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더는 숨길 수 없는 마음, 우주와 메리
우주의 시야에 가로 막히듯 펼쳐진
뿌연 안개가 비로소 걷히다.
툭 튀어나온 말, 준비해 온 말도
아니고, 제멋대로 갑자기 쏟아낸 말
그게 고백일 줄은
그 말을 내뱉은 우주,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더는 숨길 수도 없는 마음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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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진다.
메리씨가 더 좋아지고,
상처받지 않게 보듬어주고,
아직, 제 마음 받아주지 않는다 해도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해서 해주고 싶다.
진경이가 한 말로 인해
단단히 오해했을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니, 당장 메리씨를 만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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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키다리아저씨에서
이제야 드디어 남자로 다가가고
있었기에 어렵게 얻은 기회를
아니, 이 기적을 놓칠 수 없다.

차분하게 먼저 메리씨가 궁금한 것들을
묻게하고, 대답하고 있었지만
사실, 우주는 마음이 조급하고 불안했다.
"전 괜찮아요, 우리 아빠 돌아가신 게
우주씨 가족들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해요."
당신이 이러니까
아무도 심지어 가족들도
내 탓이라 말로도 눈으로도 탓했는데
메리씨만은 이렇게 날 또
따뜻하게 안아주니깐
이런 당신을 내가 어떻게 놓습니까,
"아빠 살아 계시는 동안에 저 진짜
사랑 많이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요."
그래보여요.
메리씨 안에 사랑이 그렇게 많다는 건
그만큼 받아보았기에 베풀 수 있다는 거
"이제 그만 도와줘도 돼요.
아, 꼭 진경 씨 말 때문만은 아니고
사실 저도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요."
그런데, 메리씨 그건 아니에요.
내 맘은 내 진심은
"미안해서 그러는 거 아닌데요?
좋아해서 그러는 거지."
나 이젠 진짜 안 물러나려고요.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요.
메리씨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옆에 계속 붙어 있을 거라고요."
좋아해서 당신이 너무 좋아서
그저 당신 곁에 있고 싶은 겁니다.
"그러니까"
나 좀 봐줘요.
지금의 나만 봐줘요.
나는 유메리씨가 참 좋습니다.
내 마음은 진심입니다.
메리는 제 눈을 올곧게 바라보는
눈앞의 남자에게
결국 외면하고,
누르고 눌렀던 제 마음을 터뜨렸다.
지금, 이 사람이 뭐라고 하는 거지?
잘못 들은 거겠지, 내가 좋다고
다른 남자랑 있는 게 싫다고
나를 좋아한다고? 누가? 당신이?
아니, 왜?
언제, 어떻게 아니다.
하지만 고백을 들은 것도 잠시
눈앞의 현실들이 펼쳐졌고,
저도 모르게 폭풍 질문을 쏟아냈고,
그도 모자라 너무 멀리까지 갔다.
그래서였을까?
고백 취소, 못들은 걸로 합시다.
아니, 들었는데, 너무 정확하고,
또 너무 잘 들렸는데,
내가 고백해서 싫어요? 란 질문에도
아니오, 싫지 않다인데,
그렇게 고백 소동이 끝난 후에도
이 남자의 2차, 3차 고백이 이어졌다.
솜뭉치 같은 꽃다발 주면서
꽃말 찾아보라면서
<내 마음은 진심입니다.>
라며 자신이 했던 고백이 진심이라
다시 말해주고,

"그 사람의 미래를 보려면
과거를 보라는 말이 있죠.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일곱 살 때부터
용돈 기입장을 쭉 써왔던 사람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써놓은 용돈 기입장으로
또 한 번의 고백을 해온다.
참, 바르고 또 귀여운 사람이다.
덕분에 한 번 더 웃고,
함께 과거 이야기도 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사람과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어느새 웃고, 즐거워하는 자신을 느낀다.

또 오랜만에 느껴보는 질투.
그의 일기장 곳곳에 적혀있는 이름.
미소, 풀네임은 미지의 소녀.
이 정도의 지분을 차지한 거면
오래 좋아한 소녀였던 것 같다.
첫사랑이었겠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 했지만
아니, 신경 쓰인다.
한 때 우주씨의 마음에 오래 머물렀던
미소란 미지의 소녀가

아, 내가 이제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 왔구나
그래, 어쩐지 말이 안 된다 했다.
고마움, 그거라면 말이 된다.
"우주 오빠, 명순당 손자예요."
몰랐다, 전혀.
얼굴이 낯뜨거워졌다.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우주 오빤 메리씨 부탁 거절
못한단 말이예요.
신세 갚아야해서"
신세? 그 사람이 왜? 무슨?
"우주 오빠 구해 준 사람이
메리씨 아버님인 거 모르셨어요?"
네, 전 몰랐어요.
아, 그랬구나, 그런거였어.
꿈을 꾼 거다.
아주 오랜만에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달콤하고, 따뜻한 꿈을
그리고 다시, 현실이다.
이제, 알았으니 깨어나기만 하면 된다.
이제, 알았으니 다시 살아가면 된다.
"내가 준 인형 아직 갖고 있어요?"
"네, 잘 간직하고 있어요."
당신이었구나, 뒷통수가 예쁜 소년
그 날 내 곰돌이 인형을 받은 사람이
"전 괜찮아요, 우리 아빠 돌아가신 게
우주씨 가족들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해요."
이제, 그 날의 일로 그만 아파해요.
당신도 당신의 가족들도 원망한 적 없어요.
"아빠 살아 계시는 동안에 저 진짜
사랑 많이 받았거든요.
그러니까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요."
아빠를 생각하면 보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웃음이 나요. 저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그러니 그만 미안해 해요.
스스로 자책 그만해도 돼요.
"이제 그만 도와줘도 돼요.
아, 꼭 진경 씨 말 때문만은 아니고
사실 저도 계속 마음이 불편했어요."
이제, 제 일은 제가 할게요.
진작에 당신은 놓아 줬어야 했는데
미안해요.
"미안해서 그러는 거 아닌데요?
좋아해서 그러는 거지."
진경씨의 말을 듣고, 더욱 확신했다.
미안함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런거라고
그리고 그럼 더 이해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는데
그는 또 고백해 온다.
미안해서가 아니라 좋아해서라고
"좋아해서 그러는 거라고요.
메리씨가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옆에 계속 붙어 있을 거라고요."
좋아해서 란다.
이 사람이 나를
무슨 일을 하든 옆에 계속
붙어 있을 거라고
꿈이라 여긴 제게
꿈에서 깨어나려는 제게
오히려 꿈속에서 나를
당겨서 제 품에 안아버린다.
꿈이 아니라고,
나는 진심으로 당신이 좋다고
늘 조심스럽게 다가왔던 그가
처음으로 다급하게 다가와
제게 입을 맞췄다.
못 다한 말을 전하듯이
그렇게 다시 한 번 저를 제 마음을
잡아준다.
그리고 그의 진심은 제게로 닿았다.
나도 우주씨가 좋아요.
옆에 계속 붙어 있고 싶어요.
내 마음도 진심이예요.
이제, 그에게도 내 진심이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