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교환과 문가영이 묘사하는 사랑의 상실은 우리네 모습과 다르지 않아 더 가까이 자리하게 한다. 그 상실은 길 밖에 내놓아 바래진 소파에 있고, 같이 끼다가 혼자 끼는 이어폰에, 상대방을 향하게 하던 선풍기를 내 방향으로 돌려놓는 손 등에 담겨있다
이는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를 원작으로 한다. 원작 속 현재는 흑백으로 과거는 컬러로 그려지는 결을 같게 가져가면서도, ‘사랑은 봄비처럼 이별은 겨울비처럼’ 등의 곡과 싸이월드 파도타기 등을 타고, 우리나라에서 꿈꾸는 20대에 만난 첫사랑, 혹은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게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 시절은 꿈으로도 읽히고, 사랑으로도 읽힌다. 김도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그때 꿈꾸던 나를 떠올리게 하기에 반갑다. 그 시절 우리의 뒤에 있던 부모님 역시 눈물을 자아낸다. 또, 주인공의 이름이 ‘은호’이고, 고속버스나 비행기에서 재회하기에 같은 이름 ’은호‘(손예진)가 등장했던 과거 드라마 ’연애시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 영화 '라라랜드'를 좋아한 이들에게도, 그리고 첫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건축학개론'을 좋아했던 이들에게도 반가움을 더할 거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극장을 나오는 길에 꿈꾸고 사랑하고 있는, 혹은 꿈꾸었던 나를, 누군가를 사랑했던 나를 마주하고 안아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다.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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