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를 보다 보니 나는 영화 그래비티가 생각났는데 거기서도 여주인공이 어떤 아픈 과거가 있고 삶의 무게 = 중력으로 치환이 되거든 그래서 중력이 없는 우주는 주인공한테 잠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이고 일종의 도피처로 여겨짐 그러다 우주에서 피치 못할 사고를 겪고 결국은 다시 중력으로 돌아와서 그럼에도 땅에 발붙이고 살자 하는 내용인데
별물도 우주라는 무중력 공간에 와서 지구에서 나를 옥죄고 있던 중력에서 벗어나 모두가 0그램에서 시작한다는 점이 결이 비슷해 보여 여기서는 우리가 하찮게 생각했던 쥐 초파리의 인생도 사람하고 다를 게 없고 모두의 목숨값이 똑같이 여겨지는 곳임 언제든지 죽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곳이라 내가 진실될 수밖에 없는 가장 원초적인 공간이 됨
공룡한테 인생의 제일 큰 가치는 언제나 돈이었을 듯 해 키워준 이모들 때문에라도 성공하고 싶어서 이 악물고 더 악착같이 살았겠지? 24시간을 일하며 삶에 찌들어 있던 공룡 앞에 나타난 지구 꼭대기에 사는 고은이는 공룡이 사랑하지 않음에도 당연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임 중력이란 건 내가 원해서가 아닌 태어나서부터 당연하게 나를 끌어당기는 것인데 삶의 무게도 중력과 마찬가지거든 그런데 이 모든 무게가 0그램이 됐을 때도 공룡은 같은 선택을 했을까
우주에 오자마자 이브는 죽을뻔한 공룡을 살려줬고 죽었다 살아난 공룡은 이 우주라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에 대해서 새삼 깨달았을 것 같아 2화 엔딩에서 공룡이 1호의 심장을 마사지해서 새 목숨을 주었듯이 이브가 룡이의 가슴을 툭 치니까 그제서야 살아난 것처럼 생명을 부여받고 같이 심장 뛰던 엔딩이 그래서 난 너무 좋더라
이토록 소중한 생명이고 삶인데 우리는 살아가면서도 지구에서 중력으로 나를 억누르는 것들 때문에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을 때가 많잖아? 돈 명예 권력 계급 등 나를 짓누르는 이런 가치들을 떠나서 모든 것이 0그램이 되는 무중력의 우주가 공룡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부디 멸종되지 않고 살아오기를
+ 작가 전작들을 보면 편협한 시선으로 살아가던 남주가 여주 때문에 성장하고 더 큰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게 주된 내용들인데 이번 드라마까지 보니까 작가가 지향하는 바가 뭔지 대충은 알 것 같아 물론 이 드라마에서 풀어가는 스토리가 대중적인 내용은 절대 아니라 호불호 갈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고 불호의 목소리도 이해가 되는데 일단은 내 기준에선 흥미로운 작품이라 끝까지 보게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