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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폭싹 속았수다》, 임상춘이라는 세계의 따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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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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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을 향한 작가의 시선에 전 세계가 주목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을 쓴 임상춘 작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쌈마이웨이》부터 《동백꽃 필 무렵》을 거쳐 《폭싹 속았수다》로 이어지는 임상춘의 세계는 일관되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을까.

《폭싹 속았수다》에서 애순(아이유)은 제주 해녀의 딸로 자랐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엄마는 새아버지와 살면서 애순을 시댁에서 살게 했다. 그나마 그 집이 먹고살 만했기에, 그곳에 얹혀살던 애순은 어린 나이에도 사실상 식모 역할을 했다. 그 사실을 알고는 엄마가 애순을 다시 데려가지만 그도 스물아홉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결국 열 살 먹은 애순은 새아버지의 아이들을 돌보며 소처럼 밭을 일구고 양배추를 팔며 생계를 이었다. 본래 지긋지긋한 섬을 떠나 육지로 가서 대학도 가고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지만 고단한 삶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1960~70년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 고생 그려

하지만 그 고단한 삶을 계속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있었다. 늘 애순 옆에 딱 달라붙어 그 고단한 삶을 위로해 주는 관식(박보검) 같은 따뜻한 인물이다. 섬놈에게는 절대 시집가지 않겠다고 했지만 애순은 관식과 결혼하고 드디어 행복을 느낀다. 시인이 되는 꿈은 접었지만 너무나 예쁜 아이들을 보며 애순은 후회하지 않는다. 관식 또한 마찬가지다. 운동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그 무쇠 같은 몸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기꺼이 헌신한다. 물론 아이가 사고로 죽는 상처를 겪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폭싹 속았수다》는 바로 이런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흙수저' 인생들의 삶을 깊이 들여다본다. 애순과 관식 같은 인물은 1960~70년대를 살았던 부모 세대들의 쉽지만은 않았던 삶을 대변한다. 물론 제주라는 환경이 다르지만, 그 격동의 세월에 어떻게든 가난에서 벗어나 살아보겠다고 했던 그 세대의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가진 것이 없어 살 집 하나 얻는 것조차 몸이 부서지게 일해야 가능했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가족이 있어 그 난관들을 뚫고 나왔던 그들의 삶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지나고 나서 보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고,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현재가 그들의 고군분투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을 드라마는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대단한 입지전적 인물의 성공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범한 이들의 출세담도 아닌 평범한 흙수저 인생들의 고군분투가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너무나 드라마틱한 인생 모험담으로 그려진다. 때론 쨍쨍 내리쬐는 햇볕처럼 아프지만 때론 따뜻한 봄날의 행복도 겹쳐져 있는 인생 모험담이다.

가난한 서민들의 삶을 위대하게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임상춘 작가의 일관된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단초다. 《쌈마이웨이》에서 그 시선은 스펙이 없어 변방으로 밀려난 채 살아가는 흙수저 청춘들을 들여다봤다. 아버지가 흙수저면 그 삶이 대물림되는 청춘들이 마주한 세상의 벽은 결코 넘기 쉽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 변방에서 이들은 새로운 길을 열어간다.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꾸던 고동만(박서준)은 격투기 선수로 나서고, 뉴스데스크 앵커를 꿈꾸지만 현실은 백화점 인포 데스크에서 일하는 최애라(김지원)는 방송국 대신 지방 행사를 뛰고, 격투기 전문 아나운서가 된다. 즉 《쌈마이웨이》는 스펙이 없다는 이유로 '쌈마이' 취급하는 세상 속에서 이 건강한 청춘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마이웨이'를 걸어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명치에 든 가시 같은 년" 등 예사롭지 않은 대사 눈길

