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김선호, 설경구·류준열 등
내년엔 ‘남성 투톱물’ 이어질 듯

부모와 자식의 이름으로 이어지는 애틋한 감정의 역사(‘폭싹 속았수다’)부터 가깝고도 먼 자매 이야기(‘미지의 서울’)까지. 올 한 해는 보편적 소재의 드라마가 TV와 OTT 모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한 ‘공감과 위로’가 올해 드라마 키워드였다. 내년은 어떨까. ‘남남(男男) 케미(조합)’와 ‘굵직한 시대극’이 내년 TV·OTT 드라마의 주요 키워드로 꼽혔다.
드라마 업계에 따르면 올해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잔잔한 드라마들의 선전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폭싹 속았수다’ ‘미지의 서울’ ‘은중과 상연’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등 공감 가득한 ‘사람 사는’ 이야기가 연중 시청자 입에 오르내렸다. 자극적인 콘텐츠 홍수 속에 있던 시청자들이 ‘힐링 콘텐츠’에 이목을 기울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제작사들은 “문학적인 스토리텔링과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묘사가 위안을 주는 작품들이 선전했다”(카카오엔터테인먼트) “도파민을 자극하는 콘텐츠 속에서 담백하지만 울림 있는 서사의 강력한 힘이 있었다”(스튜디오드래곤)고 했다.

여성 ‘투톱’ 주연 드라마가 다수 나오며, 공감과 심리 묘사에 초점을 맞춘 작품도 이어졌다. ‘은중과 상연’(주연 배우 김고은·박지현) ‘자백의 대가’(전도연·김고은) ‘당신이 죽였다’(전소니·이유미) ‘애마’(이하늬·방효린) 등이다. 각 장르의 재미를 추구하는 동시에 섬세한 심리 묘사에 집중했다. 그 밖에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고현정) ‘친애하는 X’(김유정) ‘북극성’(전지현) 등 여 주인공을 앞세운 스릴러도 유독 많았던 한 해였다.
김은숙·임상춘·정서경 등 유명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였지만, 녹록지 않은 국내 드라마 업계 상황을 보여주듯 기존 IP의 인기가 보증된 ‘안전 지향’ 작품도 쏟아졌다는 평이다. ‘중증외상센터’, ‘스터디그룹’, ‘광장’ ‘파인: 촌뜨기들’ 등 웹툰·웹소설 바탕 작품과, ‘모범택시3’ ‘오징어 게임3′ ‘약한영웅 Class 2’ ‘신병3’ 등 후속 시즌이 대거 나온 것도 올해의 큰 특징이다.
내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올해와 반대로 남자 배우들의 호흡을 볼 수 있는 남성 투톱물이 기다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9급 공무원이 콤비 플레이를 하는 ‘의원님이 보우하사’(김윤석·김선호), 국문과 교수와 제자의 이야기인 ‘맨 끝줄 소년’(최민식·최현욱), 소설가와 사채업자가 만드는 스릴러 ‘들쥐’(설경구·류준열)가 내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극은 해외 성공이 어렵다는 통념을 올해 ‘폭군의 셰프’가 깬 데 이어, 내년에도 다양한 시대극이 선보일 전망이다. 1960~1980년대 한국 연예계를 배경으로 한 노희경 작가 작품 ‘천천히 강렬하게’와 1935년 경성을 배경으로 신비한 여인과 초상화를 의뢰받은 화가의 이야기 ‘현혹’, 소매치기가 조선총독부에 위장 취업해 밀정이 되는 ‘100일의 거짓말’ 등이 공개 예정이다. 입헌 군주제 대한민국을 가정한 ‘21세기 대군부인’도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한국의 역동적인 역사를 기반으로 한 가상 역사극이 앞으로 K드라마의 대표 장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정 기자 mjkim@cho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