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영화관 간 보람이 있는 영화
그 때는 '사랑해서 헤어진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사랑하면 끝까지 곁에 있어야지. 라는 생각으로 이별을 마치 포기나 실패처럼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 <만약에 우리>는 그랬던 20대의 우리가 그래서 헤어지지 못했던 우리가, 이별이 사랑의 반댓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가는 영화다.
수없는 '만약에'는 사람을 환장하게 만든다. 혹시 내가 낼 수 있었던 수많은 카드 가운데 하필 그 카드를 꺼내서 판을 망가뜨린 건 아닐까. 좋았던 마음과 소중했던 순간들이 그리하여 와르르, 무너져 내린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만약에 우리>는 그 순간, 모든 순간에 이들이 그 카드를 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만히 되짚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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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은 2시간이지만, 여운은 2주는 간다는 말이 맞다. 우리는 영화관에서 <만약에 우리>를 통해 '그때의 우리'를 만난다. 우리가 모두 옛 연인과 재회할 수는 없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을 일단락 지을 수 있는 기회는 얻을 수 있다.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는 보람이 있는 영화가 왔다. 마침, 연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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