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자를 받은 일은 제가 몸종인 구덕이로 살았던 시절 중에 유일하게 기억하고 싶었던 일입니다. 저는 그 마음이 도련님을 향한 그리움이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그때 도련님은 소혜아씨랑 혼담이 오가셨는데 제가 어찌 감히, 도련님께 마음을 품었겠습니까?

- ‘정인’ 내가 정인이라고.. 허면 백이도 나를…
- 예.
- 한 번도. 단 한 번도 날 향해 웃어 주지 않았는데. 날 밀어내기만 했는데. 나만 좋아한 줄 알았는데.
- 신분과 처지가 다르니 애써 밀어낸 것이겠지요.
- 백이를 본 순간 한눈에 반했습니다. 고작 일곱 살 때 제 마음을 고백하며 선물로 준 돌멩이입니다. 뽀얀 것이 참으로 백이를 닮지 않았습니까? 아, 이걸 다 간직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며 추억했을 것입니다.
- 함께 떠나자할 때도 거절했습니다.
- 그 또한 못내 아쉬웠을 테고요. 그러니 백이를 향했던 그 마음을 부정하진 말아 주세요. 백이를 모른다고 외면하지 말고 꼭 기억해 주세요.
- 도련님과 닮은 사내가 제 정인이냐고 물으셨죠. 그분은 제 첫사랑인 듯합니다. 처음엔 신분과 처지가 달라 외면할 수밖에 없었고, 그다음엔 제가 해야할 일 때문에 떠나자는 것도 거절했습니다만 주신 선물을 늘 간직하고 추억했으니 그 마음은 연모가 맞겠지요? 이제야 알아버려서 그분께 제 마음을 전하진 못하지만 그 마음을 외면하고 부정해선 안될 것 같아서요.
- 그 사람과 떠나지 않은 것을 후회하십니까?
- 아니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시는 볼 수 없다고 해도 추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 그 종사관 나리께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그 종사관 나리는 그 여인의 첫사랑이 맞습니다. 처음엔 신분과 처지가 달라 외면했고, 그다음엔 해야 할 일 때문에 거절했지만 주신 선물을 늘 간직했고, 추억했고, 그리워했노라 전해 주세요.
근데 저 마음이 서로 영영 이별하는 순간이 되어서야 승휘에게 닿은게 너무 슬퍼...(;´༎ຶ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