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논란지옥’이란 말까지 나왔던 2025년.
하지만 연예계는 언제나 그렇듯, 사건 너머에 더 오래 남는 ‘빛’을 품고 있었다. 무너지고 흔들리던 한 해에도, 누군가는 가장 아름다웠고, 누군가는 가장 뜨거웠으며, 또 누군가는 가장 성실했다. 어떤 프로그램은 우리의 가슴을 두드렸고, 어떤 노래는 뇌리에 깊이 박혔다.
그래서 이번 편에서는 각 분야 기자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최고 순간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모, 연기, 예능, 인터뷰 현장, 작품성과 무대까지, 올해를 꽉 채운 수많은 장면들 중 기자들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은 ‘리얼 베스트’는 무엇이었을까.
조용하지만 강하게, 때로는 화려하게 기억을 새긴 ‘최고의 순간들’,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한다.
대담 참여자 : 영화어떡해 기자(한현정), 그나마넷플 기자(양소영), 사고그만쳐 기자(이다겸), 할리웃뺨쳐 기자(지승훈), 티비엔힘내 기자(김미지), 나혼자산다 기자(김소연)
사회자(진향희 팀장) : 그래서 오늘은 굳이 더 센 이슈 말고, 우리가 진짜 좋았던 장면을 꺼내보려 합니다.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이건 진짜였다’고 체크해둔 순간들요. 화려하든 조용하든, 올해를 버티게 해준 리얼 베스트를. 순위 매기듯 고르는 건 아닙니다. 취향이고, 체감이고, 현장 감각입니다. 자, 그럼 각자 마음에 남은 한 컷, 한 마디, 한 무대를 편하게 풀어주세요.
영화어떡해 기자 : 올해 제게 ‘최고’를 묻는다면, 단연 ‘송혜교의 미모’였습니다.
기자 일을 하다 보면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있죠. “누가 제일 예뻐요?” “누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솔직히 늘 이렇게 답해왔어요. “다 예쁜데, 다 비슷해요.”
프로들이 평생의 시간을 들여 관리하는데 아름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게다가, 그 통장에 그 정도 금액이 찍힌다면…저라도 죽자고 관리할 거고요.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될 순 없겠지만요.)
그런데 올해만큼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어요. “송혜교요.”
사고그만쳐 기자 : 원래 예쁘지 않았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 같이 쭉?
영화어떡해 기자 : 물론 예뻤죠. 말해 뭐해요! 그런데 좀 달라요. 14년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봤을 땐, ‘인형 같이 예쁘지만 특별하진 않은’ 스타로 기억됐거든요. 그보다 당시의 탕웨이 배우가 ‘만추’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던 기억이 나요. 미모를 넘어선 묵직하고도 신비롭고, 진중한 아우라가 기억에 남았죠. 많은 기자들이 비슷한 반응이었어요.
하지만 올해 ‘검은 수녀들’로 다시 마주한 송혜교는 그 때의 탕웨이 배우에게서 느낀 무엇 그 이상이었어요. 단순히 ‘예쁜 얼굴’이 아니라, 성숙함·단단함·프로페셔널함이 동시에 빛나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어요.
카메라 앞에서의 표정도 달라졌지만 그 밖에서 만난 모습은 더 매력적이더군요. 편안하면서도 예의바르고 위트 넘치는 말투, 현장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자연스럽게 주도하는 에너지, 그리고 이어지는 진솔함까지.
모든 순간이 ‘이 사람이 왜 오랫동안 톱인지’를 설명하고 있었죠. 아니, 오히려 ‘그 오랜 세월과 우여곡절 끝에 커리어도 인생도 활짝 피었구나’라는 느낌이었어요. 그 활짝 핀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티비엔힘내 기자 : 저도 그러면 올해 현장에서 본 최고 스타를 꼽아볼게요! 저는 박보영 배우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2025년 초여름을 찬란하게 물들였던 ‘미지의 서울’, 다들 기억하시죠? 박보영의 신들린 1인 4역 연기가 담겼던 그 작품이요.
그나마넷플 기자 : 함께 연기한 배우들도 다 극찬한 그 1인 4역 연기 말이죠?
티비엔힘내 기자 : 네, 맞아요. 배우들도 찬사를 쏟아냈었는데, 무엇보다 제 마음을 빼앗은 것은 바로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박보영이에요. 화면으로도 그랬지만 실제로 본 박보영은 진짜 사랑스러움의 의인화 그 자체, ‘뽀블리’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어요.
나혼자산다 기자 : 실물이 요정 같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는데, 실제로도 그렇던가요?
티비엔힘내 기자 : 네. 진짜요. (진심) 그리고 미모도 미모지만 제가 더 놀랐던 건 인터뷰 내내 보여준 깊이 있는 대답과 캐릭터, 작품에 대한 애정이었어요. 솔직히 종영 인터뷰에서 ‘이 사람이 과연 이 캐릭터를 진심으로 연기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깨는 배우들도 종종 있었거든요. 그냥 기본적인 질문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배우들이요.
