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줄거리도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톱스타와 일반인의 연애를 다룬 로맨스 영화의 고전 '노팅 힐'(1999) 같은 드라마는 이미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여러 차례 다뤄졌다. 무비스타와 통역사의 사랑 이야기를 얼마나 다르게 풀 수 있을까 싶었는데, 홍자매 작가는 벼락 스타와 다중언어 통역사라는 디테일한 설정으로 승부수를 던진다. 무명 영화배우에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차무희(고윤정)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어떤 언어든 뜻이 통하도록 말을 옮기는 일을 하던 주호진(김선호)은 "'아'라고 말해놓고, '어'라고 우기다가, '오'라고 말을 바꾸는" 상대(차무희)를 만나 애를 먹는다.
단지 서로의 언어를 해석하지 못하는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 하는 로맨스로 그렸다면,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평범한 로코물에 머물렀을 거다. 홍자매 작가가 꺼내든 카드는 전매특허인 판타지 호러맨스(호러+로맨스)다. 그들의 히트작 '주군의 태양'(2013), '화유기'(2017), '호텔 델루나'(2019)에서 보여준 판타지, 호러, 로맨스, 코미디가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도 들어 있다. 전작들처럼 판타지 호러 요소가 전면에 부각되지는 않지만, 드라마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주인공들의 로맨스를 빛낸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로맨스 드라마의 기본 옵션 같은 해외 로케이션 촬영을 적극 활용한다. 대부분의 로맨스 드라마가 초반에 해외 장면을 배치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전략을 취한다면, 이 드라마는 아예 해외 여행지를 주요 무대로 삼아버린다. 한국과 일본 배우가 만나 로맨틱한 여행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한다는 설정이라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눈호강을 선사한다. 일본 가마쿠라와 에노시마, 캐나다 밴프, 이탈리아 치비타 디 바뇨레조로 이어지는 '로맨틱 트립'은 여행 콘텐츠와 드라마의 시각적 쾌감을 작정하고 구현해낸다.
지금까지 '이 사랑 통역 되나요?'의 특징들을 꼽아봤는데 뭐니 뭐니 해도 로맨스 장르의 팔 할을 차지하는 건 남녀 주연배우의 '케미스트리(호흡)'다. '갯마을 차차차'(2021), '폭싹 속았수다'(2025)에 이어 로맨스 연기로 돌아온 김선호와, 홍자매 작가의 '환혼' 시리즈와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2025)에서 로맨스 연기를 보여준 고윤정은 이번 드라마로 자신들의 (로맨스) 대표작을 새롭게 썼다. '다정한' 중저음 목소리가 특징인 김선호에게 통역사라는 역할이 어울리기도 하지만, 자연스럽고 디테일한 연기를 하다가 안타까움과 설렘을 주는 타이밍을 정확히 알고 단숨에 낚아채는 절묘한 연기는 배우 김선호의 진면목을 다시 보게 만든다.
샤넬 착장을 하고도 절대 예쁜 척 하지 않는 고윤정의 털털한 스타일과 지킬 앤 하이드처럼 양면적인 캐릭터를 가뿐하게 오가는 연기가 아니었다면, 톱스타 차무희와 또 다른 자아인 도라미 캐릭터에 동화되기 어려웠을 거다. 김선호와 고윤정 덕분에 주호진-차무희는 홍자매 드라마 계보에 대표 커플로 당당히 등극한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빠질 수 없는 OST 구성도 꽤 알차고 만족스럽다. 멜로망스 김민석의 '사랑의 언어', 웬디의 'Daydream', Zior Park의 'Dance Alone' 등 OST를 따로 챙겨 듣고 싶은 음악들이 나온다. 특히 드라마 OST에서 인기 있는 가수 원슈타인이 부른 'Promise'가 로맨스 감정을 증폭하는 효과를 낸다. 이밖에도 주연배우와 연출자와의 인연으로 출연한 카메오들과 주연배우들의 출연작을 빗댄 대사들이 웃음을 유발한다.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공식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유행 요소들을 잔뜩 넣은 '트렌디 드라마'이기도 하다. 다만 빠른 전개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에겐 드라마의 호흡이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고, 조연 캐릭터들의 활용이나 가족 서사에서 아쉬움이 남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사랑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홍자매 특유의 맛깔스러운 대사와 로코의 진수를 보여주는 김선호, 고윤정의 열연은 '이사통'만의 로맨스를 완성했다. 두 작가와 두 배우, 이들이 아니라면 결코 빚어낼 수 없는 최상의 시너지가 이 드라마와 끝내 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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