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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홍자매의 마법 혹은 무리수…'이 사랑 통역 되나요?'가 남긴 것 [홍동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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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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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6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이하 '이사통')에서 소설가 김영환(김원해 분)이 남자 주인공 주호진(김선호 분)에게 던진 이 대사는, 2026년의 문을 여는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관통한다. 스마트폰 하나면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소통의 부재를 앓고 있다. 스타 작가 홍자매(홍정은·홍미란)는 바로 이 지점에서 '통역'이라는 독특한 프리즘을 꺼내 들고 사랑의 본질을 묻는다.



일부 시청자들은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등 해외 로케이션을 통해 담아낸 압도적인 영상미와 인물의 내면을 천천히 파고드는 이른바 '슬로우 번' 로맨스에 "진정한 힐링 드라마"라는 찬사를 보냈다. 자극적인 소재가 판치는 요즘 드라마 시장에서 보기 드문 '무해한 로맨스'라는 것이다.

반면, '쾌걸춘향'이나 '최고의 사랑' 등 홍자매 특유의 통통 튀는 빠른 전개를 기대했던 층에서는 중반부의 다소 느린 호흡과 다중인격 설정의 급격한 등장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는 '도파민' 중심의 1분 미만 숏폼 서사에 익숙해진 현대 시청자들에게, 12부작이라는 호흡 안에서 인물의 트라우마를 진득하게 응시하는 방식이 때로는 지루함으로, 때로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홍자매 작가는 그동안 판타지와 로맨스를 결합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왔다. 전작인 '주군의 태양'이나 '호텔 델루나'가 귀신이라는 초자연적 존재를 매개로 남녀 주인공을 운명적으로 결속시켰다면,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그 판타지의 무대를 인간의 '심리'로 옮겨왔다.

여주인공 차무희(고윤정 분)의 또 다른 자아인 '도라미'는 전작들의 귀신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도라미는 톱스타 무희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의 고통과 억눌린 욕망을 대신 표출해 주는 방어기제이자, 완벽해 보이는 그녀의 내면에 생긴 균열을 상징한다. 

홍자매는 이 설정을 통해 "사랑은 상대방의 빛나는 면뿐만 아니라, 가장 어두운 밑바닥(트라우마)까지 해석하고 끌어안는 과정"임을 역설한다. 비록 후반부로 갈수록 다중인격 설정이 서사의 개연성을 일부 흔들었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판타지의 화려한 외피를 벗고 심리 드라마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스타 작가의 과감한 시도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배우 김선호에게 이번 작품은 '갯마을 차차차' 이후 4년여 만의 로맨틱 코미디 복귀작이자,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중요한 무대였다. 그가 연기한 주호진은 영어, 일본어, 이탈리아어 등 6개 국어에 능통한 천재 통역사다. 김선호는 단순히 외국어 대사를 달달 암기하는 수준을 넘어, 언어마다 달라지는 미세한 뉘앙스와 태도까지 완벽하게 체화하며 극에 리얼리티를 부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돋보인 것은 그의 '듣는 연기'다. 통역사는 본질적으로 화자의 말을 청자에게 전달하는 그림자 같은 존재다. 김선호는 자신이 돋보여야 하는 순간에도 상대를 주시하고, 그 말 이면의 감정까지 읽어내려는 절제된 눈빛 연기로 주호진이라는 캐릭터에 깊이를 더했다. 그의 연기는 "통역은 단순히 말을 옮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예술"이라는 드라마의 주제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도구였다.


'이사통?'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고윤정이다. 그녀는 톱스타 차무희와 광기 어린 인격 도라미를 오가는 1인 2역을 통해, 그간 '무빙', '환혼'에서 보여준 가능성을 '확신'으로 바꾸어 놓았다. 자칫 비호감으로 비칠 수 있는 도라미의 돌발 행동조차 사랑스럽고 연민이 느껴지게 만드는 건 온전히 고윤정의 입체적인 연기력 덕분이었다.

특히 고윤정은 이번 작품을 통해 '글로벌 톱스타'라는 배역 설정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스타성을 증명했다. 드라마 속 그녀의 패션과 스타일은 방송 직후 즉각적인 바이럴을 일으켰고, 이는 그녀가 2026년 현재 광고계와 방송계가 가장 주목하는 '육각형 배우'임을 재확인시켰다. 차기작으로 확정된 JTBC 드라마에서 보여줄 연기 변신이 벌써 기대되는 이유는, 그녀가 이제 단순히 '예쁜 배우'가 아닌 극 전체를 장악하는 힘을 가진 배우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제목인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 대한 답은 역설적이게도 "완벽한 통역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극 중 주호진은 차무희의 거친 언어를 세상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순화해서 통역한다. 때로는 의도적인 오역이 진심을 더 잘 전달하기도 하고, 침묵이 백 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한다.

이 작품은 완벽하게 이해받기를 원하는 우리에게 "서로 다른 언어(세계)를 가진 두 사람이 끊임없이 오역하고, 다시 수정해가는 과정 자체가 사랑"이라고 말한다. 다소 투박한 전개와 장르적 혼종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유의미한 이유는, 김선호와 고윤정이라는 두 배우가 진심을 다해 눌러쓴 소통의 언어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가닿았기 때문이다.


무너진 소통의 시대. 서로의 말꼬리를 잡고 비난하기 바쁜 세상에서, "당신의 말을 알아듣고 싶다"며 귀를 기울이는 이 드라마의 서툰 위로가 몹시 반가운 이유다.


https://naver.me/I5yhgyj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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