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말하면 어머니의 마음이라 해야겠지
어제 회차를 뒤늦게 보고 난 뒤 드는 생각은 좌상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고 집요한 자로구나 했던 거
우희와의 관계성에서도 보이듯 저에게 애초에 부성이 존재하지 않았던 양 제조상궁이나 초랭이탈 같이 이제껏 그의 수하들을 부리는데에 있어 그의 자식이나 어미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게 한두번이 아니었잖아
우희가 제뜻에 반한다는 이유로 불식간 단칼에 베어버린 여리란 존재도 우희에게 있어선 너른 의미의 어미와 같은 존재였을터
무엇보다 장정왕후를 제 가옥으로 빼돌려놓고선 제운대군에게서 모친와의 연을 생사의 이름으로 끊어놔버렸단 것도 모자라 한낱 미물일지언정 짐조를 이용할때에도 그의 새끼를 볼모로 잡았을 게 눈에 선하단 말이지
저의 사랑에 대해 끔찍이도 아끼고 세상 연민을 갖고 있으면서도 타인의 부모로서 사랑에 참으로 모질고 잔혹하기 이를때 없으니 이 죄값을 다 어찌 갚으려고 그러나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져
그러면서 이미 애저녁에 예정대로 죽은 이어야했단 듯 하얀 소복차림의 장정왕후가 안은 포대기 속 베개를 보면서 아마도 저기에 밀약서가 있는듯한데 좌상에게 제 아들이라 말하는 걸 보노라니 정신을 놓으나 안놓으나 여인에서 누군가의 어미가 된 이상 당신께선 어떻게든 한번은 어미의 마음으로 아들인 제운을 좌상에게서 구해내겠구나 싶어지더라구
우희는 물론 초랭이탈도 그렇고 어쩌면 미금이까지 제 '어미'를 위하는 마음으로 좌상을 무너뜨리는데 한몫하지 싶었어
제사랑만 중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너무 쉽게 짓밟은 것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뤄야하니만큼 이 방향도 썩 나쁘지 않겠구나 하구



그와중에 그의 홍연에 다시한번 소름돋았더라지
강달이 홍연의 그 빛은 더할나위 없이 붉디붉어 고운데 좌상의 홍연이란 건 그의 잔혹한 성정에 빛을 바랜걸 넘어서 뭔가 진득진득 탁한 기운이 느껴져
자신의 이미 끊어진 연을 억지로 이어놓으려 앗아간 목숨만 수십수백이라 그리 죽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엮으려니 얼마나 검붉고 질척일까 싶어 새삼 무서웠다구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