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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씨네21] '침범' 곽선영X권유리X이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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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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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2일 개봉작 <침범>의 세 여자는 파괴적인 침입자에 의해 예측 불가한 삶을 살고 있다. 과거 1부의 엄마 영은(곽선영)이 통제하기 힘든 어린 딸 소현(기소유) 때문에 시름하고 있다면 현재 2부의 민(권유리)과 해영(이설)은 서로가 칼이 된다. 주도권을 놓친 채 살아가는 인생을 어떻게 견뎌야 할지 <침범>은 각각의 관계를 통해 말하고 있다. 커버 촬영을 위해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배우 곽선영, 권유리, 이설은 영화 분위기에 맞춰 입은 블랙 의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말보다 앞서 나간 두팔 벌린 포옹과 따뜻한 눈빛에서 세 여성배우 사이에 피어난 도타운 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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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뮤지컬 <달고나>로 데뷔, 그동안 출연한 연극과 뮤지컬, 드라마를 다 합하면 30편이 넘는 배우 곽선영의 스크린 데뷔작은 뜻밖에도 3월12일 개봉한 <침범>이다. “주변에서 하도 얘기해 이제는 모두가 <침범>이 내 첫 영화라는 걸 안다”라며 수줍게 웃다가 이내 영화 후기를 묻는 골똘한 표정에선 초심자의 긴장이 엇비쳤다. 곽선영은 쉽지 않은 첫길을 선택했다. <침범>에서 그가 분한 수영 강사 영은은 또래와 다른 행동을 일삼는 7살 딸 소현(기소유)의 엄마다. 아이가 사고를 쳤다는 전화를 언제 또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린 지 오래된 듯 보이는 영은의 첫 얼굴에서부터 곽선영의 공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첫 영화 현장이 어떻게 남아 있나.
= 특유의 무드가 있는 것 같다. 드라마를 시작한 지 10년이 채 안됐으나 경험상 드라마 현장은 굉장히 바쁘고 빠르게 돌아간다면 영화 현장은 호흡이 길다고 느꼈다. 비교적 극에 대해서 오래 생각할 시간이 있고 전체 대본이 나와 있으니까 좀더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건 영화를 끝마친 뒤에 든 생각이고 하는 동안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어떤 매체든 배우로서 맡은 인물을 실제 존재하는 사람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작업을 한다는 건 동일하니까.



- <구경이> 때 <씨네21>과 가진 인터뷰에서 “인물이 살아온 세월과 역사를 파악하는 걸 우선시한다”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이 작업 방식을 <침범>에서는 어떻게 적용했나.
= 엄마가 된 영은에서부터 시작했다. 소현이가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을 때 육아가 처음인 영은이 ‘아이라면 저럴 수도 있는 건가?’ 하고 궁금해했던 순간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원래로 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절박하게 노력했던 시기, 그렇지만 결국 바뀌는 건 없어 체념한 현재까지. 그러니까 <침범>은 영은이 이 모든 시간을 거친 뒤 매우 지친 상태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 영은은 내가 내 아이를 사랑하지 못할까봐 두려워하는 인물처럼 보였다. 곽선영 배우의 곡진한 연기로 드러난 영은의 그 마음이 영화가 슬프도록 무섭게 느껴진 이유였다.
= 자식에 대한 사랑과 증오. 그 밖에 이름 붙일 수 없는 모든 감정을 다 합친 말이 모성애일 테다. 그건 느껴본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영은은 자신도 모르게 이 아이를 놓아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분명 느끼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는 인물이라는 사전 합의가 있었다. 김여정, 이정찬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때 소현을 어떻게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만들겠다는 목표가 분명한 엄마로 영은을 그리자는 데로 의견이 모였다.



-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 모르는 수영장이 메인 장소라 영화가 더 불안하게 느껴졌다. 배우에게도 수영장이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은데.
= 그렇네. 돌이켜보니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안전하게 촬영했지만 내겐 수영장이 깊은 편이었고 체온도 내려가니 현장에 있는 동안 평소보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태가 지금의 영은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생각해보면 수영장은 물속에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라도 살아야 하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엄마 영은의 책임감을 잘 드러내는 장소이기도 했다.



