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기간이 꽤 길었죠?
준비 기간까지 다하면 10개월 정도요. 감독님과 이것저것 함께 맞춰 나갔어요. 하루는 9시간씩,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고민하고, 대본 리딩도 수없이 했고요.
캐릭터를 벗는 시간도 길었나 봐요.
한 인물을 이렇게 긴 시간 다루는 게 처음이다 보니 푹 빠져 지냈어요. 지난 1년은 지우에게 모든 걸 다 쏟아부은 것 같아요. 감독님과 박서준 선배님이 ‘네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가감 없이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신 데 힘입어 저를 던질 수 있었어요. 다 끝나고 나니 오랫동안 주연의 자리를 지켜온 선배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끝난 뒤 반드시 회복기가 필요한 작업이라 느꼈거든요.
한 사람의 스무 살부터 서른 후반을 살아내는 건 어땠어요?
그래서 더 깊이 몰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우와 경도의 이야기는 세 번에 걸쳐 펼쳐지지만, 함께하지 않은 시간 동안 겪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보니 깊어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긴 서사를 표현하려면 내 모든 마음과 감정을 지우에게 담아낼 수밖에 없었어요. 마음껏 펼쳐 보여야 했고, 또 그렇게 해야지 지우가 더 잘 살 것 같았고, 긴장하거나 쫄지 않고 그냥 편하게 마음껏 놀 수 있게 많은 분들이 배려해주셨어요.
시간의 순서대로 성장하는 지우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대본과 감독님의 디렉션이 명확했어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발랄한 스물, 기쁨과 환희로 가득한 스물여덟, 다소 차분하고 단단한 삼십대의 지우가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이 변화 속에서 캐릭터의 중심을 잡고 갈 하나의 끈을 찾는 데 집중했어요. 저는 그게 지우가 경도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서 지우의 상황이 계속 달라져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경도를 대하는 지우의 태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을 대하듯 일관되게 유지하려 했어요.
세 번의 시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우의 시간은 언제였죠?
스물여덟의 지우요. 경도와의 관계에 운명을 던지고 가장 찬란했지만, 그 기쁨이 밑바닥으로 떨어지는 슬픔을 경험했으니까요. 연기를 할 때 내 마음도 깎여 나갈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어요. 지우의 성장이 많이 아팠어요.
사실 저도 ‘로코’인 줄 알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펑펑 울었어요. 많이 아프더라고요.
그런 이야기예요! 원래 작품을 찍으면서 ‘이건 무슨 이야기일까?’라고 한 문장으로 똑 떨어지게 정리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데, 이번에는 도저히 정리가 안 되더라고요. 근데 저는 이 작품이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기다림이 주는 희망요.
작품에도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대사가 나오죠. ‘고도는 내일은 꼭 온다고 했지’.
그 기다림이 진짜 희망이 돼요! 지우 입장에서는 어긋나고 피하지만 계속해서 경도를 기다리는 거죠. 지우에게는 경도가 희망 그 자체였겠다 싶어요. 경도가 지우를 구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우는 경도를 만나 성장하고 치유하거든요. 경도는 지우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사람이고요. 어떤 한 사람으로부터 희망을 얻고, 느끼고,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이야기요.
이 작품이 지안 씨에게 어떤 걸 남겼나요?
감사함. 한 인물을 이렇게 긴 시간 다루는 게 처음이었는데, 주변에서 도움 받은 기억만 많아요. 감독님, 서준 선배님과 ‘지리멸렬’ 선배님들, 이엘 선배님 모두에게 받은 도움과 배움을 풀자면 한도 끝도 없어요. 잘 해내고 싶고, 피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었거든요. 제게도 어떤 희망이 된 작품이었어요.
https://www.allurekorea.com/2026/01/23/this-is-her-moment-%ec%9b%90%ec%a7%80%ec%95%88/?utm_source=naver&utm_medium=partnersh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