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스퀘어 [리뷰] 뉴욕에서 본 '하얼빈', 감상평 물으니 동포가 건넨 말 : 오늘의 우리들을 떠올리게 만든 영화
567 1
2025.01.14 19:21
567 1

지난 11일(현지 시각) 고등학생인 딸이 손꼽아 기다리던 영화 <하얼빈>을 봤다. 맨해튼까지 나가지 않아도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퀸즈에는 한국 영화를 종종 상영하는 영화관이 한 곳 있다. 안중근 의사를 존경하는 딸은 연말 방학 내내 영화 상영을 기다렸다.

그런데 개봉하자마자 표가 매진돼 주말 아침 표를 겨우 예매할 수 있었다. 그만큼 <하얼빈>은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동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있다.

 

영화를 보러 간 날은 밤새 눈이 내렸다. 계속된 한파와 맞물려 매서운 추위를 느낀 탓인지 얼음으로 덮인 땅 위에서 전투를 벌이는 <하얼빈> 속 독립군의 처절한 모습이 실감 나게 다가왔다. 여기저기서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보통 사람들의 사투'로 그려진 신아산 전투 장면에 영화 초반부터 객석이 숙연해졌다.

 

영화 속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갔지만, 결정의 순간마다 서로 이견을 가지고 팽팽히 맞선다. 안중근이 의심을 받고, 수세에 몰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카리스마 있는 영웅이 독자적으로 거사를 결정하고, 끌어가고,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현실감 있게 와 닿았다.

 

영화 속 안중근은 스스로 영웅처럼 굴지 않는다. 처음에는 대사를 가만가만 읊조리는 안중근(현빈)이 낯설었다. 굳은 결심으로 대의를 이루려는 뭔가 그럴싸한 '멋짐'이 느껴지지 않아서였다. 그런데 가공하지 않은 그 담담함 덕분에 한 사람으로서의 안중근을 만날 수 있었다.

독립군과 광복군을 계승한 국군의 정통성을 생각할 때 암살범이 아닌 '대한의군 참모 중장'으로 안중근의 정체성을 세우고, 이토 히로부미 저격을 적군 수장의 '척결'이라고 또렷하게 각인시킨 점도 좋았다.

영화가 끝나고, 옆자리에 계신 어르신께 영화가 어땠냐고 물었다. "뭐 좀 착잡하네요. 요즘 좀 그렇잖아요"라며 말을 아낀다. 나라 걱정이 아닐까 추측해 봤다.

 

상영관을 나오며 한 여성 관객 한 분과 복도에서 마주쳤다. 딸을 유심히 보더니 "눈이… (울어서 붉어졌네) 뭔가 울림이 있었나 보다"라며 사탕 몇 개를 손에 쥐어 줬다. 이 여성 관객에게 <하얼빈> 감상을 물었다.

그는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며 "혹한 가운데 나라를 지키느라 싸우신 분들도 있는데, 겨우 이 정도 추위에 영화를 보러 올까 말까 고민했던 마음이 부끄러웠다"고 했다. 중학교 교사인 조카 생각도 났단다. 역사 교사인 조카가 보았다면 더 풍성한 가르침을 줄 수 있을 텐데 한국 영화를 보기 힘든 지역에 살고 있어 안타깝다는 말이었다. 한인 2세, 3세에게 역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구나 싶었다.

 

그러면서 제작사에 자막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 상영되는 영화라 화면 아래쪽에 영어 자막이 나온다. 영화 속 러시아어와 일본어 대사가 나올 때도 영어 자막이 스크린에 올라왔다. 그는 "영화를 보러 오는 어르신들도 많은데, 빠르게 지나가는 영어 자막을 읽기는 힘드시지 않을까 싶다"며 "어떤 내용일지 짐작은 하겠지만 영화를 명확하게 이해하려면 일어와 러시아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한글 자막'도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말 교통 체증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고속도로 위에서 꼼짝 없이 갇혀 허기가 졌는데, 아까 받은 사탕이 생각났다. 딸과 함께 사탕을 나눠 먹으며 '하얼빈으로 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롱아일랜드에 있는 안중근 의사의 조카딸이자 김구 주석의 큰며느리인 안미생 지사 묘소에도 조만간 또 들르기로 했다.

 

영화관에서 감상평을 나누며, 사탕을 전해준 여성에게 '정체길에 사탕 덕을 봤다'고 감사 메일을 보냈더니 다음 날 답장이 왔다. 그분의 단정한 글을 옮겨 본다.

"고작 사탕 4개에 예쁜 말씀을 주시니 부끄럽습니다. 팔순 노모에게 영화를 보여 드리기로 하고 내심 속으로 '난 착한 딸이니까' 하며 형제들에게 은근 생색을 내고 있었지요. 그런데 정작 어머니의 외출은 덤이었고, 오히려 저한테 더 귀한 시간이었어요.

구태의연하지만, 감사함, 분노, 통한, 죄책감, 경외, 수치심, 숙연함 등 그 모든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하얼빈>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비슷하게 느끼셨으리라 믿어요.

내란수괴의 체포와 법적 집행까지 나라 걱정과 울화로 계속 잠을 설치시는 제 어머니는 '영화 재미있으셨냐'는 언니의 물음에 '그 영화가 어떻게 재미가 있을 수 있냐'고 지청구를 날리셨어요. 중차대한 통한의 역사에 어찌 재미를 논하냐는 말씀이셨겠죠.

