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동석→이영애·전지현·강동원도 ‘외면’, 스타 파워 안 통하는 안방극장
올해 안방극장에는 ‘트웰브’의 마동석, ‘은수좋은 날’의 이영애를 비롯해 이보영, 송중기 등 ‘믿고 보는’ 배우들까지 대거 출격했지만, 아쉬운 결과물을 받았다.
먼저 KBS는 주말 미니시리즈를 신설, 판타지 액션으로 야심찬 도전을 했지만 8%대의 시청률로 시작한 ‘트웰브’가 2%대까지 추락하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트웰브’는 인간을 수호하기 위해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12천사들이 악의 무리에 맞서는 전투를 그린 액션 히어로물로, 마동석의 9년만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마동석을 필두로 박형식, 서인국도 가세해 ‘화려하게’ 밥상을 차렸지만, 개연성 떨어지는 전개와 기대 이하의 CG로 혹평을 받았다.
이영애의 ‘은수좋은 날’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지나치게 평범한 전개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시청률은 3% 후반대로 ‘트웰브’보다는 나았지만, 이영애의 출연으로 받은 주목도에 비해선 아쉬운 숫자였다. 가족을 지키고 싶은 학부모 강은수와 두 얼굴의 선생 이경이 우연히 얻은 마약 가방을 두고 벌이는 위험한 동업 일지로, KBS 드라마로선 나름 파격적인 소재였으나, 이미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에서 수위 높은 장르물을 충분히 접한 시청자들에겐 심심하고, 무난한 전개였다.
치료 불가능한 환자들의 조력 사망을 돕는 의사와 이들을 추적하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MBC 드라마 ‘메리 킬즈 피플’의 이보영도 1%대의 저조한 시청률로 참패했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 ‘마더’, ‘마인’, ‘대행사’ 등 다수의 흥행작을 남기며 ‘믿고 보는’ 배우로 꼽히곤 했지만, 조력사망이라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용감하게 다뤘다는 것 그 이상의 재미나 의미는 보여주지 못했다.
송중기의 ‘마이 유스’ 또한 1%대의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2년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최고 시청률 26.9%를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JTBC로 복귀하며 당시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란 기대감이 이어졌지만, 잔잔한 감성 로맨스를 넘어 지루한 전개에 혹평이 이어졌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배우 전지현, 강동원 조합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은 디즈니플러스 ‘북극성’ 역시 큰 관심을 유발하지 못했다. OTT 공개작으로, 시청률과 같은 지표는 없지만 공개 전 관심과 달리, 실망스러운 전개 속 조용한 퇴장을 했었다. 수백억원이 투입된 첩보 멜로로, 드라마 ‘작은 아씨들’, 영화 ‘헤어질 결심’ 등을 쓴 정서경 작가가 집필을 맡았음에도 멜로와 첩보물 사이, 애매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하지 못했다.
┃ 꾸준히 잘 나가는 SBS 장르물, ‘폭군의 셰프’의 깜짝 흥행
금토드라마 자리에 꾸준히 장르물을 선보여 온 SBS는 ‘모범택시3’을 비롯해 ‘보물섬’,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등의 흥행으로 ‘장르물 맛집’의 자리를 지켰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은 연쇄살인마 ‘사마귀’(고현정 분)가 잡힌 지 20년이 지나 모방범죄가 발생하고, 이 사건 해결을 위해 한 형사가 평생을 증오한 ‘사마귀’인 엄마와 예상 못한 공조수사를 펼치며 벌어지는 범죄물로, 배우 고현정의 열연을 동력 삼아 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건 해결 과정의 긴장감도 있었지만, 사마귀와 형사 아들의 감정을 파고들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는 평을 받은 것도 의미 있었다.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모범택시’는 여전히 순조롭게 운행 중이다.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의 재미는 살리되, 배우 윤시윤과 장나라, 일본 배우 카사마츠 쇼 등 탄탄한 빌런 라인업으로 여전히 ‘모범택시’ 시리즈의 재미가 유효함을 보여줬다.
2조원의 정치 비자금을 해킹한 서동주가 자신을 죽인 절대 악과 그 세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인생 풀베팅 복수극 ‘보물섬’ 또한 범죄 드라마의 재미를 선사하며 최고 시청률 15.7%를 기록했다.
이에 SBS는 이제훈과 고현정, 박형식 등 쟁쟁한 배우들이 대상 후보에 올라, 지상파 3사 중 유일하게 ‘치열한’ 연말 시상식을 치르게 됐다.
SBS가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면, tvN은 깜짝 흥행작으로 반가움을 자아냈다.
지난 8월 방송된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가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 소유자인 왕을 만나며 벌어지는 서바이벌 판타지 로코로, 방송 전 배우 박성훈이 개인 SNS에 음란물을 업로드해 하차하면서, 배우 임윤아와 신예 이채민 조합으로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었다.
그러나 맛깔나면서도 빠른 전개에, 임윤아-이채민의 찰떡 케미로 한국은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아우르며 화제를 모았다. 최고 시청률 17.1%를 기록한 것은 물론, 시청률 50%를 넘기며 ‘국민 드라마’로 평가받는 ‘대장금’의 2025년 버전이라는 극찬도 받았다. ‘폭군의 셰프’에 등장하는 한식이 화제가 되면서 한식 세계화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 등 재미를 넘어, 콘텐츠의 의미까지 입증한 올해의 드라마 중 한편이 됐다.
‘폭군의 셰프’ 외에도, 의학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 시대극 ‘태풍상사’ 등 ‘다양한’ 콘텐츠로 시청자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한 tvN이었다.
전지현→마동석·이영애도 안 통하네…시청자들이 주도하는 방송 흥행 [2025 대중문화 결산-방송]
드라마 얘기 부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