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힘을 과하게 들이니, 특유의 그루브를 잃었다. 들끓는 열정(의욕)은 알겠는데, 그럴수록 좀 더 여유를 갖고 노련함을 발휘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액션 코미디 비주얼도 다 되는 베테랑 배우들이 뭉친 만큼 더 아쉽다. 과욕의 늪에 빠져 무거운 몸집을 좀처럼 주체하질 못하는, ‘히트맨2’(감독 최원섭)다.
영화는 메가 흥행 작가에서 순식간에 ‘뇌절 작가’로 전락한 국정원 전설의 요원 출신 작가 준(권상우)의 더 험난한 시즌2 집필기다.
준은 전 편의 성공 후 시즌2의 새 시작을 알렸지만 기대와 달리 혹평 세례를 받는다. 심지어 딸에게마저 무시를 당하는 마당에 아내 몰래 투자한 코인도 쫄딱 망했다. 살고자 다시금 야심차게 웹툰을 이어가는데 막상 인기를 끄니 이번엔 그의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발생해 범죄자로 몰리게 된다.
잘 생긴 남자들의 확깨는 환장 개그와 환상 케미, 퀄리티 높은 액션, 신선한 웹툰, 여기에 홍일점 황우슬혜의 활약까지 어우러져 큰 사랑을 받았던 ‘히트맨’(2020년)의 속편이다. 전편의 주인공인 권상우와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가 출연하고 새 빌런으로 김성오가 합류했다.
속편이 늘 그렇듯 스케일은 커졌고, 강점이 된 코미디·웹툰 요소도 늘렸다. 악당들도 더 많아졌다. 나름 확장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버무린 것들도 많다. ‘형보다 나은 아우’가 되기 위한 타오르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욕망이 작품 곳곳에서, 아니 러닝타임 내내 느껴진다. 문제는 과하다는 것, 조화롭질 못하다는 것.
권상우는 이번에도 하드캐리한다. 매력적인 아는 맛, 그만의 특강점을 살려 쏟아 붇는다. 달콤살벌한 아내(황우슬혜)·사춘기 딸(이지원)과의 케미는 여전히 좋다. 제대로 업그레이드 된 황우슬혜의 에너지가 더해져 전편 못지 않은 시너지를 낸다.
가족 이야기가 큰 한 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국정원 전우들과 함께 해결하는 범죄 사건이다. 그런데 정준호·이이경의 분량은 좀 애매하다. (특히 이이경의 톤은 개그 꽁트라고 해도 부담스러울 정도의 투머치다) 욕설의 난무에도 지독한 정이 느껴지는 ‘브로맨스’는 반갑지만 변주로 첨가한 삼각관게 에피소드는 그저 작위적이다.
아주 언뜻 최고의 CIA 요원이자 절친인 두 남주가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사랑 전쟁을 담은 ‘디스 민즈 워’(2012)의 설정을 떠올리게도 하는데, 2024년에 보는 장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엣지도, 신선함도, 재미도 없다. 엔딩 클라이맥스를 위한 빌드업 치곤 그 과정도 결과도 그럭저럭이니 해묵은 군더더기로만 느껴진다.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메인 빌런 김성오는 따로 논다. 어떤 의도로 그에게 사연을 부연한 것인지, 그로 인한 묵직함도 안겼는지 머리론 알겠으나 작품 안에 전혀 녹아들지 못해 긴장감이 없다. 캐릭터 자체가 미스매치니 쓰임의 실패다.
웹툰과 실사가 뒤섞인 액션 시퀀스는 세련됐지만, 이야기는 너무 촌스럽다. 장르의 배합도, 톤도 중구난방. 쉽지만 하나의 안정된 스토리라인에 전혀 어울릴거라 상상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알차고 똑똑하게 오밀조밀 조합했던 전편과 달리 정신사납다.
준이 가슴에 지니고 있던 ‘초심’은 메가폰이 지니고 있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중심을 잡고 워워 시켜줄 구심점의 부재다. 기존의 신박함과, 스마트함을 단단하게 뿌리 내리지 못한 채 화려하고 무거운 장식을 주렁주렁 가지에 매다니 감당 못하고 땅에 떨어질 수밖에.
좋은 캐릭터, 더 좋은 배우들, 웹툰을 품은 신박한 액션 스타일이 아까운 완성도다. 시종일관 과장된 톤, 어설픈 에피소드와 안 어울리는 캐릭터들만 대량 추가됐다. 의욕만 앞서 이성을 잃고 폭주한 결과다. 그마저도 속도감이 떨어지는 루즈해지는 구간도 적지 않다. 기다렸던 병맛 코미디물, 반가운 아재 스타들의 귀환에 진심으로 열혈 응원하고 싶지만 차마 용기가 안 난다. 손익분기점은 약 230만이다.
‘히트맨2’는 오는 22일 새해 연휴 기대작 중 가장 먼저 개봉한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1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