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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특집] '왕과 사는 남자' 박지훈 인터뷰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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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6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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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이 왕좌에서 물러난 연약한 어린 왕. 단종이 지닌 오랜 이미지는 쟁취하는 것보다 뺏기는 것, 힘 쓰는 것보다 잃는 것에 가까웠다. <왕과 사는 남자>는 역사적 사료에 상상을 뒤섞어 단종에 대한 재해석을 시도한다. 생동하는 역사를 새로 쓰겠다는 강인한 의지의 주인으로서, 격식 없이 백성들과 함께 웃는 평등한 지도자로서. 폐위된 왕 이홍위의 프리즘을 넓힌 영화는 박지훈의 처연한 눈과 강단 있는 목소리를 통해 단종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한다. 잊힌 역사는 어떻게 생명을 얻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박지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을 들여다봐야 한다. 왕의 슬픔을 체화한 그는 아직 채 흘러가지 않은 이홍위의 시간을 품고 있다.



- 언론·배급시사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태로 인사를 했다. 시사를 보며 운 듯하다.
= 영화의 최종 버전을 그날 처음 봤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마지막 여운이 훨씬 더 길게 남았다. 너무 이입해서 그런지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장항준 감독이 단종 역으로 박지훈 배우를 점지한 이유를 여러 차례 설명했다. 그렇다면 박지훈은 왜 단종을 선택했을까. 단종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불어넣고 싶었던 이유는.
= 큰 스크린에 내 연기가 담기는 게 사실은 부담스러웠다. 아직 나는 나의 연기에 의구심이 많은 편이라 비운의 왕이 사람들을 잃어갈 때 느끼는 슬픔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내 나이에 그걸 잘 드러낼 수 있을까. 그럼에도 <왕과 사는 남자>를 선택한 건 오직 장항준 감독님 때문이다. 서너번의 미팅을 하면서 감독님이 “지훈아, 단종은 너여야만 해”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마치 영화가 끝났을 때처럼 여운이 길게 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차에서 창밖을 보는데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이러한 믿음이라면 나도 뛰어들어봐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 사극이 처음은 아니지만 왕권을 연기하는 역량은 다르게 다가왔을 듯하다. 이홍위와 엄흥도(유해진)의 삶의 태도가 다른 것처럼 계급에 따라 연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왕권으로서 어떤 지점을 잘 드러내야 한다고 판단했나.
= 다른 왕이 아닌 단종이지 않나. 모든 걸 잃고 유배를 떠나는 과정에서 푸석하고 야윈 모습을 그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더 상위 표현을 쓰자면 피골이 상접한 얼굴이어야만 했다. 짧은 대답을 할 때조차도 물 한 모금 못 마신 사람처럼 목소리가 말라 있어야 했다. 첫 촬영은 계유정난이 일어나고 한명회(유지태)가 걸어들어오는 장면이었다. 그때 멀리서 오는 유지태 선배님이 너무 무서워서 잔뜩 경직되자 장항준 감독님이 “지훈아, 하고 싶은 대로 해” 하고 풀어준 기억이 난다.



- <약한영웅 Class 1>의 시은이 목소리도 워낙 낮은 편이지만 이홍위는 거기에 중심축이 강하고 매서운 특징이 더해진다. 음성 연기에 어떤 분석을 더했나.
= 나만이 알고 있는 디테일이 하나 있다. 아무도 모르는 것 같지만. (웃음) 초반의 이홍위 목소리에는 호흡이 많이 섞여 있다. 두려움 많은 이미지를 전하고 싶어서 공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시간이 지나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범의 눈으로 변하면서 그때부터 중심축 있는 결단력 높은 목소리를 썼다. 호흡이 거의 없고 직선으로 내지르는 방식이다. 한명회에게 소리 지르는 장면을 기점으로 이홍위 안에서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정신이 똑바로 선 것이다.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어디인가.
= 선배님과 에너지를 잘 나눴다고 생각이 들었던 장면은 이홍위와 엄흥도가 마지막 대화를 나누던 장면. 그 장면은 리허설 할 때부터 너무 많이 울었다. 정말 아버지와 아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리허설 때 너무 울어서 촬영 때 눈물이 마를 정도였다. 그때 유해진 선배님과 에너지를 정말 잘 주고받았다. 스태프들도 모두가 고요했다. 이게 얼마나 소중한 장면인지 모두가 아는 느낌이었다. 그 고요한 밤을 잊을 수가 없다. 배우로서도 손에 꼽는 경험이었다.