할리웃뺨쳐 기자 : 아, 있죠, 있죠. 그런 배우들은 꼭 뒷말이 나오죠.
티비엔힘내 기자 : 그런데 박보영은 어떤 질문에도 자기 생각을 온전히 정리해서 전하더라고요. 들리는 소문에는 박보영이 ‘미지의 서울’ 인터뷰 준비에 쏟은 시간과 열정이 정말 대단했대요. 다른 배우들도 예상 질문에 답하기 등 인터뷰 준비는 필수적으로 하지만, 박보영이 들인 시간은 넘사벽이었다고요. 그 이야길 들으니까 ‘아, 그래서 작품에 대한 진심이 가득히 느껴졌구나’ 싶었어요.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이 제 가슴에까지 전해져서 울림을 줬던…, 저는 올해 그런 배우가 바로 박보영이었어요!
그나마넷플 기자 : 저는 올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인생 이야기를 보면서 눈물이 줄줄 나더라고요. 해녀질을 하는 엄마의 하루를 사고 싶다는 애순의 시나 “살면 살아져”라는 대사 등 가슴에 콕 박히는 명대사의 향연이었어요. 저도 그렇지만, 저희 부모님 세대도 정말 감동적으로 보신 것 같아요.
영화어떡해 기자 :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오랜만에 펑펑 울었고요. 아이유 박보검의 케미도 근래 본 커플들 가운데 단연 역대급이었고요.
그나마넷플 기자 : 맞아요. 아이유 박보검도 정말 잘 어울렸죠. 비주얼도, 연기도 굿이었어요. 기대 이상이었죠. 둘이서 부른 ‘산골 소년의 사랑 이야기’도 꼭 들어보세요. 문소리 박해준의 케미도 좋았고요. 박보검 박해준의 일편단심 순애보 연기에 한동안 ‘관식이 병’ 열풍까지. 그야말로 ‘폭싹’ 신드롬이었죠.
무엇보다 저는 배우 염혜란의 연기도 너무 좋았어요. 분량을 떠나서 정말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죠. 감탄했어요. 원래도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폭싹 속았수다’에서 보여준 연기는 경이로웠어요. 물론 ‘학씨 아저씨’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최대훈도 빼놓을 수 없죠. 이준영, 김금순, 김선호, 강유석, 채서안 등 정말 많은 배우가 ‘폭싹 속았수다’에서 빛나서 더 좋았고요.
나혼자산다 기자 : 올해의 작품 인정. 상복도 있더라고요. 제61회 백상예술대상 4관왕에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 3관왕 등 상도 휩쓸고 있던데요?
사고그만쳐 기자 : 상복 이야기를 하니, 떠오르는 노래가 하나 있어요. 무려 ‘제83회 골든글로브어워즈’ 최우수 오리지널송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Golden)이요.
올해 정말 어마어마했죠.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이었잖아요. 작품 자체의 인기도 뜨거웠지만, OST에 대한 관심이 정말 대단했던 것 같아요.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서 8주 간 1위를 했으니, 말 다했죠 뭐.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이 되면 전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다고 하잖아요. 헌트릭스가 부른 ‘골든’이 딱 그런 케이스 같아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호주 등지에 있는 학교에서도 초등학생들이 ‘골든’ 떼창을 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죠.
그나마넷플 기자 : 헌트릭스 경쟁 그룹도 있잖아요. 사자 보이즈요!
사고그만쳐 기자 : 사자 보이즈도 빼놓을 수 없죠. 개인적으로는 원호가 검은 색 도포에 갓까지 쓰고 ‘유어 아이돌’(Your Idol)을 커버한 영상이 기억에 남아요. 표정 연기부터 착장, 분위기까지. 진짜 사자 보이즈 애비가 튀어나온 줄 알았다니까요.
‘소다 팝’(Soda Pop)은 또 어떻고요. 차은우부터 라이즈, 제로베이스원, 보이넥스트도어, 투어스 등등. 남자 아이돌이라면 커버를 안 한 팀이 없을 정도로 열풍이었죠. 지드래곤 소속사가 사자 보이즈에 버금가는 AI 버추얼 아이돌을 론칭한다고 하던데, 기대되네요.(찡긋)
할리웃뺨쳐 기자 : 송혜교만큼의 미모도, 아이유·박보검만큼의 인기도 아니지만, 국가로부터 ‘잘남’을 인정받으며 최고의 한 해를 맞이한 인물이 있어요. 바로, JYP. 조용필 아니고요. ‘국민 딴따라’,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이에요.
