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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특집] '왕과 사는 남자' 유해진 인터뷰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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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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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는 배우 유해진의 종합 선물 세트다. 코미디부터 무게 있는 드라마까지 그동안 배우 유해진이 보여줬던 거의 모든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에서의 능청스러움과 <이끼>(2010)에서의 광기가 공존한다. 중견 배우들을 향한 관객의 피로감이 종종 언급되지만 단언컨대 유해진 배우는 예외다. 비결을 물을 것도 없었다. 그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다. “첫째는 ‘재밌는가’다. 여기서 재미란 꼭 웃기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웃음을 주든, 생각할 거리를 주든, ‘이 영화를 왜 하는가’에 대한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요즘은 거기에 하나가 더 추가됐다. ‘과연 관객이 극장에 올까? 극장까지 와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인가’를 고민한다.” 유해진 배우는 극 중 엄흥도를 “곁을 내어준 사람”이라 평했다. 이 말을 그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주고 싶다. 그는 (한국영화의) 곁을 지키고, 관객에게 곁을 내어준 배우다.



- 유배지에서 어린 단종을 모시는 촌장 엄흥도 역을 맡았다. <올빼미>(2021)에서는 왕(인조)을 연기했으니 곤룡포를 벗고 촌장이 된 셈인데.
= 훨씬 편하다. (웃음) <올빼미> 때 곤룡포를 입고 연기할 때는 정말 무게감이 다르다. 역할의 무게감도 있지만 옷이 정말 무겁다. (웃음) 궁중 복식을 담당하는 분이 오셔서 안에 무엇을 입어야 하고, 끈은 어떻게 매야 하는지 하나하나 다 해주셨는데 복식을 갖추는 순간 동작도 제한되고 신중해진다. 반면 이번에는 복식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확실히 있었다. 현장 분위기도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하고 편안했다.



- 단순히 간소한 의상이 주는 편안함만은 아닐 것 같다. 역사가 스포일러라고 하지만 모두가 아는 이야기임에도 관객을 웃기고 울린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처럼 본성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 장항준 감독에게 연락을 받고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그냥 재밌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역사 속 단종(이하 이홍위)의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는 비극이지 않나. 유배지에서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낸 상상력이 흥미로웠다. 좋은 이야기는 모두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왕을 모시는 입장이 되어 관찰자처럼 곁에서 함께하다 보니 역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전반부는 코미디가 빛을 발한다. 이홍위가 호랑이를 잡는 에피소드를 고을 수령에게 전달하는 에피소드 등 엄흥도가 상황을 묘사하는 장면들을 보면 <해적: 바다로 간 산적>에서 바다의 고래를 묘사하던 탁월한 입담이 떠오른다.

= 장항준 감독은 배우의 생각을 정말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 열려 있다. 가령 홍위가 호랑이와 대결하는 장면 묘사는 시나리오와 조금 다르게,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섞어 표현한 부분이 있다. 반면 홍위가 먹을 ‘쌀밥’을 묘사하는 장면처럼 대본에 충실한 장면도 있다. 목표가 있다면 대본에 있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게 찍는 거다. 허락된 범위 내에서 어떻게 하면 장면이 더 풍성해질까를 고민하며 살을 붙여나갔다.



- 장항준 감독의 영화에는 묘한 시선의 웃음이 있다. 조금 엉뚱한데, 묘하게 따뜻하다.
= 맞다. 사람 냄새 나는 코미디다. 다만 나랑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 ‘여기서 웃겨야 해’라고 강조하는 것보다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웃을 수밖에 없는 코미디를 선호하는데 장항준 감독님의 코드는 그것보다는 좀더 친절하고 직관적이다. 다행히 현장과 배우의 목소리를 잘 받아주는 분이라 ‘이건 하지 말자’고 의견을 조율한 부분도 있었다.



