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은 남편 찾기 드라마가 아님. 일단 금명이 남편 후보라는 영범 충섭은 애초에 분량이 별로 없어.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영범이는 아니라는 게 3막에 이미 나왔고. 이 드라마에서 작가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누구랑 결혼했냐" 이런 게 아님. 영범이 서사만 봐도 러브라인은 그냥 애순 관식 서사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 같은 느낌이야.
예를 들면, 영범이는 엄마를 못 이겼는데 관식이는 이기고 애순이를 사랑했어. 이건 금명이 나레이션에서도 "우리 아빠는 그랬다"고 나오잖아. 오래 사랑했다고 다 똑같은 게 아니라 관식이랑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거지. 영범이는 말로는 엄마보다 너라고 했지만, 관식이는 그걸 행동으로 보여준 게 다른 포인트라고.
영범이 엄마는 영범이를 자기 프라우드로만 여기지만, 애순이는 딸 행복이 우선이라 딸이 상처 받을 말은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아. 영범이 엄마와는 다르게 애순이는 딸이 최고 우선인 걸 보여주는 장치로 봤음.
영범 서사는 결국 비슷한 상황에서 관식이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면서 선택이 달랐다는 거랑 금명이는 애순이와 다른 선택을 했다는 장치로 쓰인 게 더 커보임.
그리고 광례 서사도 보여주면서 광례가 애순이를, 애순이가 금명이를 어떻게 키웠는지, 몇 번을 살리면서 지금까지 키워냈는지 엄마가 딸을 몇 번을 지켜내는지 보여주고.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도 절대 못 잊는 게 본인 자식이라는 것도 나오면서 엄마에게 자식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줌.
자식이 지칠 때 부모님의 집은 언제든 반겨주고 충전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보여주고, 관식이가 얼마나 힘들게 자식을 위해 살아왔는지도 보여줌. 애순이가 가족을 위해서라면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도 계속 보여주고.
럽라 보여주는 중에도 금명이가 "나 이렇게 살면 우리 엄마 아빠 울어요", "나는 니가 좋은데, 나는 나도 너무 좋아" 이런 말 하는 거 보면 금명이는 애순이랑 관식이한테 사랑 듬뿍 받고 잘 자란 딸이라는 걸 보여주는 장면들도 많아.
남친은 7년 사귀다 헤어진 베프지만, 사실은 엄마가 20년간 제일 친한 친구였다는 깨달음도 그렇고, 남친이랑 여행 갈 때는 새벽에 벌떡 일어나면서 아빠가 깨울 때는 귀찮아해서 미안했던 것도 결국엔 남자라는 장치로 연결되지만 그보다 진짜 중요한 건 엄마 아빠였다는 걸 보여줌.
이런 것만 봐도 러브라인은 그냥 장치일 뿐이고 큰 비중이 없음. 이 드라마를 남편 찾기나 러브라인 위주로 보면 전개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사실 작가는 처음부터 가족의 소중함, 엄마 아빠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고 3막에서도 그건 여전하다고 생각해서 작가가 본인이 쓰고 싶은 거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