- 일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산이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런 경험에 가까워 보인다.
= 맞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진짜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유해진 선배님과 이러한 감정 연기를 했다는 것 자체가 나한테 영광이다.



- 언론·배급시사로 영화가 개봉된 뒤에 <왕과 사는 남자>를 기점으로 박지훈의 변곡점이 생겨날 것이라는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 나는 사실 에고 서치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 거의 안 한다. 그런데 장항준 감독님이 언론과 대중의 반응을 계속 보내주신다. 바로 옆에 계신데도 메시지로 계속 보내주신다. (웃음)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거기에 들뜨기보다는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이젠 진짜 무게감을 지녀야겠다고 다스리게 된다.



- 마음이 들뜨면 누르는 편인가.
= 그런 편이다.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운 것 같다. 외부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그런데 이게 단점으로 다가올 때도 있다. 충분히 기뻐할 만한 일에도 기뻐하지 않고 감정을 누르고 지나갈 때도 있다. 자기 자신을 낮추게 되고. 내 성격이 그런 것 같다.



- 한명회와 전면전을 치르던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그에게 고성을 지르는 장면은 왕좌를 빼앗겼으나 왕권의 자긍심과 존엄함을 잃지 않은 면모를 보여준다.
= 그 장면에 들어가기 전에 딱 한 가지만 생각했다. 더이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 그래서 유지태 선배님에게 그렇게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설령 실패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저항했다는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 말 그대로 믿었다. 이건 우리의 과정이다. 실패하더라도 이 모든 과정을 남겨야만 한다.



- 영월에서 나고 자란 것들을 정성스레 요리한 음식들을 맛보았다. 마을 사람들의 애정이나 보살핌을 은유하는 만큼 음식 소품이 잘 만들어졌을 듯한데.
= 다슬깃국이 정~ 말 맛있었다. 한입 먹는 순간, ‘이건 고봉밥으로 한 그릇 뚝딱인데?’라고 생각했다. (웃음) 당시 극심한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는데 염분이 입에 들어오는 순간 흰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 이홍위가 엄흥도에게 운명을 맡겼던 마지막 장면에서는 진짜 엄흥도가 된 유해진 배우의 열연을 어떻게 지켜보았나. 촬영장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 감히 내가 유해진 선배의 연기를 ‘봤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그날 현장에 같이 못 있겠더라. 선배님도 일부러 나를 보지 않으셨다. 감정이 곧 터질까봐. 나도 그랬다. 감정이 주체가 안될 것 같아서 현장에서 멀리 있었다. 그 신만큼은 정말 못 보겠더라. 선배님이 활줄을 홀로 당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서.



- 일반 시사를 하면서 관객들을 두루 만났다. ‘볼하트 해달라’와 같은 특정 요구사항을 적은 팬들의 스케치북을 보고 무대인사 중에 조용히 미션을 실행한다. 아무도 모르고 팬과 배우만이 알아채는 귀여운 문화다. 투어스의 앙탈 챌린지를 짧게 해달라는 스케치북을 보고 미세하게 실행하는 짧은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너무 짧아서 긴가민가 하기도 하다.
= 앙탈 챌린지 한 거 맞다. (웃음) 어떤 순간은 그런 느낌도 든다. 선생님 뒤에서 몰래 춤추는 느낌. 푸하하! 다른 분들 말씀하실 때 방해되면 안되니까, 조용조용 묵음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게 그렇다. 상영관에 들어가는 순간 스케치북이 정말 잘 보인다. 이 자리까지 멀리 와준 팬들이 너무 고마워서 안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팬들이 어떤 제스처를 부탁할 때 망설이지 않고 잘하는 게 나의 무기라고도 생각한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니까. 애교, 춤, 하트 이런 행동이 거리낌없이 나오는 건 오직 그들이 기뻐해줄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팬들이 행복해하는 걸 보면 나도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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