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속 학교와 학원처럼 드라마 세계에서도 그런 교육과 훈련은 점점 불필요한 것이 되고 있다. 긴 호흡의 대서사극은 사라진 지 오래고, 소셜미디어(SNS)에서 ‘짤’(짧은 사진과 영상)로 유행할 법한 장면이 나열되고 있다. 서사와 맥락은 사라져 사고하게 만드는 작품도 찾아보기 어렵다.
‘졸업’은 어쩌면, 문학이 사라진 드라마 세계에서 서혜진의 특강 같은 존재가 아닐까. ‘졸업’에서 이시우는 지문 너머의 세계를 강조하는 서혜진의 특강을 통해 비로소 문학을 이해하게 된다. 드라마 창작자들은 이시우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이 드라마가 ‘리얼’의 세계를 세밀하게 보여주면서도 ‘낭만’을 끝내 포기하지 않아서 좋다. 의학계에 ‘낭만닥터 김사부’가 있다면, 대치동 학원가에는 ‘낭만티처 서혜진’이 있다고나 할까. 경쟁이 일상이 된 계급사회에서 혜진은 바보처럼 한 인간의 성장에 지극히 관심을 갖고 헌신한다. 또한 인간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방법과 시대적 배경과 화자의 내면 정서를 추론하는 능력을 가르치려 애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