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조선의 19대 왕 숙종은 고양이를 애지중지했다. 붕당정치의 폐해가 극도로 달했던 시기를 살았던 왕은 ‘금손’으로 손수 이름 붙인 노란 고양이를 통해 위로를 받았다.
왕의 고기반찬을 먹이는가 하면, 정무를 볼 때 곁에 두었다는 기록도 있다. 숙종이 승하하자 금손은 식음을 전폐했고, 13일 만에 그의 뒤를 따랐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이를 지켜본 문신 김시민은 자신의 책『동포집』에 금묘가(金猫歌)를 실어 금손이에 대해 자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김시민의 금묘가
궁중에 황금색 고양이 있었으니
지존께서 사랑하여 이름 내려주셨네
금묘야 부르면 금묘 곧 달려오니
사람 하는 말귀를 알아듣는 듯하였네
기린과 공작도 오히려 멀리했건만
금묘만 가까이서 선왕 모시고 밥 먹었네
낮에는 조용히 궁궐 섬돌에서 고양이 세수하고
차가운 밤에는 몸을 말고 용상 곁에서 잠들었네
비빈들도 감히 고양이를 가까이하여길들이지 못하는데
임금님 손으로 어루만져 주시며 고양이만 사랑하시었네
(중략)
궁궐 분위기 이전과는 다른 것 알고
고양이 문에 들어서자마자 슬퍼하며 위축되었네
사람들은 어찌하여 알아채지 못했나
밥에 이미 마음 없거늘 고기인들 먹으랴
경황없이 달려가 빈전 뜰에서 곡하며
우러러 빈전 향해 몸을 굽혔네
그 소리 너무 서글퍼 차마 들을 수 없으니
보는 사람 사람마나 눈물 절로 떨구었네
스무 날 곡만 하다 결국에는 죽으니
피골이 상접하고 털이 다 거칠어져 참혹한 모습이었네
비단으로 머리 감싸주고 상여에 실어 장사지내니
선왕의 능과 지척인 길 옆에 묻어주었다네
오호라 이 일은 천고에 드문 일
옛적 도화견의 자취를 지금에 잇는도다
인을 마음에 품고 은택을 그리워하여
죽음으로 주인에게 보답하니
기이해라. 충신이 털 난 짐승에게서 나왔도다
미물이 어떻게 이와 같이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모두 우리 임금의 덕이 짐승에게 미친 것이로다
말세 사람들아 이 고양이보고 부끄러운 줄 알거라
배은망덕하면 바로 난신적자이니라
사서 편찬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노니
금묘의 일 특별히 실록에 기록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