임상춘 작가의 세계는 늘 중심이 아닌 변방이 배경이다. 《쌈마이웨이》가 지방 소도시에서 살아가는 청춘들을 그렸다면, 《동백꽃 필 무렵》은 옹산이라는 바닷가 마을에 어린 아들과 함께 들어와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동백(공효진)의 삶을 그렸다. 외지인으로서 술집을 운영하는 미모의 미혼모라는 동백의 배경은 편견을 만들고, 마을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 '촌므파탈' 용식(강하늘)의 동백에 대한 순애보는 그녀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마을 사람들도 차츰 동백을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용식과의 달달한 로맨스가 이어진다. 연쇄살인범 까불이의 등장으로 동네가 흉흉해지지만 그럼에도 마을 사람들의 연대는 이 위기들을 극복하는 힘이 된다. 가장 힘겨운 시기를 거쳐야 비로소 꽃이 피어난다고 하던가. 《동백꽃 필 무렵》은 동백 같은 편견으로 고통받은 모든 이에게 그 힘겨움이 '꽃이 피어나기 위한' 고난이라고 위로하는 드라마다.

《폭싹 속았수다》는 이러한 임상춘 작가의 세계가 훨씬 깊어졌다는 걸 실감하게 한다. 제주 해녀의 삶에 거친 제주 방언의 특색을 더해 토속적이면서도 신산함을 드러내는 대목은 '문학적인' 느낌마저 준다. 대사의 표현에서도 이런 면모들이 드러난다. "그러게 복어를 왜 건드려? 독으로 버티고 사는 걸" 같은 대사로 애순의 엄마 광례(염혜란)의 삶을 단적으로 표현해 낸다. "명치에 든 가시 같은 년" 같은 대사로 광례가 애순을 얼마나 애닳게 생각하는지를 표현해낸 점들이 대표적이다


시인을 꿈꿨던 애순이 쓴 시들도 예사롭지 않다. "점복 팔아 버는 백환. 내가 주고 어망 하루를 사고 싶네" 같은 기막힌 구절이 돋보이는 어린 애순의 시 '개점복'이나 나이 들어 시인의 꿈을 버린 지 오래지만, 백일장에 장사하러 나왔다가 애순이 쓴 '추풍'이라는 시도 그렇다.

"춘풍에 울던 바람, 여적 소리내 우는 걸, 가만히 가심 눌러, 점잖아라 달래봐도, 변하느니 달이요. 마음이야 늙겠는가."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애순이 봄날의 그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는 걸 담아낸 이 시에서는 어쩌면 임상춘 작가도 한때 꿈꿨을지 모르는 문학소녀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이번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임상춘 작가에게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임상춘 작가는 줄곧 KBS에서 작품을 공개해 왔다. 어찌 보면 로컬의 색채가 가장 많이 묻어나는 방송국에서 작품을 해왔던 셈이다. 임상춘 작가 특유의 끈끈한 가족 서사의 매력이 KBS라는 플랫폼과 어울려 《동백꽃 필 무렵》 같은 작품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기도 했다.

가장 로컬적인 콘텐츠가 글로벌할 수 있다는 걸 지금껏 증명해온 넷플릭스에 임상춘의 세계는 확실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공개 2주 차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시리즈 비영어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브라질, 칠레, 멕시코, 튀르키예, 필리핀, 베트남을 포함한 총 41개국에서 톱10 리스트에 랭크된 것이다. 제주를 비롯한 한국의 현대사 같은 낯설 수 있는 로컬 색깔들이 묻어나는 작품이지만, 부모와 자식 관계나 부부 관계 같은 보편적인 인간 관계의 서사가 담겨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다.

특히 소외된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깊이 있게 천착함으로써 그 삶을 위대한 모험담처럼 그려내는 임상춘 작가의 세계는, 비정한 자본주의의 틀에서 고통받는 많은 이에게 한바탕 씻김굿 같은 눈물을 통한 거대한 위로다. 세계가 주목할 만한 작가의 탄생이다.  


https://naver.me/FafXvP2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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