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보면 ‘모범택시’ 시리즈는 지속가능성이 무척이나 높은 작품이다. 분통 터지는 억울한 범죄 피해는 고갈될 수 없는 소재 아닌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던 지강헌의 외침이 1980년대나 지금이나 유효한 것처럼. 실제로 ‘모범택시’ 시리즈에 나왔던 에피소드 대다수는 뉴스에 실렸던 실제 사건들을 모티프로 각색해 현실감을 생생히 살렸다. 시즌1의 화제였던 ‘유데이터 사건’은 ‘위디스크 양진호 사건’을 모티프로 했고, 시즌2의 ‘블랙썬 사건’은 누가 봐도 ‘버닝썬 클럽 게이트’를 각색한 것이었다. 다른 에피소드들도 모두 언제가 들어봤던 뉴스 속 사건들을 각색한 것이며, ‘모범택시3’에서도 이 기조는 이어져 ‘중고차 허위 매물 및 침수차 사기 사건’과 ‘프로배구 승부조작 사건’ 등이 방영됐다.
대중이 ‘모범택시’ 시리즈에 환호하는 이유도 명확하다. 현실에서 힘 있고 돈 있는 범죄자들은 어떻게든 죄를 피해 달아나거나 지은 죄에 비해 미미한 처벌을 받는다.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여러 가지 혐의에 대해 선고받은 형량이 모두 12년으로, 2030년 출소 예정이다. 성착취물을 유통해 수백억 불법수익을 챙겼지만 범죄수익에 대한 몰수 및 추징은 없었으니 출소 이후 다시 잘 먹고 잘 살겠지. 버닝썬 게이트? 주동자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형량을 받으며 과연 몸통은 누구인가 공분을 일으켰다.
그에 반해 ‘모범택시’ 시리즈에서 무지개 운수팀이 의뢰받은 사건의 범죄자들은 김도기 기사에게 처절한 응징을 받는다. 응징의 계산법은 ‘눈눈이이’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인 침수차를 판 일당들은 자신들이 팔던 ‘폐급’ 침수차에 태워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폭행과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고 묻어 십수 년간 가족의 애를 끓게 만든 가해자는 그와 맞먹는 고통을 가한 뒤 흙구덩이 속에 파묻는다. 명백히 범죄로 진행되는 사적 복수이지만 시청자들 누구도 응징 당하는 가해자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드라마니까, 드라마 안에서라도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보고 싶다는 강한 갈망이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 사람들의 사적 복수를 응원하는 셈이랄까.
‘모범택시’ 시리즈가 시즌4가 나올 가능성? 지금으로는 99%가 아닐까 싶다. 말했듯 이 시리즈의 소재는 고갈될 확률이 매우 낮으니까. 다만 그렇게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며 김도기 기사의 택시가 달리길 희망하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저런 사적 복수 대행극이 저 멀리 시대극으로 남았으면 좋겠지만 힘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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