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사랑통역 [리뷰] 치유가 필요한 당신에게 '이사통'을 권합니다
560 16
2026.01.31 09:00
560 16
사랑을 하고 싶지만, 사랑 앞에서 가장 먼저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 이 시리즈는 '사랑 이야기'라기보다, 사실은 '불안의 언어'를 해석해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처음엔 두 주인공이 발랄하게 만나 관계를 시작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주인공들의 불안이 극의 긴장을 만들어나간다.

[첫 번째 감정] 차무희의 불안


차무희(고윤정)의 불안은 조용하다. 그녀는 크게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늘 수많은 가능성이 동시에 떠오른다. 잘 될 가능성보다, 어긋날 가능성을 먼저 계산하는 사람. 그래서 무희의 선택은 늘 신중하고, 그 신중함은 때로 회피처럼 보인다.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많아서 쉽게 내보이지 못하는 타입이다. 선뜻 먼저 상대에게 마음을 보여줬다가도, 상대에게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으면 바로 그 마음을 감추고 아닌척한다.

과거의 상처들이 그 불안과 섞여, 무희에게 사랑의 기쁨이 리스크와 함께 다가온다. 상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여러 해석이 덧붙여지고, 그 해석들은 다시 불안으로 되돌아온다. 그녀는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앞에서 먼저 몸을 움츠린다.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수록, 더 단단히 자신을 잠그는 역설적인 행동을 반복한다. 그래서 호진(김선호)는 무희가 던지는 사랑의 언어를 전혀 해석하지 못한다.

차무희의 언어가 어려운건 조심스러움이 너무 많이 담겼기 때문이다. 그녀는 감정을 확 드러내기보다, 아무말 대잔치를 하면서 자신을 지킨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은 쉽게 오해받고, 종종 변덕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구보다 진지하고 깊은 감정이 있다. 다만, 그 감정은 아직 안전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무희는 좋아하는 사람이 늘 자신을 떠났다고 생각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또 그사람이 떠날까 두려워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건 바로 제2의 인격인 도라미다.

[두 번째 감정] 도라미의 후련함


도라미는 차무희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보다 흘려보내는 사람이다. 불안을 끌어안고 분석하기보다는, 장난끼 넘치는 행동을 하면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후련함을 느끼는 타입니다. 그래서 도라미의 감정은 비교적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 단순함은 주변 사람을 신경쓰지 않는 용기에서 나온다. 상처받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단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게 우선인 타입, 그게 바로 도라미다.

도라미는 망설이기보다 부딪히고, 오해가 생기면 풀고, 마음이 남아 있으면 인정한다. 그래서 그녀는 상처를 빨리 경험하지만, 회복도 빠르다. 도라미에게 사랑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솔직하게 드러내야하는 것이다. 흘러가다 아프면 멈추고, 다시 괜찮아지면 또 나아간다. 약간은 미친 것 같은 모습이지만, 그렇게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오히려 상처를 덜 받는다.


도라미는 자신의 감정을 번역하지 않는다.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동한다. 그래서 때로는 가볍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솔직함은 관계를 정체시키지 않는다. 도라미는 감정을 안에 쌓아두지 않기에, 관계를 앞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차무희에게 도라미라는 존재가 발현되지 않았다면, 주호진은 무희의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세 번째 감정] 주호진의 사랑


주호진은 통역사다. 여러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고, 낯선 말들을 의미로 바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차무희의 언어는 해석하지 못한다.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아무리 귀 기울여도, 무희의 말과 침묵은 늘 어려운 언어처럼 남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전 세계의 언어 개수는 세계 인구 수와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그 말을 듣고 언어는 국가가 아니라 사람마다 각기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해는 시작됐지만, 여전히 무희의 언어는 쉽지 않다.

그러다 도라미를 만나면서, 호진은 조금 다른 방식의 해석을 배우게 된다. 말의 표면이 아니라, 말 뒤에 남아 있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어린 시절의 상처, 설명되지 않은 트라우마, 오래 눌러둔 슬픔, 그걸 이해해야만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사랑은 감정을 맞추는 일이 아니라, 그 감정이 만들어진 시간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걸 호진은 도라미를 통해 배운다. 그때부터 무희의 언어도, 조금씩 문장처럼 읽히기 시작한다.

그렇게 호진이 이해와 공부로 만들어낸 사랑은 보호에 가깝다.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불안해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 그는 통역사답게 상대의 언어를 정확히 듣고, 그 언어가 무너질 때를 미리 알아챈다. 호진이 발견한 사랑의 언어는 화려하지 않다. 다만 분명하다. 상대의 마음을 불안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그가 끝내 도달한 사랑의 해석이다.