제게는 찌질하고 이기적인 소시민이 어떤 형태로 (사회에) 참여하는 삶을 살 수 있을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다시 일깨워준 영화였습니다. 마침, 최근에 본 명언이 저의 부끄러움을 제대로 꾸짖네요.

Neutrality helps the oppressor, never the victim.
Silence encourages the tormentor, never the tormented. - Elie Wiesel.
(중립은 압제자를 도울 뿐 결코 피해자를 돕지 않는다.
침묵은 박해자를 북돋울 뿐 결코 고통받는 자를 일으켜주지 않는다. -엘리 비젤)"

이야기를 나눈 그 분은 어머니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비슷한 연배의 나는 딸을 데리고 갔다. 그렇게 영화 한 편을 통해 정을 나눴고 인연이 됐다. 위기의 순간엔 서로 믿음을 주는 동지가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우리 민족은 내내 그래왔던 것 같다. 길을 잃어도, 나아갈 길을 만들어 가며.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096561&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해외에서도 다 같은맘 같아

같이 읽어 보면 좋을 듯해서 가져와 봄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강하늘X유해진X박해준 영화 <야당> 최초 무대인사 시사회 초대 이벤트 167 03.28 15,17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1,465,81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6,064,27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9,368,45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 금지관련 공지 상단 내용 확인] 20.04.29 28,364,676
공지 스퀘어 차기작 2개 이상인 배우들 정리 (3/28 ver.) 64 02.04 317,317
공지 알림/결과 ────── ⋆⋅ 2025 드라마 라인업 ⋅⋆ ────── 112 24.02.08 2,826,359
공지 잡담 (핫게나 슼 대상으로) 저런기사 왜끌고오냐 저런글 왜올리냐 댓글 정병천국이다 댓글 썅내난다 12 23.10.14 2,839,274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라마 시청 가능 플랫폼 현황 (1971~2014년 / 2023.03.25 update) 16 22.12.07 3,946,490
공지 알림/결과 ゚・* 【:.。. ⭐️ (੭ ᐕ)੭*⁾⁾ 뎡 배 카 테 진 입 문 🎟 ⭐️ .。.:】 *・゚ 164 22.03.12 5,099,892
공지 알림/결과 블루레이&디비디 Q&A 총정리 (21.04.26.) 8 21.04.26 4,177,203
공지 알림/결과 OTT 플랫폼 한드 목록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티빙) -2022.05.09 238 20.10.01 4,248,554
공지 알림/결과 만능 남여주 나이별 정리 272 19.02.22 4,402,383
공지 알림/결과 한국 드영배방(국내 드라마 / 영화/ 배우 및 연예계 토크방 : 드영배) 62 15.04.06 4,537,423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091853 잡담 감자연구소 소백호 7화부터 말투랑 눈빛 뭔데 09:49 0
14091852 잡담 폭싹 애순이의 힝이 치트키인거 가족모두 심지어 손자도 아는ㅋㅋㅋㅋ 09:48 35
14091851 잡담 폭싹 금명충섭 생각보다 너무 내취향이라 2 09:48 25
14091850 onair 왜자꾸 내 토크 뒤에 오줌 방구 얘기해서 오염시켜 09:48 20
14091849 잡담 폭싹 충섭이 엄마는 충섭이가 몇년만에 금명이 데려왔을때 얼마나 놀랐을까 5 09:48 66
14091848 잡담 중증외상 필승🫡 1 09:47 18
14091847 잡담 폭싹 금명이가 시댁에서 시달리지 않고 사랑받는 걸로도 만족함 2 09:47 42
14091846 onair 헐 신기해 09:47 34
14091845 잡담 폭싹 박보검 : 미국가서 지프차타고 레이벤썬글낀 사진 올리기 / 박해준 : 건강검진 결과표 올리기 2 09:46 96
14091844 잡담 공항에서 사진 찍는거 다 협찬사에서 부르는거야? 2 09:46 66
14091843 잡담 보물섬 배원배씨는 가발 사려고 일하나봐요 1 09:46 13
14091842 잡담 폭싹 금명이가 시댁 문제로 충섭이한테 편해보여서 그것도 좋았음 1 09:46 90
14091841 잡담 중증외상 손 박박 씻는 이런거 의사니까 당연한건데 2 09:46 45
14091840 잡담 폭싹 관식이 금명이 그렇게 애지중지하고 결혼식때 오열하더니 막상 죽을때되니까 불러놓고 09:45 67
14091839 잡담 폭싹 김선호랑 아이유 케미 진짜 없다ㅠㅠ 4 09:45 134
14091838 잡담 폭싹 보면 금명이가 건강검진 하자고 옛날 금은동 가게 전부터 말한 거 같던데 1 09:45 92
14091837 잡담 폭싹 엄마 성가셔 하지마 답답해 하지마 짜증내지말고 다정해줘 09:44 49
14091836 잡담 폭싹 박보검은 개코딱지 관식이가 큰거 같고 박해준은 무쇠 관식이가 큰거 같음 2 09:44 64
14091835 잡담 폭싹 관식이는 눈감는 그 순간까지 자기가 아니라 애순이 걱정만 하다간게 09:44 26
14091834 onair 핑계고 5만명이나 보네 2 09:44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