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과감한 영혼 체인지 설정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현대극에서 남녀의 영혼 체인지가 만들어내는 성별 교환의 코미디와 서로에 대한 이해에 근간한 휴먼 드라마가 재미 요소라면, 사극에서는 그 강도가 훨씬 세다. 성별과 태생, 신분에 따른 차별이 당연시되던 시대에 영혼이 뒤바뀌기 때문이다. 왕자가 하루아침에 얼녀이자 과부의 처지가 되고, 반대로 얼녀이자 과부는 왕자가 되어 궁궐에 들어간다. 어찌 웃음이 만들어지
지 않을까.
더욱이 두 사람은 서로 은애하는 사이다. 그러니 더더욱 상대방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밖에 없고, 사랑 역시 더 절절해진다. 여기에 남녀 차별, 적서 차별, 신분 차별 같은 구조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판타지의 카타르시스도 빠지지 않는다. "네가 그 입장이 돼 봐. 함부로 말할 수 있겠어?" 사극이 판타지를 통해 이런 질문을 던질 때, 시청자들은 환호한다.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영혼 체인지 역시 같은 맥락이다. 판타지 설정 하나로 조선이라는 시공간이 지닌 차별적 질서와 제약이 순식간에 흔들린다. 사극에 보수적인 시청자에게는 다소 가볍고 장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지금의 웹소설과 웹툰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이 가벼움은 오히려 사극을 다시 보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이 판타지들은 사극 하면 늘 떠올렸던 정치, 전쟁 같은 무거움을 가볍게 밀어낸다. '어, 이건 좀 새로운 맛인데?' 하는 사극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퓨전이 생겨난다.
잡담 은애도적 정덕현 평론가의 은도적 부분 칼럼만 가져와봄
207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