- 같은 대사라도 유해진 배우가 하면 다르다. 생활감의 리얼리티가 있으면서도 극적인 과장의 조미료도 적재적소에 들어간다. 추임새의 타이밍도 절묘하다. 사이사이 감탄사 같은 비속어가 나올 때마다 웃음소리가 커진다.
= 18? (웃음) 자칫하면 실존 인물의 비극적 상황에 누가 될 수 있는 위험한 줄타기였기에 무척 조심스러웠다. 그 욕설 대사는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지만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실존했던 엄흥도는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암장한 훌륭한 분이다. 그런 분을 희화화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가 120분 내내 단종의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만 다룰 수는 없으니까 관객이 지루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후반부의 진실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인물에게 친근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욕설이 너무 강조되지 않고, 마치 입에 밴 습관처럼 툭 튀어나오도록,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 유해진이 생각하는 엄흥도는 어떤 인물인가.
= 캐릭터에 대해 단정하고 들어가는 걸 경계한다. 그래서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시나리오를 볼 때마다 알지 못할, 다 표현하지 못할 누군가를 마주한다. 거기에 보이는 것을 거짓 없이 연기할 뿐이다. 엄흥도는 거창한 영웅이 아니다. 그저 왕의 곁에 있어줬던 사람이다. 어린 홍위가 혼자 가지 않게, 그 곁을 지켰던 사람. 나중에 숨어 살았다고 전해지는데,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면서까지 의리를 지킨, 곁을 내어준 사람으로서의 진심만 전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 중반을 넘어서며 급격한 장르적 전환을 맞이한다. 아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고문당하는 상황에서 엄흥도는 한명회(유지태)에게 호소하며 단종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말을 내뱉는다.
= 그 장면에서는… 자식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부모들의 생각일 것 같다. 이홍위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내 자식이 피범벅이 되어 있는데 그 아들을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 아버지로서의 본능적인 애절함, 그게 전부였다.



- 장항준 감독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가는 영화”라고 표현했을 만큼 엔딩이 영화의 백미다.
=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그 장면이 너무 두려웠다. 이걸 어떻게 찍나. 계산을 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방법이 없더라. 결국 답은 ‘쌓아가는 것’뿐이었다. 영화 속에서 이홍위와 엄흥도가 관계를 쌓아가듯 실제 촬영 현장에서 박지훈 배우가 감정을 빌드업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했다. 그 시간들이 내 안에 꾹꾹 쟁여져 있다가 마지막 순간에 터져나오기를 바랐다.



- 여타 매체를 통해 만날 때마다 박지훈 배우를 아끼는 게 보인다. 흐뭇하게 바라보는 게 눈에 꿀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데 다른 분들도 내가 유독 박지훈 배우를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하더라. 다른 동료들이 섭섭하지 않겠냐고. (웃음) 그럴 만한 칭찬을 받을 친구다. 진솔하고 겸손하고. 연기할 때 눈을 보면 그 감정이 읽힌다.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파트너였다. 한편으론 그런 만큼 마지막 장면을 찍는 게 더 어려웠다. 그날은 현장에서 지훈이를 일부러 피해 다녔다. 마주치면 찍기도 전에 감정이 폭발해버릴 것 같아서. 지훈이가 멀리서 ‘선배님, 오셨어요’ 하고 인사하는데 못 들은 척하고 지나갔다. 그랬더니 슛이 들어가는 순간, 저절로 행동이 나오고 눈물이 쏟아졌다. 사실 그전에 엄흥도가 이홍위를 배신하는 듯한 장면을 먼저 찍어둔 상태였기 때문에, 그 미안함이 마음에 가득 차 있어서 더 힘들었다.



- 이후 에필로그처럼 나오는 한 장면이 있는데, 그게 무척 좋았다. 마치 마음을 씻어주는 것 같기도 하고, 부모의 마음처럼 보이기도 한다.
= 중간에 홍위가 물가에서 장난치는 장면이 있다. 그걸 바라보는 엄흥도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을 증폭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순한 충심을 넘어 아들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담기길 바랐다.



- 같은 장면이라도 ‘유해진이 나오면 안심이 된다’는 신뢰가 있다. 동시에 배우로서 ‘익숙함’이라는 딜레마와도 싸워야 한다. 다작을 해도 지겹지 않은 배우로 남는 비결, 혹은 고민은 무엇일까.
= 고마우면서도 무거운 이야기다. 당연히 피로감에 대한 고민이 있다. 연기하다 보면 ‘어? 이거 내가 어디서 했던 건데?’ 싶은 순간들이 있으니까. 그럴 때마다 다른 걸 찾아보려 노력하지만 결국 유해진이라는 자리로 돌아온다. 내가 내린 결론은 하나다. 이야기 속에 제대로 녹아 있는 것.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내지 않아도 좋다. 좋은 이야기가 나를 바꿔준다. 그 이야기 속에 잘 섞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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