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부쩍 늘었다.
편전에 들어서 국정을 논의할 때도
침전에 누워 잠이 들기 직전에도 대령숙수의
얼굴과 목소리가 자꾸만 떠오른다.
한 번은 사냥을 나가 활을 쏘려 하는데
눈 앞에 대령숙수가 어른거려 말을 쉬지 않고
달렸다. 그녀에 대한 생각을 털어내려
목 고개와 온몸을 가로저었다 하지만 다시
그녀의 얼굴과 목소리가 부드러운 가루가 되어
공중에서 과인의 몸에 흩뿌려지니
이 병은 도대체 어의에게
어찌 설명하면 좋다는 말인가
오늘밤이 또 길겠구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대령숙수가
내어오는 수라상에 기분이 들뜨는구나 허나
수라상보다 반가운 것은 맛있는 요리를 내어오는
그녀의 얼굴이니 요즘은 매일이 눈 뜨기가
기다려지는구나 젊은 사내의 연정이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구나
과인에게도 누군가의 안위가 걱정되고
하루가 보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찰 줄이야
어머니가 대령숙수를 보셨다면 어찌 말씀 하셨을까
아마도 나만큼이나 그녀를 어여삐 여기셨을 터
참으로 아쉽구나
병이라고 칭할만큼 괴롭게 떠오르는 사람이란 말이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