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눈꺼풀 떨림 하나가 사건이 된다 김고은의 '정지된 연기'[라임라이트]
110 2
2025.12.22 12:10
110 2
'자백의 대가' 모은役…감정 통제로 더 강렬
차갑고 고요한…한국 드라마가 본 적 없는 얼굴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스틸 컷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스틸 컷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 속 모은(김고은)은 서늘한 정적 그 자체다. 치과의사 부부를 살해한 뒤 그들의 아들마저 죽이려 기다리는 거실, 동작에는 한 치의 과잉도 없다. 나른한 얼굴로 일과처럼 침착하게 살인을 준비한다.

드라마는 이 명백한 악인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투명한 존재로 남겨두며 시청자를 시험한다. 배우 김고은은 이 모호한 심연에 강력한 설득력을 부여하며 극 전체의 공기를 지배한다. 단정한 표정과 낮은 목소리로 감정의 기복을 철저히 억제한다.

극 중 모은은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부채감과 뒤틀린 복수심으로 살인을 저지른다. 감정을 밖으로 내보이는 법은 없다. 심한 폭력을 경험한 일부가 보이는 '감정 둔마' 상태다. 모든 감정이 무뎌졌고, 타인과의 연결도 끊어졌다. 반응 자체를 낮추며 현실 세계와 거리를 둔다.


김고은은 단순한 무감각이 아닌, 깨지기 쉬운 자아를 지키려는 필사적인 방어 기제로 해석했다. 그는 "인물을 표면으로 노출하지 않고 차단된 지점에 머물게 했다"며 "표정 없이도 많은 것이 전달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는 울음, 고백, 격정적 폭발 등으로 상처를 해소하던 기존 한국 드라마의 정서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배우는 대사보다 태도와 리듬으로 시청자를 설득해야 한다.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스틸 컷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스틸 컷

난제 앞에서 김고은의 연기는 기술의 차원을 벗어난다. 움직임부터 최소화한다. 앉아 있는 장면에서조차 몸을 고정한 채 시선과 미세한 호흡만으로 화면을 채운다.

카메라 앞에서 동작을 최소화해 시청자의 시선을 묶어두는 건 웬만한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영역이다. 하지만 그의 화면에서는 정지된 상태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눈꺼풀 떨림 하나가 그 자체로 거대한 사건처럼 다가온다. 이 정지된 연기가 만드는 냉정함은 관객에게 두려움을 주는 동시에, 인물이 얼마나 깊은 곳에서 자신을 차단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발성으로 전달하는 효과도 못지않다. 한국 드라마에서 유사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감정을 설명하고 증폭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김고은은 정반대를 택한다. 낮은 목소리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감정을 강조하려 성량을 키우거나 문장 끝을 올리지 않는다.

침묵은 말보다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절제된 언어는 정보 전달이 아닌 상대를 향한 심리적 압박으로 작동한다. 최소한의 표현으로 최대한의 긴장을 만드는 역설. 이것이 작품 전체를 지탱하는 힘이다.


.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스틸 컷원본보기

넷플릭스 '자백의 대가' 스틸 컷

이는 김고은에게 큰 변화이기도 하다. '도깨비'와 '더 킹: 영원의 군주', '작은 아씨들'까지만 해도 그는 감정의 밀도를 전면에 내세우는 데 탁월했다. 눈물과 미소, 분노와 슬픔을 선명하게 구분해 시청자에게 전달했다.

올해 공개된 '은중과 상연'과 '자백의 대가'에서는 감정을 정교하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단계로 올라섰다. 시청자는 그가 연기하는 배역을 이해하려 할수록 불편해지고, 판단하려 할수록 확신을 잃는다. 그 불투명함이야말로 김고은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오해의 공간'이다.

감정을 감춤으로써 오히려 그 무게를 보존하는 모순. 모은은 그렇게 시청자에게 각인됐다. 이해할 수 없지만 지울 수 없는, 한국 드라마가 본 적 없는 얼굴로.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https://naver.me/55PdZh2f

목록 스크랩 (0)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순수한면X더쿠💗] 압도적 부드러움 <순수한면 실키소프트 생리대> 체험단 모집 (100인) 295 12.18 46,37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53,04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52,88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389,30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360,788
공지 잡담 발가락으로 앓든 사소한 뭘로 앓든ㅋㅋ 앓으라고 있는 방인데 좀 놔둬 6 09.11 450,856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눈치 보지말고 달려 그걸로 눈치주거나 마플 생겨도 화제성 챙겨주는구나 하고 달려 7 05.17 1,107,512
공지 잡담 카테 달고 나 오늘 뭐 먹었다 뭐했다 이런 글도 난 쓰는뎅... 11 05.17 1,160,854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12/22 ver.) 127 02.04 1,757,550
공지 알림/결과 ─────── ⋆⋅ 2025 드라마 라인업 ⋅⋆ ─────── 116 24.02.08 4,500,39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5,517,773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9 22.03.12 6,898,309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9 21.04.26 5,681,623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5,772,297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99 19.02.22 5,906,061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6,076,566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049218 잡담 아이유 가수 1위 이게 3번째래ㅋㅋㅋ 14:30 28
15049217 잡담 반딧불 노래 진짜 슬프지 않아? 2 14:30 12
15049216 잡담 신시아 보면 트와 다현이랑 프미나 박지원 생각남... 14:30 6
15049215 잡담 핑계고 좀비딸 편 진짜 웃기닼ㅋㅋㅋㅋㅋㅋ 3 14:30 19
15049214 잡담 조째즈 본명이 황가람이고 모르시나요랑 반딧불이 같은 노래인줄 14:30 19
15049213 잡담 나는 반딧불 티비 라디오 길거리 카페 음식점 등등 걍 존많 개많이 나온 노래 14:30 8
15049212 잡담 반딧물 저노래 나도 전혀 몰랐는데 바이럴 이런것만이 아니라고 느낀게 무슨 오디션인지 프로에 2 14:29 44
15049211 잡담 습스 연대에 우리영화랑 사계의봄 배우들은 안오나..? 14:29 20
15049210 잡담 조째즈 황가람 우리 엄마도 알더라 14:29 7
15049209 잡담 갑자기 왜 반딧불 플이야? 5 14:28 104
15049208 잡담 반딧불은 우리엄마가 어느날 갑자기 나한테 저 노래 추천하더라 14:28 8
15049207 잡담 가수 갤럽 아이유 1위 일줄 알았음. 일반 대중은 아이유가 폭싹해도 가수라고 인식해서 폭싹으로 1위 할것 같았음 12 14:28 113
15049206 잡담 서비스직이라 사람들 많이 보는데 벨소리 반딧불이 되게 많았음 14:28 11
15049205 스퀘어 허남준 인스타 업뎃 (MMA) 14:27 63
15049204 잡담 추영우 신시아 인텁 영상 예쁘다 3 14:27 63
15049203 잡담 아이유는 나중에 배우 가수 둘다 1위하는 날도 있을듯 4 14:27 89
15049202 잡담 골든이 내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 1 14:27 65
15049201 잡담 와 아이유 40대 이상에서 6위 인것도 대박 같어 트로트 아닌 가수론 혼자네 1 14:27 53
15049200 잡담 반딧불 많이 부르기는 함 14:26 33
15049199 잡담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다는 사람 목소리가 커질 때 반응 오는 건 맞는듯 1 14:26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