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3'의 주인공 김도기(이제훈)를 정의하자면 누군가의 절망을 대신 짊어지며 영웅이 된 남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도기가 운전대를 잡은 모범택시가 세 차례나 안전 운행을 할 수 있던 건, 그 절망을 짊어진 인물의 무게를 오롯하게 품어낸 배우 이제훈이 있어서다.
사건이 어디서 벌어지든 빌런이 어떤 얼굴을 하건 '모범택시'의 이야기를 굴리는 동력은 결국 김도기의 선택과 행동으로 귀결된다. 그의 화려한 액션과 변장술이 표면적 볼거리로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의 절망을 가장 먼저 껴안는 인물이기에 사적 복수라는 논쟁적 장르는 감정적으로 설득력을 갖는다.
시즌3에서도 그 구조는 그대로 작동한다. 미성년자 불법 도박 피해, 중고차 사기 피해, 장기 미제 살인 피해 등을 마주한 도기는 처음부터 분노하지 않는다. 대신 침착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판단한다. 그러고 나서 무엇을 희생하더라도 피해자를 더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몸을 던진다.

김도기의 존재감은 결국 이제훈을 통해 구축된다. 그는 시즌마다 동일한 역할을 반복하지 않고 매 시즌 전투력을 갱신한다. 부캐의 더 넓어진 스펙트럼,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는 강한 체력, 심리 묘사의 디테일까지 성장하고 있다.
물론 도기라는 인물의 가장 인상적인 자산은 여러 얼굴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능력이다. 일본 조직을 흔들기 위해 꺼내든 쾌남 느낌의 '버서커형' 부캐부터 중고차 빌런에게 접근하는 '혜자적 호구 고객', 승부조작 범죄를 무너뜨리기 위한 '타짜도기'까지. 꺼내 드는 부캐마다 유머가 스며있지만 가벼이 느껴지진 않는다. 도기에게 며칠만 해 먹는 가짜 얼굴은 없어서다. 매번 목숨 걸고 쓰는 실전의 얼굴이다. 악의 틈을 파고드는 치열한 심리전이자 침투술인 셈이다. 그래서 시청자는 매번 변장한 도기를 보고 웃으면서도 그 뒤에 있는 치밀함을 본다. 이 부캐의 정교함이 김도기라는 본체 캐릭터를 흐리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이를 미덕으로 완성하는 건 본체 이제훈의 성실함이다. 시청자들은 김도기가 이기는 순간만 즐기는 것이 아니다. 함께 아파하고 흔들리는 여러 감정의 축적에서 더 큰 감흥을 느낀다. 부캐와 액션이 화제성을 위한 장식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중심 감정인 책임감을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는다. 어리바리한 부캐를 연기할 때도 눈빛은 계속 상황을 계산하고, 폭발적인 액션 뒤에는 지켜야 할 대상을 염려한다. 화면 위에 드러나는 것은 캐릭터의 재능이지만 그 아래 단단히 깔린 것은 배우의 노동이다. 역할에 매번 인생을 건다는 그의 태도가 작품 전체의 밀도를 결정한다.

시즌제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려면 캐릭터가 소모되지 않아야 한다. 김도기가 그 조건을 충족하는 건, 매번 다른 방식으로 인물을 분화하는 이제훈의 존재다. 이 감정의 진심이 유지되는 한 시즌이 몇 번 더 이어져도 캐릭터는 닳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관의 중심축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시즌3이 다시 증명하고 있다.
그 결과는 수치로도 증명되고 있다. 시즌3의 첫 방송은 전국 기준 9.5%로 출발했고 가장 최근 방송한 6회에서는 12.0%를 찍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시즌을 거듭하고 구조가 반복돼도 시청자가 이탈하지 않는 이유는 결국 김도기의 서사를 단단히 지탱하는 이제훈의 힘을 체감해서다.
결국 '모범택시'를 밀고 가는 연료는 액션도 스케일도 아닌 이제훈이다. 그리고 그의 치열함이 있는 한 '모범택시'의 운행은 몇 번을 반복해도 힘 있게 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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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좋아서 가져왔어 완전 극찬이다
김도기=이제훈 그잡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