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연말, 지난 1년의 내 삶을 정리하듯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 늘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은 일종의 자기고백적 콘텐츠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밀린 일기장을 쓰듯, 나 자신의 오래된 감정들, 부끄러움과 약함을 마주하게 만드는 콘텐츠 말이다. 그래서 <은중과 상연>은 올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드라마이자, 모두가 써온 수많은 일기장과 닮아 있는 작품이다. <은중과 상연>은 사랑과 우정을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결핍과 불안, 혹은 사랑과 상실로부터 비롯된 선택들이 결국 인물의 삶을 구성했음을 가감 없이 전한다. 은중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상연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은중을 이해하기도, 상연을 혐오하기도, 혹은 상연을 사랑하기도 하고, 그러다 그들에게서 나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은중과 상연>의 송혜진 작가가 "상연은 내가 사랑했던 친구들의 총집합체와 같은 인물"이라고 말했듯, <은중과 상연>처럼 가장 개인적인 고백을 담은 이야기가 외려 가장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것을 보며, 가장 개인적인 콘텐츠가 가장 좋은 콘텐츠라는 것을 다시금 인지한다.
잡담 은중과상연 씨네플레이가 뽑은 2025년 TV(스크립티드) BEST 평 좋아서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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