각종 출연 방송들을 보며 데뷔한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목말라하는 모습이 참 멋지다 싶었는데.. 결국 이렇게 사고를 또 치네요. 연예 기사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면까지 도배했던 그 사건.
“‘대한민국 초대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한다. 박진영”.
가수, 프로듀서에 이어 국내를 대표하는 가요 기획사의 수장까지 역임한 그에게 더 이상 필요한 게 있을까 했더니만. 이번엔 대통령이 그를 호출했다는 게 가히 입을 다물 수 없었던..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국가의 부름, 즉 국가가 인정한 사람임을 뜻해요. 이 정도면 그는 K-엔터테인먼트의 산역사 아닌가요?
나혼자산다 기자 : 정확히 ‘대중문화고류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 거예요?
나혼자산다 기자 : 국가의 중역이 된 박진영도 최고였지만, ‘국대’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분을 빼놓을 수 없죠. 저는 올해 예능판을 뒤흔든 ‘국민 식빵언니’, 아니 이제는 ‘예능 거인’ 김연경을 꼽고 싶어요.
솔직히 우리 기자들은 직업병 반, 의무감 반으로 신규 예능, 드라마 등은 첫 방송을 무조건 챙겨 보잖아요? 늘 그래왔던 관성으로 ‘기사 거리 없나’, ‘이번 프로그램은 어떤가?’ 스캔하면서 보는데, 김연경이 메인으로 나선 MBC ‘신인감독 김연경’을 보고선 단숨에 자세를 고쳐 앉았어요. 한 눈에 딱 느낌이 오더라고요.
“와, 됐다. 이건 무조건 터진다.”
티비엔힘내 기자 : 맞아요.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으로 넘어오는 경우는 많았지만, 김연경은 결이 좀 달랐어요. 과거 예능에서도 잘 했지만, 본인이 메인인 프로그램에서도 거침이 없던데요? 적응기 따위 필요 없더라고요.
나혼자산다 기자 : 그게 포인트예요. 단순히 유명한 운동선수라서가 아니라, 예능인으로서의 ‘감’이 미쳤어요. 치고 빠지는 토크 타이밍부터 운동 프로그램이 가져야할 진정성, 시청자들에게 잠시 쉴 틈을 주는 화제 전환 겸 농담, 방송 베테랑급이에요.
사실 제가 운동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스포츠 예능은 잘 안 보는데, 이번엔 달랐어요. 땀 흘리는 프로그램 특유의 뭉클한 감동과 벅차오름이 있더라고요. 단순히 웃기는 걸 떠나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진정성 있는 순간들이 결국 ‘김연경’이라는 사람의 호감 이미지로 직결되는 느낌이었어요.
특유의 시원시원한 화법에, 의외의 허당미까지 섞이니 천하무적이죠. 코트 위에서 보여주던 그 무시무시한 카리스마가 스튜디오 장악력으로 고스란히 이어진 느낌? 올해 연예대상에서 트로피 하나는 무조건 확보했다고 봅니다.
그나마넷플 기자: 벌써 시즌2 이야기도 들리던데요?
나혼자산다 기자: 맞아요. 그런데 정작 본인은 좀 신중한 눈치에요. 최근 유튜브를 통해서도 “지금은 ‘현생’을 살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거든요. 대한체육회 국제위원회 부위원장직도 맡았고, 할 일이 많아서 “시즌2는 아직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현생이 바쁘긴 하지만, 팬들의 염원이 커지고 있으니 또 시원하게 돌아와 주지 않을까요? 배구 여제의 귀환, 기다려봅니다.
진향희 팀장 : 2025년 연예계의 ‘리얼 베스트’를 함께 돌아보니,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한 해가 시끌벅적했든, 조용히 흘렀든 결국 남는 건 사람과 순간이라는 사실을요. 화려한 무대 위든, 카메라 밖 인터뷰 현장이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이들의 진심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올해를 함께 버텨주고 빛내준 모든 스타들에게, 그리고 현장을 지켜온 모든 기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할리웃뺨쳐 기자 : 공식적인 설명에 따르면 문화산업계를 이끄는 리더들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 협력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확정하기 위해 신설된 조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쉽게 이야기해 보자면... K팝, K드라마, K무비 등 한국 콘텐츠들이 과거에 비해 현재 노는 물이 완전히 달라졌잖아요? 이때! 노를 젓자 이거죠.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 무대 중심에 서게끔, 각 분야가 서로 소통하고 하나가 되는 걸 목표로 달려가는 걸 도모하는 집단이라고 보면 돼요. (더 복잡한가요..?)
주목해야 할 건 박진영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공동위원장으로 나서게 됐어요. 그래서 우리는 이제 박진영을...“딴따라 장관”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비닐 바지’ 입고 무대 서던, 그냥 음악 잘하는 형이었는데...(감동의 눈물)
전 대중문화가 이렇게 국가 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게 너무 너무, 자랑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