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얼마나 많은 이별을 경험했을까.
얼마나 많은 것들을 떠나보내며 이 날까지 왔을까.
하지만 그 떠나보내는 것들 중에
단 한 번도, 효리 너를 떠올린 적은 없었다.
떠나도, 당연히 내가 너를 떠나겠지.
어떻게 니가 나를 먼저 떠날 일이 있을까.
아직 이렇게 어리고, 이렇게 사랑스럽고,
이렇게나, 많은 날들을 걸어가야 하는 내 딸이. 니가.
어떻게 나를 먼저 떠날 수도 있다는 걸까.
설거지를 해야했다. 빨래를 해야했다.
이 모든 닥쳐오는 두려움들을, 빡빡 지워야 했다.
미친듯이 바닥에 걸레질을 했다.
날이 밝아오는 것이 두려워서.
슬픔이 해처럼 떠오를 것이 두려워서.
왜 내 인생에는, 이토록 당연한 것들이 하나도 없을까.
결국은, 꾹 누르려했던 슬픔이 눈 밖으로 흘러나왔다.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처럼, 나는 울었다. 울고 또 울었다.
그래야, 일어설 수 있을 거 같아서.
나는 엄마니까.
나는 너의, 엄마니까.
이 슬픔을 쏟아낸 아침이 오면, 다시 일어설 것이다.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