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야. 엄마 무서워...
떨리는 목소리. 무섭다는 말.
그건 내가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늘 엄마는 나에게 있어, 강한 사람이었다.
태풍이 불어도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사람.
하지만 나는, 엄마의 뒷모습을 알았다.
그 낡아빠진 구두와도 같은, 그 숨겨진 아픔들을.
그래서 엄마처럼 될 수 없던 약한 나는 언제나 엄마가 버거웠지만,
제 상처를 돌볼 줄 모르는 엄마가, 맘 한켠에 걸렸다.
그래서 병에 걸린 걸 알았을 때,
엄마에게 얘기를 할 수 없었다.
엄마, 나 아프대. 엄마, 나 너무 무서워.
내가 그 말을 하면 엄마는 나를 위해 더 강한 사람이 되려고 할거니까.
엄마 스스로의 아픔 따위는 접어두고
나를 위해서 살려고 할 거니까.
그렇게 나로 인해서 엄마가 또 곪아가면
정말, 정말 견딜 수가 없을 거 같아서.
무섭고 약해진 내가 결국 엄마를 부술까봐.
그렇게 엄마를 밀어내고 또 밀어냈는데.
이상하지.
엄마가 나한테 얘기해주니까.
엄마도 무섭다는 말을 해주니까.
이제, 나도 말할 수 있잖아.
-무서워.
엄마, 나 너무 무서워.
서러움과 함께, 어떤 안도감이 울음으로 터져나와서.
어린 아이였던 그 때처럼, 엄마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
내일이 오는게 무서워. 병원에 가는게 무서워.
그 모든 것이 무서운 것 투성인데.
떨리는 엄마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
더 이상,
두렵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