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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김소희 평론가의 '아바타: 불과 재'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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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3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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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시리즈는 블록버스터, SF, 전쟁 영화에 이르기까지 거대함에 탐닉한 장르의 용광로이며, 장르의 포식자인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2>(1991)에서 인간이 보호해야 할 선한 존재임을 전제로, 선과 악이 각각 기재된 인간형 로봇을 선보인 바 있다. <아바타>(2009)에 이르러 기술로 탄생한 존재인 나비족이 인간의 자리에 놓이며, 선하거나 포악한 인간은 기계의 자리를 대체한다. 첫 번째 시리즈가 인간이 나비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렸다면, 속편에서는 나비족의 중심성이 강화되면서 인간과 기계의 자리바꿈은 더욱 분명해졌다.


제임스 카메론은 최신의 기술을 적극 수용해왔다. <아바타>에서는 3D를 넘어 4D를 시도했다. 물론 그것이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관객에게 물을 뿌리거나 향을 방사하는 식의 시도는 극장의 컨디션에 지나치게 의존적이며, 영화가 지향하는 몰입의 방식에 의문을 남겼다. <아바타: 불과 재>(2025)에 이르러 감독은 영화 속에 어떤 것도 AI로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이 발언이 포함된 영상은 본편 상영 직전 송출되었다(언론 시사를 통해 관람한 때의 일로, 개봉관에서도 이 영상이 따라붙게 될지는 미지수다). 감독의 발언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헌신적인 모습으로 보충된다. 최신의 기술을 흡수해온 그이기에, AI 기술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은 다소 의외여서 더 중요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영상을 보는 동안 손에 쥐고 있던 3D 안경은 새로운 세계를 약속하던 신기술의 상징물이 아니라 어느새 낡아버린, 오래된 장난감처럼 느껴졌다.


3D는 보통 영화에의 몰입을 위한 기술이라고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맨눈으로 영화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 관객의 경험을 교란하는 기술에 가깝다. 3D 안경 속에서 대상은 맨눈으로 스크린을 들여다보았을 때보다 가깝게 보이는 대신, 실제보다 축소된다. 인물의 축소된 형상은 상자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던, 초기 관람 방식을 연상시킨다. 그가 천착해온 기술은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아니라 영화를 본다는 사실 자체에 매몰된 기원으로 관객을 이끈다. 이러한 체험은 마치 카메라에 딸린 작은 모니터를 통해 촬영 중인 현장에 입회한 듯한 느낌 역시 제공한다. 이는 <타이타닉>(1997)이 실제 재난에 바탕을 뒀으며, 생존자를 인터뷰하는 방식의 다큐멘터리를 모방한 장면으로 시작했다는 사실과도 연결된다. 결국 리얼리티를 향한 그의 집착은 궁극적으로 다큐멘터리를 향한 것일 수 있다.


다큐멘터리적인 것은 이를테면 캐릭터 뒤에 배우의 영혼이 깃들어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아바타> 이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샐다나와 굳건한 샘 워싱턴을 비롯해 영화의 다른 ‘에이와’라 할 시고니 위버, 제임스 카메론과 이전 작품을 함께한 케이트 윈슬렛 등은 각자의 얼굴 특징에서 따온 캐릭터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배우들이 극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말하자면 관객의 상상을 통해서다. 그들이 실제보다 젊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은 이들과 함께한 과거를 향한 묘한 향수를 불러온다.


배우들은 동작과 표정을 통해 이미지에 영혼을 부여한 대가로 젊음을 얻는다. 특히 시고니 위버는 극 중 키리를 연기하며, 10대 캐릭터로 드라마틱하게 부활했다. <아바타: 물의 길>(2022) 이후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부모가 되어 입양한 아이를 포함해 다자녀를 육아 중이지만, 아직은 부모 됨이 노화를 드러내기보다는 세를 넓히기 위한 증식 혹은 새로운 세대를 불러들이기 위한 전략에 가까워 보인다. 다양한 DNA를 지닌 아이들은 복제의 측면에서 출생을 바라보게 한다. 출산의 행위 없이 유전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모자식관계는 더욱 독립적으로 인식된다. 특히 쿼리치 대령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스파이더가 설리 가족의 일원이 된 상황은, 태어나는 것과 만들어지는 것 사이의 오래된 고뇌와 갈등을 내포한다. 영화는 일단 설리 가족의 일원으로서 스파이더를 그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그가 성장함에 따라 이후의 갈등이나 상황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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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불과 재>는 부족을 하나의 덩어리에 가깝게 묘사하는 데서 벗어나 부족간의 공격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작과 차별화된다. 나비족과 재의 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기계와 인간의 싸움이라는 이분법을 벗어나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한편 AI 기술과 거리를 두는 감독의 발언을 염두에 둘 때, 기술과 싸워야 하는 기술자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반영한 묘사로도 보인다. 즉, 재의 부족은 기술의 선악을 포괄해야 할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존재다.


그 가운데 영화의 부재인 ‘불과 재’의 의미는 다소 모호하게 읽힌다. 영화 속에서 답을 찾자면, ‘재’는 재의 부족을 의미하며, ‘불’은 그들이 파괴와 공격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하지만 불은 특정 부족만의 소유가 아니며, 그들만의 정체성을 의미한다고 보기 힘들다. 설사 이 부분을 감안하고 넘어간다고 해도, ‘재와 불’이라는 명명이 더 적절하다. 직설적으로 말해, ‘불과 재’는 원인과 결과를 의미한다. 불이 나면, 재가 발생한다. 재의 부족은 자신의 기원을 잊고 하늘 인간과 손잡은 존재로 묘사된다. 과장하자면 이들의 존재 방식은 실제의 소스와 레퍼런스를 자신의 용광로 속에 잠재우는 AI 기술에 대한 제작자의 비판적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과 재’는 이 인과관계를 잊지 않으려는 다짐일 수 있다.


스파이더는 재의 부족과 정확히 반대되는 처지에 놓인 존재다. 스파이더는 파란색 캐릭터 필터가 먹히지 않는 기이한 돌연변이처럼 판도라 세계에 존재한다. 원본에 갇히지 않은 복제의 세계를 마냥 긍정할 수만은 없게 된 상황에서 스파이더는 생물학적인 인과와 성장 과정의 인과 사이에 놓여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기원을 인지하고 여기에 저항한다. 변화의 가능성이 그만의 특권은 아니다. 대령의 유전자를 공유한 아바타 쿼리치 역시 변화의 가능성을 지닌 존재다.


이러한 가운데 영화 속에서 매번 새롭게 소외되는 존재는 영화가 그리는 자연이다. 자연은 관객이 주인공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기 위한 배경으로 쓰이거나, 부족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침탈의 장소다. 자연은 하나의 캐릭터로 치환되며, 부족에게 번역될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해야만 중요하게 다뤄진다. 시리즈가 리얼리즘에 다가갈수록 아이러니하게도 장소로서의 자연을 상실했다는 사실에는 무뎌지게 된다. 영화의 리얼리티는 이미지가 현실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고, 도리어 그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환상을 은연중에 심는다. 블록버스터 SF에 자연 다큐멘터리의 잣대를 들이밀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술적 사실성이 강조되는 한, 그것의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측면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 상실되는 자연보다 도래할 기술이 더 두려울 리 없다. 의미가 불분명해서 곱씹게 되는 부제는 개연성의 진부함을 넘어, 개연성을 되찾아야 하는 때가 도래하리라는 경고로 메아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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