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범죄를 다루지만 ‘휴민트’는 스케일 자체가 큰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액션의 강도가 약하다는건 결코 아니다.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인물들의 관계성과 액션의 향연에 몸이 뻐근해질 정도다. 실제로는 라트비아에서 촬영된 블라디보스토크 장면들은 공간이 주는 서늘함과 캐릭터들의 치열한 감정선이 충돌하며 ‘휴민트’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로 완성됐다.
첩보 액션에 멜로까지 복합적인 장르적 요소가 있지만 간결한 서사로 군더더기 없이 담아낸다. 캐릭터들의 이해관계와 감정선은 얽혀있지만, 가독성 좋은 소설처럼 몰입도가 높다. 절제된 류승완 감독의 연출에 배우들의 디테일한 연기가 더해지며 서사 전달력을 끌어올린다.
후반부 액션 시퀀스는 압도적이다. 잘 계산된 액션은 오가는 대사 한마디 없는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조인성과 박정민이 그야말로 몸을 내던져 깨지고 구르며 만들어낸 액션만으로도 ‘휴민트’를 볼 이유가 충분하다.
시의적절하게 청룡영화상 이후로 팬들의 요청이 쇄도했던 박정민의 멜로도 담겨 있다. 상대역인 신세경과 X연인 관계의 멜로 드라마를 절묘하게 살려냈다. 비교적 친절하지 않은 전 연인 서사에도 불구, 두 사람의 눈빛과 호흡이 충분히 관객을 납득시킨다.
조인성은 영화 ‘밀수’, 디즈니+ ‘무빙’에 이어 액션의 꽃을 피운다. 여기에 지켜주지 못한 정보원에 대한 조 과장의 부채감은 감정선에 깔고, 숙련된 국정원 요원으로서의 카리스마까지 다채로운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준다. 박해준은 분노유발자 황치성으로 ‘폭싹 속았수다’ 금명이 아빠와 완벽한 작별 인사를 한다.
서사적인 접근성 면에서 ‘휴민트’가 ‘베를린’보다 조금 더 폭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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