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영화의 액션은 '휴민트'에서 또 한번 도약한다. 스크린에서 뛰쳐나와 극장을 부술 듯한 극한의 난투극, 관객의 뼈마디까지 저려올 정도의 기발한 액션이 쾌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극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이런 액션을 바라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적국의 첩보원을 마주한 남북 정보요원이란 점에서 영화 '휴민트'는 류 감독의 2013년 영화 '베를린'을 연상시킨다. '베를린'의 세계관은 '휴민트'에서 공유되며, 체제 속에서 마모되는 개인이란 점에서도 두 영화는 결이 비슷하다. 그러나 '휴민트'는 '베를린2'가 아니다. '휴민트'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 않고 있다. '베를린'이 버려진 개인으로서의 표종성 대위(하정우)에게 집중한다면 '휴민트'는 탈출구 없는 개인들의 구원 서사에 집중한다.
류 감독은 객석이 요구하는 욕망의 좌표를 정확히 읽어내는, 귀신 같은 감각을 지닌 감독이다. 그는 관객을 해부대 위에 올린 뒤 어디를 눌러야 통증이 오고, 어디를 건드려야 치명적인지, 또 어디를 건드리면 안 되는지를 아는 사람처럼 작두를 탄다. 망가진 육체에서 보이지 않는 혈관을 집요하게 찾아내고, 다트 핀을 한 치의 오차 없이 꽂아넣으며, 라이터 불꽃을 망설임 없이 점화시키는 '휴민트'의 여러 시퀀스가 이를 증명한다. '휴민트'를 기점으로, 2026년은 배우 조인성의 해로 기억될 듯하다. 조인성은 이번 '휴민트'를 포함해 나홍진 감독의 '호프',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에서도 주연을 맡았기 때문이다. '호프'에선 마을을 공격한 생명체를 쫓는 사냥꾼 성기 역을, '가능한 사랑'에선 남편 상우 역을 맡았는데 배역마다 색깔이 다르다.
박정민도 배우로서의 정점을 여지없이 증명한다. 첫 등장 신부터 박정민은 이 영화의 온도를 바꿔버린다. 옆자리에 앉은 친근한 오빠, 어딘가 부족해 보이기도 했던 그의 캐릭터는 첫 등장과 동시에 휘발되고, 그 자리에 '배우 박정민'을 앉힌다. 박정민은 블라디보스토크 강추위의 입김으로도 관객에게 말을 한다. 신세경은 이질감 없는 사투리 연기로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그의 열연은 '베를린'에서 주독일북한대사관 통역관 련정희(전지현)에게 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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