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선발로 달린다는 서방님의 말에 웃음이 났지만
아마도 서방님이라면 그렇게 해 주실 것 같아
잠시 상상이 되어 더 크게 웃었나 봅니다.
늘 저를 웃게 해주신 분이여서
헌데, 한치 앞도 모르는 삶이라
제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을 줄 차마 몰랐습니다.
서방님이 눈앞에 아예 보이지 않자
처음엔 겁이 났습니다.
혹여 다치시거나 위험에 빠진 것은 아닌지
다음엔 두려웠습니다.
서방님이 안 계실 때가 좋았다는 말은
서방님이 안 계실 땐 그리워만 하고, 무사할 것이란
확신이 들었지만 저와 함께 하기엔 서방님이 위험해 지실테니
차라리, 걱정이 되어서 말이 헛나온 것이라 말할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습니다.
언제, 우리가 함께 살았다고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서방님과의 시간들이 제겐 꿈같고, 벅차고, 설레이고
마음 한 켠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노비였고, 죽을 때 까지 노비인 제게
그 누구도 저를 귀히 여기고, 사랑해 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처음 받아 본 사랑이 너무도 무겁고, 커다랗고,
어찌 다시 되돌려 나눠야하는지 혹은 표현해야할 지
저는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글을 읽고, 수를 세고, 집안일을 돕고, 사람을 대하는
그것 외엔 제가 뭘 할 줄 아는 지도 몰랐고요.
서방님이 온전히 제 눈앞에 제 어두운 세상에
빛이 되어 밝혀주셨던 그 마음과 사랑이 이제 거두어진다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졌고, 제가 뛰고 있는지
버선발이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저 보고 싶었습니다. 붙잡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서방님이 떠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못된 말로 상처줘서 너무 미안합니다.
제발, 절 떠나지 말아주세요.
이제 전 서방님이 없는 그 잠깐의 어둠을 견딜
자신이 없습니다.
제 곁에서 계속 빛으로 계셔주세요.
저의 어두운 삶, 어두운 마음 계속 그렇게 밝혀주세요.
그렇게 계셔준다면 서방님의 그 따뜻하고, 밝은 빛이
차츰 제게도 물들겠지요.
빛과 어둠은 사실 함께여야 합니다.
빛이 있어야 어둠이 있고, 어둠이 있어야 빛을 밝혀내니까요.
저의 어두움과 서방님의 빛이 그렇게 섞여
저희의 삶도 함께 물들어가길
바라고 싶어졌어요.
제 어둠을 당신의 빛과 물들 수 있게
허락해 주실 겁니까?
허락해 주실 때 까지 저 또한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삶에 함께 물들여 주세요.
승휘는 자신을 깊은 절망과 어두움이라 표현했고,
윤조를 자신의 삶의 빛이라 표현했잖아
그런데 11회 엔딩을 보는데 반대로도 느껴지더라고
어쩌면 노비인 구덕이의 삶부터 되집어 보면
윤조에겐 오히려 자신이 어둠이고, 승휘가 빛 같은 존재였겠구나
그리고 결국은 승휘와 윤조는 자신들을 어둠으로 생각하고
상대를 빛이라 여길만큼 눈부시게 반짝이고, 닿고싶어
안달이 날만큼 서로를 그리워했고, 또 귀히 여겼구나
그래서 그 예쁜 마음들이 결국 알고보면 빛같은 존재인
승휘와 윤조는 그렇게 서로를 알아보았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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