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만 영화의 부재, 기획형 상업영화의 연이은 실패 등 올해 한국영화의 부진은 애니메이션을 필두로 한 일본영화의 약진과 비교되곤 한다. 한국영화계의 침체는 이견 없는 결과다. 그러나 상업영화 성적 중심의 표면적 분석만으로는 저변의 변화와 돌파구를 가늠하기 어렵다. 흥행작의 관객수가 1천만명 전후를 맴돌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500만명 안팎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신작을 꾸준히 챙겨보는 이들의 수가 반 가까이 줄었다고 거칠게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독립예술영화 시장엔 괄목할 만한 변동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아트하우스의 몰락이 예견되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예술영화 시장은 활기를 띠며 수년째 관객몰이 중이다. 그보다 덜할지언정 한국 독립영화 역시 다양성을 확보한 작품과 함께 2024년과 2025년은 다른 관객 양상을 보였다.

독립영화부터 살펴보자. 매년 달라진 경향을 짚기 어려울 만큼 독립영화는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그럼에도 올해는 10대, 소수자, 사회적 약자의 삶을 지엽적으로 파고든 영화들이 포착됐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수상작인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와 <여름이 지나가면> <수연의 선율> <3학년 2학기> <세계의 주인> <에스퍼의 빛> 등 10대의 삶, 문화, 이면의 고민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작품에 대한 피드백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사람과 고기>는 노인의 가난, 생에 대한 욕구를 적나라하게 묘사했으며 <홍이> <부모 바보> <3670>의 감독들은 개성 강한 연출력으로 청년, 소수자의 삶을 스크린에 옮겼다. 이들 모두 독립영화의 주제와 톤이 반복된다는 편견에 반하는 작품들이다. 박스오피스 성적도 상업영화와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올해 <세계의 주인>은 18만명,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가 11만명, <사람과 고기>가 4만 관객을 모객했고 <3670> <3학년 2학기> <여름이 지나가면> 등이 1만~2만명 이상의 관객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이 싫어서>가 6만명, 3분기에 개봉한 <장손>이 3만명, <그녀에게> <딸에 대하여>가 관객수 2만명을 넘긴 것을 고려하면 2025년 독립영화 개봉작의 평균 관객수는 소폭 상승했고 이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결과다. 흥행 면에선 다소 아쉬우나 남다른 시도를 한 <바얌섬> <봄밤> 등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제 상영작을 포괄한다면 변화는 더 크게 감지된다. 한편 예술영화 시장의 확장은 올해 더욱 가시화되었다. <서브스턴스>는 2024년 12월 개봉해 장기흥행하며 56만 관객을 기록했고 <콘클라베>가 33만명, <해피엔드>가 13만명, <브루탈리스트>가 9만명 등 장르 및 형식 면에서 신선한 시도를 한 영화들이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그에 따른 개봉·마케팅 전략, 개봉관 수의 차이 등 극장가의 두드러진 변화는 후에 더 깊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2025년은 독립예술영화 마켓이 확장되고 세분화됐으며, 실험적인 작품이 관객들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되고 수치적 성과로도 이어진다는 것을 인지한 해였다. 저예산이라는 한계를 도전의 계기로 삼은 창작자들의 등장은 귀하고 앞으로도 이들의 행보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체 파이가 줄어든 상황에서 독립영화 시장과 예술영화 시장은 어떤 해결책을 꺼낼 수 있을까. 각각의 관객층이 겹친다고 볼 순 없지만 연결될 여지는 있다. 이 둘을 합쳐 파이를 키울 것인가, 혹은 타깃을 세분화해 마켓을 형성할 것인가. 후자의 경우를 택한 움직임이 확연했던 2025년과 달리 2026년은 어떤 흐름이 감지될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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