- 물과의 접촉이 전제된 수영 강사 역할이었다. 물에 대한 공포가 있지 않았나.
= 원래 물을 좀 무서워하는 편이라 <침범>은 내게 도전이었다. 그런데 예상보다 물속이 편했다. 물과 친해지는 연습을 충분히 거친 뒤 촬영에 들어가긴 했으나 신기할 정도였다. 한번은 잠수한 뒤 얼마 안돼 누가 날 끌어올리길래 ‘왜 벌써?’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물속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랬다고 하는 거다. 확인해보니 40초 넘게 숨을 참았다! 중요한 건 이렇게 극복한 경험이 하나 생기고 나니까 어떤 작품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그래서 내게 <침범>은 노력한다면 더 많고 다양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기도 하다.



- 지난해에 첫 예능프로그램 <텐트 밖은 유럽-로맨틱 이탈리아>를 찍었다. 여행을 통해 여전히 모르겠는 나를 알아보고 싶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는데, 성공했는지 궁금하다.
= 그 프로그램을 하기 전 즈음이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하는 고민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가서는 적응하고 즐기느라 생각을 잘 못했는데, 방송 모니터를 하면서 하나 알게 된 게 있다. 누가 울면 따라 우는 사람인 곽선영은 타인의 감정에 잘 전염된다는 걸 말이다. 얼마 전 <침범> 무대인사 때 우는 소유를 보자마자 울고 말았다. 관객들에게 우리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지금 이 자리가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아이의 말에 진정하기가 힘들었다.



- 기소유 배우와 거의 모든 장면을 함께 촬영하며 쉽지 않은 작품을 헤쳐나갔다. 성인과 아역 배우로 나눌 수 없는 동지적 관계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 프로페셔널한 배우이자 최고의 파트너였다. 난 우리가 비슷해서 참 좋았다. 둘 다 장면에 확 집중했다가 오케이가 나면 잘 빠져나온다. 대기하는 동안 소품 인형을 가지고 열심히 놀다가 슛 들어간다고 하면 인형들을 고스란히 돌려놓았다. 그리고 같이 손잡고 힘든 신을 연기하러 갔다. (웃음) 그래서 누가 “영은이로 사는 동안 정말 힘들었겠다”라고 말하면 즉각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야, 소유 덕분에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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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질문


1. 아무에게도 침범받지 않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종일 집에만 있을 거다. 밀린 책도 읽고 햇빛과 바람도 느끼고 먹고 싶은 거 먹으면서 집순이 라이프를 즐기고 싶다.”


2. 곽선영이 직접 추천하는 곽선영의 출연작
“첫째로는 <친애하는 판사님께>. 첫 드라마 출연작이다. 아직은 매체 연기가 낯선, 그래서 풋풋한 배우 곽선영의 모습이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두 번째는 <KBS 드라마 스페셜 2021–보통의 재화>. 캐릭터 자체가 재밌고, 단막극을 정말 해보고 싶었는데 이 작품으로 소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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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의 2부를 책임지는 김민(권유리)은 걸어가는 그를 돌려세워 우리가 아는 그 권유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을 만큼 낯설다. 배우 특유의 건강하고 밝은 에너지는 온데간데없고 음울한 아우라를 풍긴다. 늘 고여 있던 웃음기도 싹 빠졌다. 과거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막막함, 다시 말해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은 그 자신을 좁은 방에 웅크리게 했다. 그런 민에게 경계 없이 치고 들고 들어오는 해영(이설)은 위협적인 존재다. 해영과 부딪치면서 민의 적막한 인생에 소음이 가득 차기 시작한다. 파도치는 인물의 내면이 선명히 떠오른 권유리의 얼굴은 놀라움을 안기며 앞으로의 그에게 신선한 기대를 품게 한다.



