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
-그렇게 베개를 사이에 두고 티격태격하면서 잠이 드는데, 하필이면 밤사이에 군불이 꺼져버린거야. 자다가 한기가 든 너는 어쩔 수 없이 내게 꼭 붙어서 잠을 청하겠지?
나는 너와 이렇게 살고싶다. 사는게 뭐 대단할 거 있겠느냐. 보잘것 없는 거 나눠 먹고 형편없는 농에 웃어가면서 비가 오면은 네 머리에 손을 올려 비를 막아주고 네 얼굴에 그늘이 지면은 내가 옆에서 웃게 해주마. 너무 애쓰고 치열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
ㅎ
- 도망친 구덕이 찾아 헤맬 때 내가 윤조라는 이름을 지었었다. 다시 만나게 되면은 구덕이라는 슬픈 이름 말고 새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거든.
- 높을 윤, 새 조 입니까?
- 맞아 어디에도 묶여있지도 갇혀있지도 말고 하늘 높이 자유롭게 날라, 뭐 그런 뜻이지.
- 구덕이 죽은 지 벌써 7년이 넘었습니다. 왜 여태 혼례도 안 하시고 혼자이신 것입니까.
- 글쎄 나는 구덕이 하나면 족하다. 다른 여인들은 나한테 큰 의미가 없어