다. 미국 내 양극화된 정치 환경은 민주주의 붕괴, 시민의 자유 침해, 국제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는 헤드라인과 격렬한 논쟁을 촉발시켰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3일 새벽 베네수엘라에 군사를 투입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미국으로 압송했다. 1월31일에는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구매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네소타주에서 열린 반(反)이민세관단속국 시위에서 시민 2명이 연방요원이 쏜 총을 맞고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편집자). 이러한 문제들을 탐구하는 영화들은 아카데미가 자격을 갖춘 후보 목록을 최종적으로 좁힐 때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물론 <어쩔수가없다>는 자본주의를 어둡고 희극적으로 비판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으로 충분히 읽힐 수 있으며, 실제로 <데드라인> 역시 이 영화를 ‘오스카용 영화’로 분류했다. 다만 현재 미국에서 격렬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는 정치적 주제들과는 충분히 밀착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불안은 다른 현안들에 비해 일시적으로 뒤로 밀려났을 수 있고, 그 결과 다른 후보작들의 주제 의식과 톤이 더 시의적절하고 중요하게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최종 후보 지명을 받은 <시크릿 에이전트>는 1977년 브라질 군사독재 정권을 배경으로 한다. 비극적 코미디 <그저 사고였을 뿐>은 한 남자가 과거 자신을 고문했던 인물이라고 믿는 사람과 우연히 마주치는 이야기다. <힌드의 목소리>는 가자지구 전쟁 속에서 고립된 6살 소녀와의 전화 통화를 다루며, <시라트>는 전쟁이 점점 확대되며 위협받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센티멘탈 밸류>는 영화감독과 배우 딸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조명한다. 감독은 고문을 당한 가족구성원에 관한 영화에 딸을 캐스팅하려 한다.


그렇다고 <어쩔수가없다> 배제를 한국 작품 전반에 대한 평가나 판단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지난 10여년간 한국 영화인과 한국 디아스포라 창작자들은 할리우드에서 지속적으로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2019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1차 예비 후보(9편)에 올랐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20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영화사에 한획을 그었다. 윤여정은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계 미국인인 배우 스티븐 연과 정이삭 감독 역시 후보에 올랐다. 셀린 송 감독은 2024년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로 지명됐다. 올해는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이 참여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의 장편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두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수상 후보 지명과는 별개로 <어쩔수가없다>는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선전하며 박찬욱 감독의 작품들을 더 많은 관객에게 알리고 있다. 이 영화는 2025년 12월 25일에야 미국 극장에 상영되기 시작했다. <기생충>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흥행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어쩔수가없다>는 박 감독의 미국 박스오피스 사상 최대 흥행작이 될 수 있다. 1월 말 기준, 이 영화는 미국 내 약 700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어쩔수가없다>는 북미 박스오피스 첫 한달 동안 약 900만달러(약 13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어쩔수가없다>의 주인공처럼 박찬욱 감독은 탐나는 상을 두고 여러 유능한 경쟁자들과 맞서야 했다. 다행히 그는 이미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왔기에, 한두개의 상을 놓친다고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만수와 달리, 경쟁자를 제거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https://naver.me/F1am2tY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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