사랑은 통역이 필요하다

결국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세 가지 감정이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는 이야기다. 차무희의 불안은 사랑 앞에서 움츠러든 마음을 보여주고, 도라미의 후련함은 그 불안을 견디는 또 다른 방식임을 말해준다. 그리고 주호진의 사랑은 그 두 감정을 이어 붙이는 통역의 역할을 한다. 이 셋의 감정은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설명해준다. 불안이 있어서 솔직함이 필요했고, 솔직함이 있었기에 이해가 가능해졌으며, 이해가 쌓여서 비로소 사랑이 된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사랑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감정의 합이 아니라 감정의 이해로 그려낸다는 점에 있다.

연출 역시 이 감정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화면은 과하게 흔들리지 않고, 인물의 얼굴과 거리, 침묵의 시간을 충분히 믿는다. 수채화 같은 해외로케로 담은 영상미는 차분하고 단정하다. 인물들이 불안해질수록 화면은 더 조용해지고,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빛과 색감이 조금씩 따뜻해진다. 배경음악 또한 감정을 앞서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감정을 따라 말하지 못한 마음이 남아 있을 때 조용히 곁에 머문다. 그래서 이 드라마의 장면들은 오래 기억에 남기보다, 천천히 마음에 스며든다.

주연 배우들의 시너지도 이 이야기를 단단하게 만든다. 고윤정은 차무희의 불안을 과장 없이 표현해낸다. 불안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미묘한 눈빛과 말의 속도를 정확하게 짚어낸다. 도라미로 전환될 때의 전혀 다른 분위기도 분명하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고, 자유롭지만 텅 비어 있지 않다. 김선호는 주호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좋은 사람의 전형을 연기하지 않는다. 대신, 서툴지만 끝까지 배우려는 사람, 사랑을 쉽게 정의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이 세 인물의 감정은 설정이 아니라 실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 공감이 가는 이유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우리가 늘 안고 살던 불안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보고 나면 문제가 해결된 것 같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숨은 조금 편해진다. 불안을 없애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 누군가 내 언어를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는 감각. 그래서 이 드라마는 연애물이라기보다, 심리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야기다.


https://naver.me/5M5nPTzQ

목록 스크랩 (1)
댓글 1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최우식X장혜진X공승연 <넘버원> 새해 원픽 무대인사 시사회 이벤트 164 01.29 54,72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589,85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448,76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04,72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742,491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25.09.11 466,530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8 25.05.17 1,114,828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1 25.05.17 1,170,992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2/1 ver.) 133 25.02.04 1,769,670
공지 알림/결과 ─────── ⋆⋅ 2026 드라마 라인업 ⋅⋆ ─────── 118 24.02.08 4,532,95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29,609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70 22.03.12 6,954,113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 21.04.26 5,690,064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778,012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302 19.02.22 5,912,41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080,172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210236 잡담 조윤우 알아? 배우 은퇴하고 결혼한대 1 02:49 128
15210235 잡담 김부장 백상무 02:48 8
15210234 잡담 은애도적 점점 편집이 튄다..먼가 02:47 79
15210233 잡담 세경씨 : 재밌겠다 / 오 너무 좋아요 선배님. 와 02:46 40
15210232 잡담 은애도적 잊지마 우리... 02:43 69
15210231 잡담 브리저튼 작중 소피 나이가 몇이야? (스포) 1 02:41 82
15210230 잡담 미쓰홍 오늘 송실장 진심으로 터진 거 ㅋㅋㅋㅋ 2 02:41 55
15210229 잡담 은애도적 아까 9화볼땐 걍 당황해가지고 02:39 91
15210228 잡담 은애도적 아니 첨에 이 드라마 잡을때 가볍게 생각했는데 1 02:36 85
15210227 잡담 은애도적 오늘거 내가 뭘본 02:34 101
15210226 잡담 이한영 현대통령은 누구 편이야? 1 02:32 70
15210225 잡담 은애도적 홀수 회차 엔딩이라서 다행이야 1 02:31 138
15210224 잡담 은애도적 아직도 도파민 돌아서 어떡하지? 1 02:27 65
15210223 잡담 은애도적 영체 언제할지 상상해봤는데 1 02:26 117
15210222 잡담 은애도적 얼마 전에 그런 글 봤는데 1 02:25 142
15210221 잡담 스프링피버 이제 하루만 지나면 뀨봄본다! 1 02:24 19
15210220 잡담 좋아하던 트친이 안온다.... 1 02:24 100
15210219 잡담 브리저튼4 앞에 안 보고 4만 봐도 괜찮아? 5 02:24 87
15210218 잡담 오인간 파군이 잘한 일🦊⚽️ 1 02:24 74
15210217 잡담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본 덬들 석지원네 아빠 회사는 왜 망한거야? 1 02:23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