- 직전 영화 <돌핀>의 나영에 이어 <침범>의 민도 대중적으로 익숙한 ‘유쾌한 권유리’와는 거리가 있다.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나.
= 김민이라는 인물에 대해 호기심이 컸다. 사연도 많고 기구한 인생을 살아왔는데 그걸 떠벌리는 성격이 아니다. 차라리 혼자 차갑게 얼어버린 쪽을 택한 친구다. 그동안 내가 맡아왔던 캐릭터들과 확실히 달라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아픔이 깊고 진한 인물에 갈수록 더 끌린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다. 앞서 <침범>의 첫 느낌이 정말 좋았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직감을 믿는 편인데 평소 즐겨 읽는 추리·SF 소설을 읽을 때처럼 술술 읽혔고 흥미진진했다.



- 20년 뒤 현재인 2부에서 관객은 추리 게임을 시작한다. 1부에서 만났던 기이한 소녀 소현(기소유)가 민인지 해영인지를 찾아야 한다. 모호하게 설정된 캐릭터라 할지라도 연기하는 배우는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거쳐야만 했을 텐데, 그 과정은 어땠나.
= 그런 이유로 민이는 시나리오를 통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다른 인물들의 대사, 이를테면 엄마는 우울증으로 돌아가시고, 아빠는 없다는 주변인들의 몇 마디 말들을 통해 그의 삶을 짐작해야 했다. 그래서 김여정, 이정찬 감독님과 만나 두분이 구상한 민이에 대해 듣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감독님들과의 대화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다. 민이 부모뿐만 아니라 그의 친구들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작품에 등장하는 전 애인과는 왜 만났을지 혼자 계속 상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인물의 디테일이 늘어날수록 연기의 밀도가 높아지는 게 체감되어서 더욱 그런 작업에 몰두했다.



- 시각 정보로 인물을 표현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민의 스타일링에 어떤 의견을 냈는지 궁금하다.
= 추리 게임을 하는 관객을 염두에 두고 민이의 모습을 만들어봤다.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 없고 소녀시대 유리와도 매칭되지 않는 모호한 이미지일 때 관객이 긴장감을 끝까지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표정이 잘 읽히지 않도록 앞머리를 눈썹까지 내려오는 무거운 뱅 스타일로 잘랐다. 의상은 회색 인간처럼, 지하철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름 모를 누군가처럼 보이도록 무채색 계열로만 준비했다. 외적인 부분이 미니멀해지면서 눈빛이 중요해졌는데 그만큼 눈빛으로 표현하는 연기란 무엇인지 공부할 수 있어서 <침범>을 한 뒤 부쩍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 이설 배우와 서로 다른 에너지로 맞부딪히며 내는 마찰이 2부의 스릴을 만들어낸다. 긴밀한 소통이 오갔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조화로운 공연이었다.
= 민과 해영의 대립 구도가 팽팽하게 느껴졌다면 그건 이설 배우의 공이 크다. 현장에서 설이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냈다. 이전에 나오지 않았던 참신한 해석이라 자극을 많이 받았다. 설이의 의견을 반영해 준비해온 것들을 바꿔보기도 하면서 유연해지는 법을 배웠다. 여배우들이 잔뜩 나와 극을 이끌어가고 함께 현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한신 한신 만들어가는 작업을 오랫동안 바라왔다. 그 바람이 <침범>을 통해 이루어져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기쁘다.



- 여성배우가 영화 속 남성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마리끌레르 젠더프리’에 올해 참여했다. 보면서 또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 권유리 배우를 상상했는데, 최근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었다면.
= 기본적으로 모든 작품을 ‘저 인물을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본다. 최근에는 <서브스턴스>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 지금 당장 엘리자베스 역할이 맡겨진다면 데미 무어처럼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지만 연륜과 경력이 더 쌓인 뒤라면 그런 도전적인 캐릭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



