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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허들' 최예빈 인터뷰

무명의 더쿠 | 16:20 | 조회 수 69

ZYjoeh



3년 전, 신인배우 인터뷰 코너인 ‘후아유’로 최예빈 배우를 만났을 때 그는 사전 질문지에 빼곡한 답변을 적어온 태블릿PC를 꺼냈다. 쑥스러운 표정 아래로 신인배우의 진중함이 읽혔다. 그렇게 그를 떠올리며 만들어진 질문들은 그의 간절함과 성실함을 통해 존중과 이해를 받았다. 그로부터 촬영 스튜디오에서 3년 만에 만난 그에게 그때 이야기를 꺼내자 그는 여전히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러나 조금 더 선명한 눈빛으로 “오늘도 답변지를 준비해왔다”고 답했다. 이번에는 사전질문지를 보내지 않았지만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보고 거기에 답해본 모양이다. 인터뷰 시간이 또다시 그가 만든 존중과 이해 안에 있었다. 그에 대한 주변 평가는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한상욱 감독이 전하기를, 영화 <허들>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주인공 서연의 전사를 여러 장 빼곡하게 정리해왔다고 한다. 이 배우의 성실한 수고스러움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강단 어린 적극성과 주체성을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용기를 내는 것일까.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유일한 보호자를 잃은 고등학생 서연은 갑작스레 소녀 가장이 되어버린 자신을 도와줄 사회적 울타리를 찾는다. 의료지원, 복지 혜택, 간병 정책…. 그러나 아버지의 집과 덤프트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호대상에서 자꾸만 탈락한다. 불행은 도미노처럼 몰아친다. 유망주로 주목받았던 허들 실업팀에 입단할 것을 목표 삼지만 그것도 이젠 녹록지 않고 친인척과 학교 선생님들은 그의 비극에 전염될까 자꾸만 거리를 둔다. 슬픔을 방관하는 병원과 관공서, 미성년자의 흔들리는 마음을 겨냥한 기만자들의 노림수. 서연과 같은 ‘가족돌봄청년’ 문제를 이제 막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허들>은 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그래서 최대한 먼 곳까지 널리 알리겠다는 배우의 사회적 책임감을 만나 용기 있는 이야기가 됐다. 제 주변의 것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이가 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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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허들> 시나리오를 어떻게 읽었나.

=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 정도에서는 숨 쉴 구멍을 주겠지, 이즈음이면 사건이 해소되겠지 하고 예측했는데 그런 부분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계속 읽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참 가혹하다고 생각했다. 완독한 이후에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현실이라고. 영화가 더 극적으로 연출한 게 아니라 그냥 현실 그 자체일지 모른다고. 순간 번개를 맞은 듯 느껴졌고 꼭 <허들>에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서연은 또래다운 모습이 드러나는 주인공은 아니다. 어른들에게 힘들다고 떼쓰지 않고, 집 안에서도 소리조차 내지 않고 운다. 지금까지 청소년 역할을 많이 해왔기에 서연의 묘사가 다르게 느껴졌을 것 같다.
= 이전 캐릭터들은 극적인 면모가 강해서 현실적으로 그리기보다 현실로부터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 상상력을 많이 끌어다 썼다. 반면 서연이는 현실의 땅을 딛고 서 있게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서연이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서연이가 실존 인물이라면 어떤 유형에 가까웠을까, 이런 질문을 많이 건넸다. 사실 서연이가 나이에 비해 무덤덤한 것처럼 보이지만 돌이켜보면 나도 19살 때 스스로 어른에 가깝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성숙하다고. 그래서 철부지의 모습이 아닌 서연이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 진로 면에서도 운동이 취미가 아니기 때문에 진지하게 대한다. 친구 민정(권희송)과 있을 때 유일하게 10대다움이 드러나는데 그런 순간에 몰입할 뿐 일부러 학생인 것처럼 행동하려고 하지 않았다.



- 3년 전 신인배우 인터뷰 코너인 ‘후아유’에서 <거래완료>라는 작품으로 만난 적 있다. 그때보다 지금이 작품 분석이나 이해도에 대한 자기 기준이 더 명확하게 세워진 느낌이다.
= 최근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과정을 지나오면서 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골몰했다. 그게 내게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전에는 나를 배제하고 캐릭터에만 집중했는데 요즘에는 캐릭터를 녹여낼 내 안의 융합점을 생각한다. 나와 캐릭터를 연결하는 지점을 연구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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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욱 감독이 말하기를, 서연의 전사를 직접 정리하기도 했다고 하던데 서연의 어떤 과거를 상상했나.

= 서연이가 태어나면서부터 겪었던 생애를 적었다. 그외에 서연이가 주변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그들에게 각각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상상했다. 또 서연이가 바라는 삶의 형태나 미래에 대한 가치관까지 정말 세세하게 적었다.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엄마와의 관계 같은. 최근에 마이즈너 테크닉이라는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직장인은 회사를 정기적으로 출퇴근하지만 배우는 작품이 없으면 업무로서 연기를 할 상황이 마련되지 않는다. 그렇게 빈틈이 생겨나는 게 독이 된다는 생각에 스스로 훈련 과정을 만들었다. 거기서 인물의 과거를 스스로 채워가는 과정을 배웠다.



