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도윤 감독에게 연출을 제의한 이유는
제가 이도윤 감독을 추천하는 이유가 있어요. 아마도 제가 만화 원작 작품을 제일 많이 해봤을 거예요. 만화나 웹툰을 영상으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제작진 간의 생각 차이가 매우 커요. 저는 플레이어잖아요. 회의할 땐 괜찮은데 현장에서 경험해보면 이상한 게 무척 많아요. 전 그걸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작 내용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데 그림체는 순정만화 그림체라 아주 밝죠. 이걸 그대로 찍으면 아마 엄청나게 욕을 먹었을 거예요. 근데 이도윤 감독이 굉장히 어둡거든요. 그래서 서로 합치면 적당히 따뜻한 밝기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죠. 디테일한 이유가 더 있지만 온종일 말해야 하니까 이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웃음)
Q. 이 작품의 톤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투자배급사에서 기획 의도가 통과돼야 작품을 만들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제가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물을 '다크나이트'처럼 만들 거라는 걸 미리 얘기를 안 하고 현장에서 속여서 찍을 수가 없는 시대죠. '중증외상센터'는 원작 기획 의도에 굉장히 충실한 작품으로 투자를 받은 거더라고요. 밝음과 극적 쾌감이 중요하게 있어야 하는 작품인 거죠.
근데 현실에서 실제 수술이라는 너무나 위험하고 큰일이거든요. 예를 들어 심장파열 수술인데 피가 극에서처럼 튄다면 실제로는 죽어요. 그래도 과장된 표현을 하는 건 극적 긴장감을 주고 몰입하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죠. 근데 그렇게 노력해서 만들었더니 가짜 같다면서 100% 몰입을 못 할 수도 있는 거죠.
제가 인터뷰하면서 고생했다는 말을 잘 안 해요. 근데 이번에는 진짜 고생했어요. 기획 의도와 여러 의견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찾아야 했는데 그게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현장에 실제 중증외상센터 과장님과 최고 실력의 간호사분이 계속 상주하셨어요. 현실고증이 중요했으니까요. 우리가 보통 기적이라고 부르는 사건 사고들이 있잖아요. 그런 현실에서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을 믿고 가야 하는데 시청자분들이 바라는 감정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청나게 고민했어요. 정답이 없으니까요.
Q. 어떤 지점에서 의견 갈등이 많았나
한유림이 백강혁 팀으로 구성되는 플롯에서 원작의 판타지대로 극적 긴장감을 가져가자는 아이디어가 있는가 하면 자문 쪽에서는 의학적으로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아이언맨이 가슴에 원자로를 심잖아요. 말이 안 되는 거지만 굉장한 고민을 하고 만들었기 때문에 재미있는 작품이 나온 거죠.
그래서 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할 것이냐는 건데 거기에는 공식이 없어요. 영화 '친구'를 보면서 장동건 선배가 당할 때 제가 아팠어요. 왜 이런 작품을 보면서 같이 아프냐고 선배들한테 질문했었거든요. 근데 이게 앵글을 어떻게 하고 어떤 조명을 쓰고 하면 그런 장면이 나온다는 공식이 없는 거죠. 프리 프로덕션할 때 감독이 관객이 이런 고통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지문을 바꾸게 되고 레퍼런스도 찾아보고 하는 거죠. 모든 작품이 겪는 고단한 과정이에요.
예시 들어주면서 설명해줘서 이해가 잘됨ㅋㅋㅋ
시즌2 만들어진다면 참여한대 고통은 또 받겠지만 이럼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