- <돌핀>과 <침범>. 시리즈 <보쌈-운명을 훔치다> <굿잡> <가석방 심사관 이한신>까지 최근작들의 장르가 스릴러, 사극, 액션 등 겹치지 않는다. 캐릭터들은 한데 묶을 수 없는 개성을 가지고 있다. 도전 정신이 강하게 느껴지는 필모그래피에서 폭넓게 성장하고 싶은 열망이 느껴진다.
=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도전을 하기에 충분한 나이이니까. 평소 생각만 하거나, 실패할까봐 두려워하다가 결국 못하게 되는 상황을 경계하는 편이다. 그런 시기를 지나쳐 지금은 한두 가지 확신만 있으면 일단 해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소녀시대 유리가 내게 가져다준 대중 친화적인 이미지에 감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배우로서는 그에 반하는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내가 보아도 익숙하지 않은 내 얼굴이 담긴 <침범>이 터닝 포인트가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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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질문


1. 아무에게도 침범받지 않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흥미진진한 깜짝 이벤트를 연다든지 해서 누군가의 하루에 기분 좋게 침범하고 싶다! 그리고 스태프의 작업실에도 슬쩍 가보고 싶다. 특히 미술팀. 영화를 볼 때 미장센에 우선으로 눈이 가는 편이고 세트에 들어섰을 때 공간이 주는 무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 방문하면 정말 신날 것 같다.”


2. 권유리가 직접 추천하는 권유리의 출연작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드라마 <이별유예, 일주일>을 꼽고 싶다. 남은 시간이 일주일밖에 없는 한 여자가 그 시간을 연인과 전력을 다해 사랑하는 데 쏟는 절절한 러브 스토리다. 예민한 감정을 다루는 역할이라 하면서 많이 배웠고 쉽게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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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범> 2부에 등장하는 해영(이설)이 가진 밝음은 100%를 넘는다. 민(권유리)이 일하는 특수 청소 업체에 합류한 첫날부터 낯가림 없이 한팀이 되고 한집 생활을 하게 됐을 땐 애교 많은 막내딸처럼 군다.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해영이 내뿜는 에너지는 주변을 따뜻이 데우기보다는 서늘하게 만드는 쪽이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해영은 민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온다. 순수하고 다정한 사람을 오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정말 착한 척 위장하고 있는 걸까? 앞선 1부의 기이한 소녀 소현(기소유)이 자라서 누가 됐는지를 찾는 2부에서 이설은 인물의 텐션을 능란하게 조절해가며 관객을 혼란시킨다. 데뷔 이래 보통 사람과 극단적 캐릭터를 고루 맡으며 양쪽의 능력을 동시에 길러온 그의 저력이 <침범>에 이르러 빛을 발한다.



- 문학잡지 <릿터>에 책을 좋아하는 배우로 소개된 바 있다. 그만큼 <침범> 시나리오에 대한 감상이 궁금하다.
= 한장 한장 넘기면서 누구 하나 안쓰럽지 않은 인물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해영이가 그랬다. 미치도록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활자를 뚫고 나오는 듯했다. 그 강렬함이 잊히질 않았다. 그래서 감독님들을 만났을 때 솔직담백하게 말씀드렸다. “저 해영이가 하고 싶어요. 제발 하게 해주세요”라고.



- 해영에 앞서 소현에 대한 탐구가 이뤄져야만 했다. 소현을 어떻게 받아들였나.
= 나는 소현이가 선천적으로 다른 기질을 타고났다고 봤다. 그런 측면에서 일전에 내가 연기한 <나쁜형사>의 후천적 사이코패스 은선재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소현의 엄마를 맡은 (곽)선영 언니는 나와 다르게 후천적인 걸로 생각해 신기하기도 했다. 소현이뿐만 아니라 해영이까지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오만가지 생각을 다 했다. 혼자로는 부족하니 김여정, 이정찬 감독님에게 매달렸다. 궁금한 걸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두분을 많이 괴롭혔다. (웃음) 촬영 전에 자주 만났고 기본 10시간 넘게 대화가 이어졌다. 회의 풍경을 묘사해보자면 내가 해영이의 의도는 A일까 B일까라고 물으면 감독님들이 A는 맞고 B는 아니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런 조각조각의 답들을 계속 모아 인물의 윤곽을 잡아나갔다.