- 연기 훈련의 기회를 스스로에게 주었다. 마이즈너 테크닉을 통해 연기적으로 어떤 도움을 얻었나.
= 마이즈너 테크닉에서 내게 맞는 연기법을 찾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인물의 생애를 고민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연기할 때 모든 상세 사항을 기억하면서 계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역사가 내 머릿속에 한번 펼쳐지고 나면 사소한 선택을 하더라도 바로바로 그 입장을 되돌아볼 수 있다. 또 촬영이 늘 시나리오에 맞게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순서가 뒤섞여도 내 안에 생애주기가 올곧게 있어서 더 원활하게 연결할 수 있었다. 실제로 촬영 전에 신마다 날짜가 언제인지를 모두 기입해놨다. 그래야 촬영 순서가 섞여도 감정선이 흔들리지 않았다. 너무 감사하게도 스크립터 담당자님도 지금 사건 전에 어떤 신이 있었는지를 계속 알려주셨다.



- 영화에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최예빈 배우의 서늘하고 묵직하고 강단 있는 표정이 나온다. <펜트하우스> <밤이 되었습니다> <거래완료> 등 전작에서 본 적 없는 차분한 얼굴이었다.
= 영화는 시나리오를 통해 전체 내용을 미리 알 수 있어서 좋다. 촬영 전까지 어떤 지점을 구체적으로 만들지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생애를 채워나가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앞으로 나와의 싸움도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 내가 얼만큼 공백을 채우고 촬영장에 들어가느냐부터.



- 그래도 상상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MBTI의 N이라는 직감이 오는데.
= 완전 대문자 N이다. (웃음) 비가 많이 내리던 어느 날 퇴근하는 한강 다리 위에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가 많이 와서 차가 물에 빠지면 어쩌지? 그럼 차 내부에 물이 차오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하고. 진짜로 문이 열리긴 할까? 차에서 탈출했다고 쳐. 그럼 육지까지는 어떻게 가지? 이게 한강 다리 위에서 잠시 동안 벌어진 사고회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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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정과 서연이 대립하는 장면으로 돌아가보자. 촬영 여건상 리허설을 오래 진행할 수 없어서 따로 리딩 시간을 가졌다고. 미리 준비해두는 게 마음이 편해서일까.

= 사실 연기를 어떻게 하겠다고 미리 연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동선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또 장면의 감정을 상대 배우와 얼마만큼 주고받을지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연습을 미리 해두고 싶었던 건 신이 잘 살도록 서로의 톤을 맞춰보기 위해서였다. 민정과 서연의 갈등이 절정에 다다르는 신은 작품에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의 해석과 청사진을 맞춰놓아야만 했다. 배우들과 장면과 상황에 대한 공유가 잘돼 있을 때 뛰어놀더라도 더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듯하다. 예전에는 이런 게 많이 어려웠다. 각자 방식도 다 다르고 시간에 쫓기기도 하고. 그래서 더더욱 <허들>작업 과정이 즐거웠다. 시도해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봤다.



- 서연은 허들 종목의 유망주로 꼽힌다. 실제로 허들 훈련을 받기도 했다고. 화면으로 보면 허들이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아서 정말 어려울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 내가 딱 그랬다. 내가 딱! (웃음) 그런데 코치님이 한달 안에 진짜 선수처럼 하기 어려울 거라고 말씀하시더라. 나도 속으로 정말 그럴까 생각했다. 근데 막상 해보면 발목 정도 높이의 허들도 넘기가 쉽지 않다. 와다다다 달려서 허들 앞에서 점프를 하는 데 두려움이 앞선다. 한상욱 감독님은 대역의 여지도 있으니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나는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다. 무조건 해낸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일종의 장대높이뛰기 같은 거라고 보면 된다. 기술 종목으로서 그냥 뛴다고 되는 게 아니다. 탕탕탕, 리듬이 있다. 그 리듬 안에 뛰지 못하면 바로 걸려 넘어진다. 심지어 서연이는 유망주이기 때문에 잘해내야만 했다. 하루는 민정 역을 맡은 권희송 배우가 그러더라. 이걸 뛰어넘는 순간 자신도 뭔가 앞으로 더 해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고. 그런데 나도 그랬다. 두려움을 제거해 나가는 그 과정이 내게도 고스란히 에너지가 되었다.



- 특히 배우의 몰입이 필요했던 법정 신은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를 내세우는 클라이맥스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은 촬영 현장에서 어떻게 집중력을 높였나.
= 나를 믿는 과정이 필요했다. 촬영 기간이 길지 않아서 오히려 서연이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내내 서연이가 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달까. 무엇보다 나의 방식으로 많이 찾아낸 것 같다. 예전 같았으면 집중이 안될 때 되게 하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에는 잠깐 나가서 가다듬고 오겠다고 말을 한다. 그러고 밖에 가서 내가 만들어둔 <허들>용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다. 옥상달빛의 <두 사람> <치얼업>, 백예린의 <한계>, 이소라의 같은 것들이 이 플레이리스트에 있다. 이제 내게 맞는 방법들을 찾아나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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