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자란 아역’이라는 수식을 넘어, 이제는 세대를 대표하는 배우로 우뚝 선 김유정과 김향기가 각기 다른 매력의 신작을 통해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두 배우는 신작에서 그간의 이미지를 깨는 ‘파격 변신’과 시대의 아픔을 품은 ‘묵직한 모성’을 각기 그려내며 연기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먼저, 티빙 오리지널 ‘친애하는 X’의 김유정은 ‘천사의 얼굴을 가진 악마’ 톱배우 백아진 역을 맡아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얼굴을 선보였다. 가정 폭력 피해자에서 욕망과 독기를 품고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가면을 쓴 인물을 김유정은 섬뜩할 만큼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특히, 악행을 해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그의 설득력 높은 연기는 백아진에게 비난과 연민을 동시에 느끼게 해 시청들의 감정을 요동치게 했다. 기존의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벗고 섬뜩한 ‘악의 서사’를 완성해냈다는 찬사가 쏟아지면서 ‘배우’ 김유정의 성공적 변신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런가 하면, 영화 ‘한란’을 통해 스크린에 복귀한 김향기는 1948년 제주에서 일어난 4·3 사건의 비극 속에서 딸을 지켜내려는 20대 엄마 고아진 역으로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하고 있다.
제목처럼 척박한 겨울 한라산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한 그는, ‘첫 엄마 역할’이라는 부담감을 딛고 절박하고 처절하지만, 아이를 위해 괴로울 틈도 없이 고군분투하는 밀도 높은 모성애를 완성해냈다.
김향기는 100% 제주어로 구현 된 영화 속 주인공을 완벽하게 소화해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다른 작품과 촬영 시기가 겹침에도 불구하고 일 대 일 과외를 받고, 꾸준한 노력과 연구를 통해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살렸다는 평이다.

흥미로운 것은 두 배우의 최신작 배역 이름이 ‘아진’으로 같다는 사실이다. 각각 백아진과 고아진으로, 연기적 변신에 성공한 두 사람이 동시기 같은 이름으로 나란히 비상하고 있다.
김향기는 최근 ‘한란’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어릴 적 광고촬영장 등에서 유정 언니와 술래잡기도 하고 장난도 많이 쳤던 기억이 난다”며 “언니가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 초연을 했었는데, 내가 올해 그 작품을 하게 돼서 공연 연습할 때 놀러 온 언니와 이야기를 나눴다”고 김유정과의 추억을 언급했다.
김유정 역시 최근 진행된 ‘친애하는 X’ 라운드 인터뷰에서 김향기에 대해 “대단한 연기력을 갖고 있는 친구이기에 과거 함께 촬영하면서도 깜짝 놀라 김향기의 연기를 감상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며 “어렸을 때부터 함께해 온 배우들이 각자 좋은 모습으로 성장해서 잘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큰 위로를 얻는 것 같다”고 애틋함을 드러냈다.
‘대체 불가’ 배우로 자리매김한 두 사람이 앞으로 보여줄 연기 행보에도 기대가 모인다. 김향기는 오는 24일 방영하는 KBS2 단막극 프로젝트 ‘러브: 트랙’의 ‘민지 민지 민지’를 비롯해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캐셔로’ 등 다양한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유정 역시 드라마 ‘100일의 거짓말’, 영화 ‘복수귀’ 등의 출연 제안을 받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이들이 이어갈 눈부신 비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미지 스타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