- 소현의 양면성을 민과 해영이 나눠 맡았다. 민이 극도로 어두운 쪽이라면 해영은 지나치게 밝은 쪽이다. 해영은 어린아이 같은 느낌마저 드는데 어떠한 상을 염두에 두었나.
= 감독님들은 아기 사자라고 부르시기도 했는데, 어린 시기에 멈춰 있는 성인처럼 보였으면 했다. 성인이 아이같이 행동했을 때 감지되는 이상한 느낌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을 살리면 추리 게임 중인 관객을 재밌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귀여움은 혼자 살던 해영이의 생존 전략이기도 했을 거다. 귀여운 사람은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걸 알고 귀여움을 학습해 때마다 유용하게 써먹지 않았을까 싶다. 스타일링 컨셉은 소년과 소녀 사이의 경계에 있는 톰보이였다. 거기서 오는 미스터리함이 있을 것 같았다. 해영이라면 동묘 시장 같은 곳에서 산 옷가지들과 어디서 가져온 남의 옷들을 믹스매치해 입었을 것 같아서 빈티지함을 살린 룩을 완성했다. 의상, 분장팀과 함께한 이 과정이 특히 재밌었는데 핑크 니트는 강력한 내 아이디어였다.



- 앞선 인터뷰에서 권유리 배우가 이설 배우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주어 현장에서의 유연함을 배웠다고 말했는데, 답장을 부친다면.
= 내가 의견을 낼 때마다 유리 언니가 엄청난 지지를 보내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현장에서 그냥 “이건 어때요?”라고 훅 던졌을 때 바로 이어서 더 큰 무언가를 만들어낸 언니야말로 정말 유연한 배우였다. 유리 언니, 사랑해! 이 말을 꼭 살려달라. 직접 말하긴 부끄러우니 나중에 기사를 보여주겠다. (웃음)



-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해외 관객들을 만났다.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한 적 있는데 지금은 어떤 추억으로 남아 있나.
= 영화를 대하는 관객들의 자유로운 태도가 여전히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극장에서 와인 잔 하나씩 들고 대화하고 손뼉도 치면서 영화를 보는데 예술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졌다. 나도 어떤 작품을 충분히 만끽하면서 감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보이는 몇 백년 된 조각상, 차보다 자전거가 우선시되는 거리 풍경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다.



- 본인을 소개하는 콘텐츠에서 ‘나는 제일 좋아하는 게 정말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최신판 제일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공유해준다면.
= 사람에게 애정을 많이 느끼는 시기인가보다. 함께 영화 일정을 소화해주고 있는 소속사 직원들, 영화를 보고 좋았다는 말을 건네는 분들 모두에게 눈물이 날 만큼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특히 <침범>팀. 이번 영화에서 같이 연기한 선배님들에게 많은 응원을 받으면서 하나 깨달은 게 있다. 나를 믿을수록 캐릭터와 하나가 되는 드물고 귀한 순간을 만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작품을 부지런히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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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 질문


1. 아무에게도 침범받지 않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평소에도 그런 편이라 보통의 일상과 똑같이 보낼 것 같다. 요즘 기준으로 오전 10시쯤 일어나 운동 가고 책 읽고 밥 한번 해먹으면 금세 밤이다. ‘시간 진짜 금방 가네’라는 말을 매일 하는 것 같다.”


2. 이설이 직접 추천하는 이설의 출연작
“너무 어렵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웃음) 공평하게 첫 영화, 첫 드라마를 꼽겠다. 지금 플랫폼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을 기준으로 했을 때, 영화는 민규동 감독님의 <허스토리>. 배우 이설의 시작이 되어준 작품이다. 드라마는 <두여자> 시즌2. 매회 엔딩에서 춤을 춰서 떠올리면 정말 부끄러운데 그래도 내가 궁금한 분들에게만큼은 보여드리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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