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기억은 사라져도 감정은 남는다… ‘오세이사’, K로맨스의 온도[봤어영]
345 4
2025.12.23 08:03
345 4

日 원작 한국영화 '오세이사' 리뷰
익숙한 이야기에 K감성·K디테일 더해 
'스크린 데뷔' 추영우, 밀도 높은 감정 열연
맑고 투명한 신시아,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풋풋한 청춘 멜로를 기대했다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원작이 남긴 깊은 여운을 떠올린다면 또 다른 결의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오세이사, 감독 김혜영)는 익숙한 이야기를 K감성과 K디테일로 다시 빚어낸 작품이다.


PlwdAb

영화는 사고로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게 된 고등학생 서윤(신시아)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루가 지나면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서윤은 같은 학교 학생 재원(추영우)의 고백을 받는다. ‘학교에서는 말 걸지 않기’, ‘연락은 간단히’, ‘진짜로 좋아하지 말기’라는 조건을 내건 채 시작된 연애는 잠에 드는 순간 기억이 사라진다는 비밀이 드러나며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재원은 매일 아침 처음처럼 눈을 뜨는 서윤을 위해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한다. 설렘과 이별이 동시에 예고된 구조는 관객을 빠르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긴다.

한국판 ‘오세이사’의 가장 큰 변화는 각색의 방향성이다. 원작에서 비중을 차지했던 가족 서사를 덜어내고, 사랑과 우정, 청춘의 감정선에 집중했다. 재원과 서윤 그리고 지민과 태훈의 관계를 중심으로 감정을 촘촘히 쌓아 올리며 서사의 밀도를 높인다. 그 덕분에 인물들이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한층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K감성, K디테일이 살아 있는 멜로라는 인상이 분명하다.

추영우는 이 작품으로 첫 스크린 데뷔를 치른다. 초반에는 다소 쭈볏거리는 태도로 출발하지만, 감정이 쌓일수록 로맨스의 온도를 은근하게 끌어올린다. 진한 에스프레소처럼 단번에 밀어붙이는 감정이 아니라, 달콤한 카라멜 마끼아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퍼지는 방식이다. 그 완만한 감정의 곡선이 극 전체의 몰입감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일본판에서 강조됐던 병약미와는 다른 비교적 건강한 피지컬의 캐릭터라는 점은 후반부 급전개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강한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그 간극을 메운다. 설정을 뛰어넘는 감정 표현, 말 그대로 피지컬을 이긴 연기력이다.


SJjTLU


신시아는 ‘첫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얼굴과 감정을 동시에 설득해낸다. 맑고 투명한 비주얼 위에 섬세한 감정선을 얹어, 기억이 사라진 상태에서도 남아 있는 감정의 잔향을 표현한다. 매일 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인물 특성상 단조로워질 수 있는 연기를 미묘한 표정 변화와 호흡으로 변주해낸 점이 인상적이다. 기억 전과 후를 명확히 구분하기보다는 감정의 결이 조금씩 달라지는 방식으로 서윤을 입체적으로 완성한다.

조연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친구 지민으로 등장하는 조유정은 절제된 연기로 극의 한 축을 단단히 붙든다. 과하지 않은 감정 표현으로 이야기의 균형을 잡아주고, 후반부 몰아치는 감정선을 효과적으로 증폭시키며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덕분에 영화는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안정적인 로맨스로 마무리된다.

결과적으로 ‘오세이사’는 모처럼 만나는 순도 높은 한국형 로맨스 영화로 완성됐다. 자극적인 장치보다 감정의 밀도로 승부하며 청춘 멜로가 가질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한다. 동시에 이 작품은 추영우의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서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그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확인하게 한다.

익숙한 이야기를 다른 온도로 풀어낸 이 영화는 추영우와 신시아의 발견이자 재발견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기억은 사라질지 몰라도, 감정은 끝내 남는다. ‘오세이사’는 그 단순한 진리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전한다. 오는 24일 개봉. 김혜영 감독 연출. 러닝타임 105분.


https://naver.me/5ixbVFfS


우리나라 감성으로 좋아보여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순수한면X더쿠💗] 압도적 부드러움 <순수한면 실키소프트 생리대> 체험단 모집 (100인) 321 12.18 57,82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57,94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57,55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396,89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73,855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09.11 450,856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7 05.17 1,107,512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1 05.17 1,160,854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12/22 ver.) 127 02.04 1,758,386
공지 알림/결과 ─────── ⋆⋅ 2025 드라마 라인업 ⋅⋆ ─────── 116 24.02.08 4,501,767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17,773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9 22.03.12 6,898,962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 21.04.26 5,681,623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772,297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99 19.02.22 5,906,06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076,566
모든 공지 확인하기()
10685243 잡담 핑계고 정도면 조회수 잘 나오는 편이지? 1 12:31 6
10685242 잡담 학폭은 난 사회면보다 솔직히 더 싫기도 한데 ㅋㅋㅋㅋㅋ 12:31 15
10685241 잡담 나래바 근데 초창기에도 남녀 썸씽만드는걸 즐긴다고 본인이 얘기하긴했음 12:30 23
10685240 잡담 박나래 일 터지기 전부터 나한텐 별로 이미지가 안 좋았음 12:29 82
10685239 잡담 ㅂㄴㄹ 원래 수위있는 코미디 꽁트 주로 하던 개그맨이라 비호감 이미지였는데 나혼산으로 음식 넉넉히 해서 잘 챙겨주는 이미지 하고 12:29 43
10685238 잡담 무인 지브이는 걍 열릴떄까지 계속새고하는 방법밖에 없어? 5 12:28 41
10685237 잡담 내년 설날 쯤에 개봉하는 텐트폴 영화들 뭐뭐 있어? 6 12:27 71
10685236 잡담 폭군의셰프 낮것상 먹을 시간이야 1 12:27 15
10685235 잡담 핑계고 올해 작품상 받은편 조회수도 잘나왔더라 1 12:26 107
10685234 잡담 키괜 우래들 헤어지지만 스틸이 다 고공투샷이라 걱정 좀 덜되네 1 12:26 39
10685233 잡담 ㅂㄴㄹ 초창기 집에선 최근처럼까진 아닌거 같은데 지금 집으로 이사가고 그 집이 거대한 걍 하나의 세트장.. 1 12:25 164
10685232 잡담 월급은 오후 늦게 들어와도 빡쳐 5 12:24 104
10685231 잡담 나래바가 단순히 술마시는 친목모임인줄 알았는데 책 내용은 너무 음란한데? 1 12:24 133
10685230 잡담 혹시 휴민트 설날 개봉 아닌가? 5 12:23 92
10685229 잡담 난 학폭연예인이랑 꾸준하게 친목티 9 12:23 382
10685228 잡담 난 다른거는 헉;;; 이건데 4대보험 안해준게 너무 확 와닿음 2 12:23 72
10685227 잡담 중증외상 👀 4 12:23 50
10685226 잡담 태풍상사 블캎 글 올라왔다 1 12:22 89
10685225 잡담 진짜 딴말인데 사는 집 상가에 나래바같은 느낌의 혼술바가 있거든 12:22 97
10685224 잡담 김우빈 신민아 내 생각보다 사랑이 단단했구나싶다 12:22 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