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엄태웅 장인 윤일봉 별세… 100편을 남긴 로맨스 스타, 91년 생 마침표

배우 엄태웅의 장인이자 발레리나 윤혜진의 아버지, 원로배우 윤일봉이 8일 별세했다. 70~80년대 한국 로맨스영화의 얼굴로 활약했던 그는, 100편이 넘는 작품을 남기고 91년 생을 마감했다.
충북 괴산 출신인 윤일봉은 1947년 문화영화 ‘철도이야기’로 데뷔해 이듬해 상업영화 ‘푸른 언덕’으로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1956년에는 연극 ‘협객 임꺽정’으로 무대에 오르며 연극배우로도 활동을 넓혔다.
그는 영화 100여 편에 출연하며, 1970~1980년대 로맨스물의 대표 얼굴로 자리 잡았다. ‘맨발의 청춘’, ‘별들의 고향’, ‘당신만을 사랑해’, ‘깊은 밤 갑자기’ 등 당시 한국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던 주요 작품에 참여했다.
1967년 대종상 남우조연상, 1984년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제11대 영화진흥공사 사장을 역임하며 한국 영화계의 초석을 닦는 데에도 기여했다.
가정사 또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1951년 배우 유동근의 누나인 고(故) 유은이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었고, 그 자녀 중 발레무용가 윤혜진은 배우 엄태웅과 결혼하며 예술가 가계를 이어갔다.
윤일봉은 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국 영화의 성장기와 전성기를 통과한 세대의 대표 배우였다. 키 178cm에 훤칠한 외모, 선 굵은 목소리, 클래식한 멜로 이미지로 당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금의 20~30대에게는 낯설 수 있으나, 부모 세대에게 ‘윤일봉’이라는 이름은 곧 한국 멜로영화의 시대적 상징이었다. 그가 떠났다는 사실은 단순한 부고를 넘어, 한 시대의 마지막 장이 조용히 덮인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예술가 가계를 지켜온 가장이자, 한국 영화사에서 멜로 장르의 얼굴로 기억되는 윤일봉의 죽음은 세대와 장르를 건너 이어져 온 긴 호흡의 역사가 끝났음을 알린다.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과 인연들은 남은 가족과 동료 배우들, 그리고 여전히 그의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의 마음 속에서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시안 추모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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